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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국적', 있나 or 없나


 

국내기업을 인수한 중국기업들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유출, 방만경영 논란이 벌어지면서 자본에 '국적'이 있냐 없냐에 관한 해묵은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본에는 분명 '국적'이 존재한다. 외국자본은 상대적으로 '여론'이란 무시못할 강적 앞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외국자본은 국내 대기업에 비해 실체가 불분명해 모니터링은 물론, 비난하기마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선진국의 예를 봐도 자본에 국적이 있다는 건 어렵지 않게 증명된다.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와 UAE 두바이포트월드의 미국 항만 운영권 인수는 정치적 압박과 여론 때문에 실패했다. 정말 자본에 국적이 없었다면 이 미국기업들은 외국기업에 인수됐어야 옳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외국자본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외국인투기자본과 투자자본을 분명하게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외국자본에 몸살 앓고 있는 기업

2002년 11월 중국 비오이(BOE)그룹에 3억8천만달러에 인수된 현대디스틀레이테크놀러지(현 비오이하이디스). 현대디스틀레이테크놀러지는 하이닉스반도체의 TFT LCD 사업부문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LCD 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비오이하이디스는 비오이그룹에 인수된 후 위기를 맞고 있다. 2003년 15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현재(반기보고서 기준) 2만2천672%까지 증가했다. 상반기 적자만도 1천192억원. 비오이그룹에 인수된 후 오히려 3년 연속 적자다.

비오이그룹은 또 주요 연구인력을 중국으로 파견하고 특허권을 매각해야만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버티는 등 기술 빼내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쌍용자동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외국자본의 '횡포'는 M&A 이후 뿐 아니라 시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칼 아이칸 연합의 KT&G 경영권 분쟁,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M&A설 유포에 따른 주가 조작 혐의, 소버린자산운용의 SK그룹 공격 등은 실제 목적이 M&A였다기보다는 주가 부양에 따른 시세차익이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자본은 국내 자본에 비해 성의가 없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매물로 나온 몇몇 기업도 투기성 외국자본에 인수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문제

M&A 전문가들은 "비록 외국자본 가운데 투기자본이 많기는 하나 외국자본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법을 위반한 투기자본을 엄단하면 시장은 자연스레 정화될 거라는 분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정재규 수석연구원은 "국내자본이든 외국자본이든 주 목적은 당연히 '수익'에 있다"며 "국내기업의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등은 외국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자본 중에서도 소버린, 론스타 등과 다른 사회적 책임투자(SRI) 펀드 역시 적지 않다"며 "자본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는 법인데 외국자본을 무조건 배척하는 건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태도"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또 "그러나 투기자본을 원천적으로 방어할 수는 없다"며 "사후평가를 통해 국내법 위반, 시세조종 등을 단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최근 중국기업에 의한 첨단기술 유출 논란은 인수 이전부터 염려됐던 문제"라며 "어느 정도의 기술 제공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문제는 외국자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당초 계약을 위반하는 외국투기자본에게 정당한 벌을 줌으로써 국내자본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만기자 ot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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