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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5년에 4천억 번 '대박 신화'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은 회사 지분 52%를 소프트뱅크 측에 넘겼다.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김 회장이 이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 4월이니, 불과 5년 만에 4천억 원을 번 것이다.

이 정도면 당연히 '대박 신화'로 평가될 만 하다.

재미교포 김종훈 루스트테크놀로지 벨연구소 소장이 자신이 창업한 회사 유리시스템즈를 루슨트에 매각할 때, 대금이 1조원 정도니,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는 최상위권에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업계는 김 회장의 '대박'에 대해 '신화'로서 평가하는 데는 다소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유보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대충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외 기업에 매각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그라비티가 하필이면 그 중 하나인 겅호온라인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측에 매각된 것이다.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번 지분 매각은 '신화'가 아니라 '매국적'이라고 할 만도 한 것이다. 그런 인식이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가 그라비티를 인수해서 온라인 게임 사업을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이 점에서 김 회장의 '대박'을 본받을 만한 '신화'로 보려는 시각에 앞서 '개인적 치부'로 보려는 경향이 크다고 풀이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김 회장의 캐릭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 회장은 국내 게임 사업을 해외에 널리 퍼뜨린 공로를 누구보다 인정받아 온 동시에, 초기에 그라비티의 대주주가 되는 과정과 그 이후 사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신사도에 관한 여러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캐릭터 때문에 4천억 원의 대박을 품격 있는 신화로 해석하기보다는 개인 기업가의 수완으로 보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자도 어느 정도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아마도 '양심적이고 신사적이면서도 애국적인 기업가'에 대한 목마른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시원하기는 할지언정, 한편으로는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비판이 '아쉬움의 토로'에 지나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수출 선봉장'처럼 여겨졌던 그라비티가 일본 기업에 인수된 것은 분명 가슴아플 만큼 아쉬운 일이다.

김 회장의 전격적인 결정이 섭섭한 것도 순전히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거기에서 멈추는 게 좋다.

그것 때문에 김 회장의 이번 대박 결정을 놓고,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이는 '개인적 욕심'에 대해 지나치게 혹평하는 것도 문제다.

그의 말대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무대포 정신'이라 할 만큼 해외 시장을 거칠게 누비고 다녔다. 그 '무대포 정신' 때문에 적잖게 싫은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 30여 개 국을 개척하기도 했다. 그 공은 대부분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나스닥에 상장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역부족을 느꼈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평가는 냉혹했고 경쟁 기업은 더 우뚝해 보일 수 있다.

그가 말하듯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한계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먼저 나스닥에 진출했다가 거꾸러진 국내 기업 여럿과 벤처로 성공했다가 주저앉은 여러 기업의 환영을 언뜻언뜻 봤을 수도 있다. 예전에 느끼지 못한 한계가 피부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오히려 현명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기자가 진정으로 아쉽게 생각은 하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국내에서는 그의 지분을 안아 줄 곳이 진짜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어필텔레콤이 그랬고, 엑토즈소프트가 그랬다. 국내 벤처기업이 국내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과 겨루면서 스스로 역부족을 느낄 때 손을 내민 곳은 우리가 아닌 외국의 기업이었다.

그 결과 '부메랑 효과'가 생길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역부족을 느낀 기업가에게,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바랄 수만도 없는 일 아닌가.

우리는 이런 일을 자주 겪으면서도 매번 아쉬워 할 뿐이다.

분명한 건 소프트뱅크가 아니라 국내 기업이 4천억 원에 그라비티를 인수했으면 '에누리 없는 대박신화'로 평가받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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