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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언제나 부드러운 소주 '처음처럼'


'알칼리 환원수' 사용한 물로 소주시장 변화 이끌어…시장 2위 자리 굳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920년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소주공장이 건립되면서 소주가 대중화하며 '서민의 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소주병의 색깔은 옅은 하늘색, 투명한 흰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4년 1월 등장한 '그린(Green) 소주'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소주병의 색깔은 녹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977년 도입된 정부의 '자도주 보호법(1道 1社업체만 생산, 50% 점유율을 보호해 주는 법)'이 1996년 폐지되면서 '그린 소주'의 수도권 진출은 손쉬워졌다. 덕분에 '그린 소주'는 강원도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1997년 시장점유율 20%를 넘어섰다. 1993년 5%에 불과했던 '그린 소주' 점유율이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녹색 소주병으로 순한 이미지를 쌓으며 인기를 얻었던 '그린 소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뉴 그린', '산'을 거쳐 현재 롯데주류가 판매하고 있는 '처음처럼'으로 변화했다.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점을 강조해 '물'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에 안착, 현재 16~17%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시장 2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90여년 역사 롯데주류 소주, 강원도에서 시작

롯데주류 소주 역사는 9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릉지역 거부인 최준집 씨는 1926년 자본금 20만원에 7만8천원을 불입해 1926년 롯데주류의 전신인 강릉합동주조를 설립했다. 1931년에는 자본을 증자해 주식회사로 재발족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최준집 씨는 일본 메이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강릉에서 자동차 운수업체인 동해상사를 설립했다. 이후 강릉지방을 기반으로 토건업, 신문업, 양조업, 어업 등에 진출해 강원도를 대표하는 지방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일제 하에서 강원도의회 의원, 총력연맹 이사, 임전보국단 이사 등의 공직을 맡기도 했다. 덕분에 강릉합동주조에서 만든 '경월' 소주는 강원도에서 약 80% 이상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이후 강릉합동주조는 1973년 경월주조, 1991년 경월로 상호를 변경했다가 1993년 11월 두산그룹에 인수되면서 '두산경월'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두산경월은 수도권 소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컬러 마케팅'을 접목하며 소주업계 최초로 녹색 소주병이 도입된 '그린 소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수도권에서만 시장점유율 31.1%를 기록하며 전국 브랜드로 거듭났다.

두산경월은 '그린 소주'의 매출 신장에 따라 1994년 '진로'에 이어 국내 소주업계 2위로 부상했다. 1995년에는 중국 연변에 합작공장을 설립했고, 1998년 9월에는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두산경월, 두산백화, 오비맥주의 와인사업부문을 통합해 새롭게 '두산주류BG'로 출범했다. 통합 후 안정적인 조직 문화 체계를 구축한 두산주류BG는 소주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20도 소주' 처음처럼 등장, 저도주 경쟁 촉발

두산경월은 2006년 2월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 '처음처럼'을 출시했다. 신영복 교수의 서예작품명과 서체가 그대로 사용된 '처음처럼'은 언제나 새 날을 맞이하듯 초심을 잊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소주 한 잔에 담아내자는 의미라고 한다.

당시 '두, 세 글자의 명사'가 일반적이던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명을 고민하던 중 신영복 교수의 '처음처럼'에서 영감을 받아 제품명 사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복 교수는 '서민의 애환을 함께하는 소주에 작품이 쓰여 영광이다'라며 사용을 허락했다고 한다.

'처음처럼'이 첫 출시됐던 2006년에는 알코올 도수 21도가 소주 시장에 주를 이뤘다. 그러나 '처음처럼'은 부드러운 소주로 각인되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20도로 낮췄고, 2007년 도수를 19.5도로 다시 낮추면서 1위 업체 제품의 소주 도수까지 끌어내렸다.

2014년 2월에는 '부드러움'을 강조하고자 7년만에 도수를 1도 또 낮춘 '18도 처음처럼'을 출시해 '19도 벽'을 무너뜨렸다. 같은 해 12월에는 '17.5도 처음처럼'을 선보이며 국내 소주시장을 흔들었다. 최근에는 저도화되고 있는 주류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17.5도에서 17도로 0.5도를 더 내렸다.

◆'물' 다른 처음처럼, 소주시장 새 바람

두산경월의 야심작인 '처음처럼'은 부드럽고 깨끗한 이미지 덕분에 출시 17일만에 누적판매량 1천만병, 6개월도 채 안돼 1억병 판매를 돌파하며 소주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처음처럼'은 출시 1년만에 전국 시장점유율이 13.7%에 달했고, 특히 서울은 24.4%를 기록했다. 출시 1년만에 전국 2위 소주업체로 다시 발돋움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2월 '그린경월', '산', 와인 '마주앙', 전통주 '국향' 등을 생산하던 두산경월은 5천30억원에 롯데칠성의 품에 안겼다. 이후 롯데칠성은 주류사업부문을 통해 '처음처럼'으로 소주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했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이 알칼리 환원수가 사용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물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알칼리 환원수 덕분에 물 속 유해성분이 제거되고 미네랄도 풍부해져 술 맛이 더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고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처음처럼'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게 됐고, 경쟁 소주업체들도 물 마케팅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20세기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빙트렌드를 반영해 알칼리 환원수의 속성을 더욱 부각시키며 부드러운 맛과 적은 숙취로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며 "'처음처럼'은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특징을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단기간에 잃었던 점유율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롯데 만난 '처음처럼' 색다른 마케팅으로 눈길

'처음처럼'은 롯데그룹의 유통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전국 소주'로 거듭났다. 롯데주류는 롯데의 숙원인 주류사업의 기반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도 한층 더 강화했다.

마케팅 전략은 주 원료인 물을 강조하기 위해 '흔들어 마시면 더욱 부드러운 소주'라는 점을 일관되게 알렸다. 특히 가수 이효리 씨를 모델로 '흔들어라 캠페인'을 전개하며 흔들면 흔들수록 순해지는 알칼리 환원수 소주 특유의 특징을 전달해 부드러운 소주의 대명사임을 인식시켜 왔다. 또 소주를 흔들어 마시는 음주법을 제시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오리주'가 유행이 되기도 했으며, 이 인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도 기존 제품에 식상한 20~30대의 젊은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쳤다. 특히 '처음돌이'라는 캐릭터를 도입해 젊은이들이 많은 몰리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등지에서 선거유세를 패러디한 카 퍼레이드 행사를 펼쳐 경쟁사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마케팅에 있어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또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2015년에는 인기캐릭터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한 '처음처럼 스티키몬스터'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웹툰작가 '그림왕 양치기'와 진행한 이색 라벨도 내놔 호응을 얻었다. 올해 4월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와 협업해 수지를 그림으로 표현한 한정판 패키지 2종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처음처럼' 라벨 디자인을 활용해 '아빠처럼', '친구처럼' 등 소비자가 원하는 문구를 담아 특별한 라벨을 만들어 주는 '마이라벨 이벤트'도 진행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제품 출시 이후 '목넘김이 부드러운 소주, 처음처럼'을 일관되게 소구한 결과 현재 국내 소주시장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앞으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처음처럼'만의 이색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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