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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가 현실로?"…멕시코, 생체칩 대량 이식 충격


 

멕시코 정부가 영화 '매트릭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생체 칩을 대량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14일(현지 시간) 멕시코 정부가 법무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직원 160여 명의 몸에 전자태그(RFID)기술을 이용한 생체 칩을 이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 동안 미국 등 10여 명이 몸 속에 칩을 이식한 경우는 있었지만 대규모로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멕시코는 이미 지난 해 11월부터 관련 직원들의 몸에 RFID 칩을 내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정부는 대량으로 생체 칩을 이식한 것은 보안 및 신원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장관 사무실을 비롯한 제한구역 출입 때 신원확인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인체에 생체 칩을 이식할 경우 치명적인 사생활 침해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출입통제- 보안용으로 사용"

베리칩은 실리콘 메모리와 무선 송수신 장치로 구성돼 있어 스캐너로 칩에 저장된 정보를 판독해 외부로 전송할 수 있다. 수명은 약 20년이며. 이식 비용은 150달러 정도.

멕시코에 베리칩을 공급하는 솔루셋(Solusat)의 안토니오 아체베스 회장은 "지난 해 11월 라파엘 매케도 드 라 콘차 법무장관을 비롯해 최고 연방 검사와 수사관 160명을 대상으로 팔에 칩을 내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법무장관 대변인은 보안 문제상 아체베스가 한 말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AP통신은 지난 12일 매케도 법무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칩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고 전했다. 이날 매케도 장관은 "내 팔에 칩 이식을 받았다"며 "이 칩은 멕시코 연방범죄방지정보센터에 출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도 장관은 RFID 칩은 출입 통제와 보안용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그동안 관리들의 부정부패 문제로 엄청난 고민을 해왔다. 제한구역 출입자들에게 생체 칩을 이식한 것은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요인 납치 문제 역시 그 동안 멕시코 정부 당국의 골치거리였다.

◆ 나중에는 위치 추적도 가능할 것

ABI리서치의 RFID 분석 책임자인 에릭 미켈슨은 "이론상으로는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널리 사용하는 출입증처럼 생체이식 칩 시스템 역시 안전한 편이다"고 말했다.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의 실버맨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 칩의 안전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버맨 CEO는 "우리 회사에서 제조하는 칩에는 각각 위조를 방지하는 고유 번호가 있다"면서 "기술은 도난당할 수 있어도 칩에 내장된 고유 인식 번호와 그 번호와 연관된 정보는 도난당할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시스템에는 암호화 과정이 있지만 어플라이드 디지털의 생체 이식 칩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실버맨은 "우리 시스템은 회사 고유의 스캐너로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답했다.

멕시코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생체 칩은 앞으로는 위치 추적 등에도 적극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베리칩을 공급하고 있는 솔루셋의 아체베스 회장은 "위치 추정도 가능한 기기 판매도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기술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멕시코 정부 요인들 외에도 1천명 이상 멕시코인들이 의학적 이유로 칩을 이식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이식한 칩에는 이름, 혈액형, 병력 등이 입력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번에 사용된 베리칩을 질병진단기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몸 안 곳곳으로 스스로 돌아다니지 않고 스캐너 없이는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FDA는 지난 2002년 10월 베리칩이 신원 확인과 안전에 사용될 경우에는 식품의약국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해 베리칩 대중화를 도운 측면이 있다.

◆ 매트릭스 현실화되나?

지난 1999년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는 여러 모로 문제적인 작품이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공간'이란 이 영화의 화두는 인터넷 가상공간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넘어야할 거대한 담론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특히 매트릭스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프로그램을 심는 장면. 이 때문에 인간들은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 내에서 생활하면서도 전혀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물론 멕시코의 이번 생체 칩 이식은 보안과 출입관리란 긍정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 요인 납치같은 극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축이나 애완동물 추적용으로 개발된 칩 이식기술을 인체에 이식했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치명적인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RFID 기술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매트릭스'가 던진 암울한 메시지가 이젠 현실 속에서도 강한 울림을 보내고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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