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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CEO 릴레이 인터뷰] ⑩SBVK 문규학 사장 "첫 자스닥 상장 한국벤처 만들 터"


 

"현재 투자 중인 기업 가운데 일본 자스닥 직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곳들이 몇몇 있습니다. 한국 증시는 일본에 비해 저평가돼 있으니 만큼, 국내 기업이 자스닥에 상장되면 일본 자금의 한국투자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BVK)의 문규학(41) 사장은 투자사 중 일본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자스닥 직상장을 추진중이라고 밝힌다.

아직 자스닥에는 상장돼 있는 한국기업이 없다. 자스닥 1호 한국 벤처를 만들겠다는게 문 사장의 포부다.

재일교포인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가 100% 출자,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모회사의 힘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일본 및 아시아 시장 진출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라비티의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가 손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대표가 이끄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일본 최고의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잡은 것이나, 엔씨소프트가 일본에 합작법인 엔씨저팬을 세우는 일에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해 소프트뱅크 그룹이 힘을 보탰다.

자스닥 상장 관련 당장 관심을 끄는 것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투자한 엔텔리젼트를 인수한 넥슨의 향배.

문 사장은 "넥슨과 소프트뱅크를 연결하는 여러 추측들이 있지만, 합병 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넥슨 지분이 1~2%에 불과한데다 넥슨저팬의 매출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아직은 자스닥 직상장을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잘라 말한다.

◆ 인터넷->IT부품·장비 및 콘텐츠로...'타격 폼' 수정

문 사장은 벤처캐피털의 투자업무를 야구경기의 타자에 비유한다.

"타자가 번트를 댈 것이 아니라면 일단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볼을 쳐야 합니다. 그만큼 창투사들에도 선별력이 요구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겨치기, 또는 밀어치기와 같이 그 회사만의 자신있는 타격자세에 집중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문 사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주로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당시 포털 업체를 중심으로 인터넷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후저팬을 바탕으로 일취월장한 소프트뱅크의 전체적인 사업흐름과 연결된 전략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서 자연독점으로 인해 많은 인터넷 벤처기업의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문 사장은 타격자세를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인터넷은 산업전망은 밝지만 더 이상 투자전망은 유망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신 지난 2000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기 시작한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품, 통신장비 등의 분야는 벤처기업들이 뛰어들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현재 85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는 3개의 펀드를 통해 IT 관련 핵심 부품·소재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문 사장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3대 전략 사업 부문의 하나로 선정한 온라인 콘텐츠 분야에도 투자 비중을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위탁 운용사를 선정하는 한국IT펀드에 220억원을 신청, 하반기 중 3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콘텐츠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문 사장은 "엔텔리젼트에 투자를 진행했던 것은 계속해서 우수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개별 콘텐츠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방식보다는 투자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창투사의 근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한다.

◆ "국내 벤처 아시아시장 진출 적극 지원"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향후 글로벌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함께 국내 투자사들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의 자스닥 직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

소프트뱅크는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와 제휴를 통해 지난 2001년 10억5천만달러 규모의 소프트뱅크아시아인프라스트럭쳐펀드(SAIF)를 설립한 바 있다. 현재 이 SAIF의 투자를 담당하는 지사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 사장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경우 이제 국내보다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우선 아시아 시장을 텃밭으로 개발사들이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창투사 투자조합에 자기자본 투입, 바람직하지 않아"

문 사장은 꼼꼼한 계약서 작성 및 투자진행으로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도록 하는데 세밀히 주의를 기울인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문 사장은 벤처 붐 당시 투자사와 피투자사 간 허술한 계약관계로 인한 다툼이 빈번할 당시부터 상환우선주 및 전환사채를 통한 투자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철저한 계약관계를 맺는 것이 투명한 투자의 기본 바탕이 된다고 봤기 때문. 이와 함께 운용중인 투자조합에는 자기계정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창투사가 투자조합에 1%이상 자기계정으로 참여, 책임의식을 부여토록 하고 있지만, 문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자기계정으로 참여하면 그만큼 창투사의 이익이 높아질 수 있지만, 믿고 돈을 맡겨준 조합원들과 이해가 상충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창투사가 본연의 의무를 다하려면 선진국처럼 투자자들의 자금만으로 조합을 운영하는 게 옳다는 지론을 강조한다.

문 사장은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0년부터 삼보컴퓨터 전략기획팀 등에서 93년까지 일했다. 이후 미국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이수한 뒤 96년부터 미국의 소프트뱅크벤처캐피털(옛 뫼비우스벤처캐피털)에서 심사역으로 활동했다.

이어 99년 소프트뱅크미디어(옛 정보시대)의 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설립과 함께 부사장을 지낸 뒤 2001년부터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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