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동전화 20년 재조명-6] "휴대폰은 내친구"


 

7월 말 현재 휴대폰을 사용하는 국민은 3천612만4005명. 전체 인구중 75%에 해당한다. 단일 정보기기중 TV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이 보급된 사례가 있을까?

휴대폰 보급률은 유선 전화(7월 말 현재 2천283만3783명)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인터넷강국의 척도가 되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수 보다도 앞선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속의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수는 인구 100명당 60명으로 세계 2위. 하지만 휴대폰은 인구 100명당 75명이 쓰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인터넷강국이 아니라 휴대폰 강국이라 해야 할 수준이다.

휴대폰이 전 국민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도 휴대폰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개인화된 서비스, 휴대폰으로 모인다

휴대폰 덕분에 통신 문화는 더욱 개인화됐다.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개성을 뽐내거나, 단문메시지전송(SMS)으로 '문자'의 매력을 한껏 즐기기도 한다.

전화기가 PDA·디지털카메라·MP3 플레이어·신용카드·텔레매틱스 단말기가 되면서 휴대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OK)다. 휴대폰이 다른 기기들의 영역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 전화 회사들은 이에 맞춰 개인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휴가나 추석 때 교통정체는 교통안내 서비스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피해갈 수 있다. 유명 해수욕장에서는 무료 휴대폰 급속 충전 서비스가 제공되고, 휴대폰 무선인터넷으로 집 PC가 없어도 e메일을 받아볼 수 있다.

휴가지에서 모바일 경호서비스도 제공한다. 휴대폰의 긴급버튼을 누르면 전문경호업체의 지령실로 연락이 가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순찰차량으로 연락해 주는 것이다.

별도의 경호서비스가 아니어도 휴대폰은 설 명절 때 무덤에서 생매장당할 뻔한 가족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 해 설 때 천마총을 관람하던 정모씨. 갑자기 출입구 자동셔터문이 닫히고 전깃불이 꺼지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관리소 직원에게 연락할 수 있어 20여분만에 구조됐다.

이후 정모씨는 자신이 가입한 이동전화 회사에 감사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전부라고 할 수 는 없지만, 내 손 안의 휴대폰이 긴급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해 9월부터는 '뱅크온', 'M뱅크', 'K뱅크'란 이름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은행갈 시간이 부족한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이동중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세계 최초로 서비스됐다.

내년이면 가입자가 300만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모바일뱅킹은 앞으로 교통요금 결제, 증권 및 보험 서비스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여기에 SK텔레콤, KTF, LG텔레콤간 동글(가맹점용 단말기) 호환이 이뤄지면, 음식점에서 설렁탕을 먹고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모습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내 손 안에 휴대폰만 있으면, 애인과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휴대폰으로 지하철 요금을 내고, 음식 값을 지불하고, 은행업무 보고, 사진찍고, 음악듣고, 영화보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사회를 바꾼다

2002년 겨울 대선에선 SMS(단문메시지전송)를 통한 선거운동이 막판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새로운 선거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라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당시,투표 당일에는 어떠한 형태의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SMS를 통해 지지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당시 선거법 위반 논쟁도 있었지만, SMS는 올 해 총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원치 않는 정보를 제공하는 스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돈봉투와 향응을 앞세운 선거 풍토를 바꿔 놓았다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휴대폰은 사회적인 문제를 낳기도 한다.

친구나 가족끼리 정을 나누는데 도움을 주는 카메라폰은 지하철에서 여성의 짧은 치마 밑 다리를 찍는 엿보기 도구로도 쓰인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종례시간에 교사가 여고생을 주먹으로 폭행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부터 출시되는 카메라폰의 경우 촬영시 60~68dBA의 촬영음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카메라폰 오남용 방지에 나서기도 했다.

◆휴대폰이 기업도 바꾼다

휴대폰은 개인의 통신 생활과 사회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다.

모바일오피스란 이름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경찰관들은 통신기능이 있는 PDA(휴대폰)에 운전자와 차량정보를 담아 수월하게 검문검색하고,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직원들은 영업 현장에서 PDA 형태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업무를 본다.

오는 10월1일 대교를 시작으로 방문교사가 회원자료나 교재대신 통신기능이 있는 PDA를 들고다니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바일 교육 서비스'도 상용화된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주차권을 고객 휴대폰으로 전송해주고, 이를 통해 방문 고객에 대한 성향을 파악해 경영자료로 활용하는 일도 추진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모바일 오피스가 많이 확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 인프라를 기업의 비용절감과 내부 혁신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동전화 20년 재조명-6] "휴대폰은 내친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