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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도전의식 희미 韓 축구, 이재성이 살릴까


한계 인정하며 獨 2부리그행, 유럽 중소리그 도전→빅리그행 만들어야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유럽 주요 리그로 1부리그로 직행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17년 1월 수원 삼성에서 프랑스 리그앙 디종으로 떠난 권창훈(24)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지난해 7월 K리그에 데뷔하지 않고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의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떠났던 이진현(21, 포항 스틸러스)은 당시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었다. 성균관대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뒤 비엔나로 임대가는 복잡한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는 비엔나에서 포항으로 임대 복귀했다. '특급 유망주'로 관심 받는 정우영(19, 바이에른 뮌헨)도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 대건고에 재학 중 진출이었고 아직 정식 1부리그 경험이 없다.

이웃 나라 일본과는 많이 비교되는 진출 사례다. 일본은 유럽 빅리그는 물론 중소리그에도 선수들이 진출해 경쟁하고 있다. J리그에서 몇 년을 뛴 뒤 유럽으로 향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중계권 판매를 통해 상대적으로 K리그보다 유럽에 많이 노출됐고 저명한 지도자나 선수들이 오면서 관심을 받아 스카우트들도 많이 살펴보는 편이다. 숭실대 졸업 후 K리그 대신 J리그를 택해 스위스 FC바젤을 거쳐 마인츠05,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까지 갔던 박주호(31, 울산 현대)가 그렇다.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는 일본의 사례는 일부 부러운 면이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친 이누이 다카시(레알 베티스)는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보훔에서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은 월드컵 본선 23명의 엔트리 중 15명이 유럽파였다. 한국은 5명이 전부였다. 한 번도 점검하지 않다가 처음 발탁된 이승우(20, 엘라스 베로나)를 제외하면 4명이 팀을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본은 폴란드와 조별리그 3차전 볼 돌리기 논란을 벌이면서 16강에 올라 벨기에와 짜릿한 승부를 펼쳤고 2-3으로 졌다. 내용을 떠나서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은 불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성(26, 전북 현대)이 26일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홀슈타인 킬로 향했다. 이적료 150만 유로(한화 약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이재성이 1부리그도 아닌 2부리그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성은 그동안 숱한 이적설에 시달렸다. 구단만 따져봐도 발렌시아, 세비야(이상 스페인), 볼프스부르크, 레버쿠젠, 함부르크SV, 아인라흐트 프랑프푸르트(이상 독일), 레스터시티, 에버턴, 왓포드, 풀럼FC(이상 잉글랜드), 벤피카(포르투갈) 등 다양했다.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도 얻었다. 2016년 전북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며 숙원 사업도 해결했다. ACL이 유럽에도 노출, 많은 관찰 대상이었다.

하지만, 진출 타이밍이 계속 맞지 않았다. 지난 2년 넘는 시간 동안 한 달 넘는 휴식 없이 혹사당했고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뛰고도 매력적인 경기력을 주지 못했다.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등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재성 스스로도 한계를 인정하고 더 큰 무대에 대한 갈급함을 느꼈다. 스웨덴과 첫 경기가 끝난 뒤 이재성에게 한계에 관해 묻자 "뭔가 차이를 느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멕시코, 독일전을 뛰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월드컵에서 가치가 하락한 것이 사실"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이재성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사실 이재성에게는 월드컵 후에도 홀슈타인 킬 외에 여러 팀의 제안이 있었다. 조이뉴스24가 유럽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풀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워크퍼밋(취업비자) 발급 기준 중 하나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대표팀 A매치 85% 이상을 소화하고도 랭킹 발표가 미뤄져 유탄을 맞은 셈이다.

프랑스 리그앙 중상위권을 오르내리는 갱강도 있었다. 갱강도 이재성 측에 홀슈타인 킬과 비슷한 150만 유로의 이적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갱강은 2017~2018 시즌 12위였다. 이 외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3차 예선 또는 유로파리그(UEL) 3차 예선 정도에 진출하는 중소리그 명문팀 두 팀도 끼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갱강의 제안이 이재성이 홀슈타인 킬로 마음을 굳힌 이후였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어긋났다. 한계 극복을 위해 변화가 절실했던 이재성도 고민을 거듭하다 2부리그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확인하며 분데스리가 승격을 이끌며 가치를 올리겠다고 판단, 홀슈타인 킬로 향했다. 연봉의 절반을 삭감하는 등 각오도 남달랐다.

이재성은 전북 구단을 통해 "정말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했다. 많은 분이 제 결정에 대해 격려와 우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도 이 도전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반드시 성공해서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쉬운 결단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최근 한국 축구는 돈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높은 이적료 때문에 유럽의 이적 제안이 꺾여 버리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2010~2011 시즌 일본 가가와 신지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진출 당시 이적료는 50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6억5천만원)였다.

이와 달리 한국은 거액의 이적료 지급에 문제가 없고 연봉을 쏠쏠하게 챙겨주는 중동, 중국 등으로 몰려가는 경우가 흔해졌다. 물론 중동, 중국행에 대해 나쁜 시선으로 보거나 비판을 할 필요는 없다. 목적지는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돈을 우선한다는 시선 역시 선수 생활에 있어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차이로 봐야 한다.

그래도 아쉬움을 표현한다면 '도전'이라는 가치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성장한 경우를 제외하고 안정환(42) 문화방송(MBC) 해설위원, 설기현(39) 성균관대 감독처럼 쉽지 않았던 유럽 생활을 버틴 선배들이 가졌던 도전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나홀로 유럽 무대에 도전해 아약스, 흐로닝언(이상 네덜란드), 마리티무(포르투갈),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 비토리아 세투발, FC포르투(이상 포르투갈), 트라브존스포르(터키), 데브레첸(헝가리), 트루아(프랑스)까지 거친 석현준(27)의 경우 한국에서는 '특이한' 사례로 꼽힐 뿐이다. '저니맨'이라는 딱지가 붙은채 말이다.

유럽축구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K리그 구단들은 영세 사업자다. 선수 육성과 임금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다. 보전되는 비용이 아니다. 당연히 이적료 등을 높게 책정해 본전을 뽑으려 하는 측면이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다. 일본 J리그 구단들은 유럽으로 향하는 선수의 문턱(이적료)을 낮춰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A구단 사장은 "냉정하게 말해 구단 수익 구조가 너무 뻔하지 않나. 이적료로 다른 선수도 영입하고 유망주에게도 투자해야 하지 않나"라며 비용의 회전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유럽 클럽 진출의 경우 이적에 따라 구단에 떨어지는 연대기여금 등 다른 부분도 있어 좀 더 넓게 보려고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현역 시절 스트라스부르(프랑스, 1997~1998년), 잘츠부르크(2005년), SV리트(2006~2007년, 이상 오스트리아)에서 뛰었던 서정원(48) 수원 삼성 감독은 "(이)재성이의 선택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럽 2부리그도 경쟁력이 없는 곳은 아니다. 모든 팀에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분명 경쟁하며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며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이어 "소위 재능이 있는 우리 선수들이 유럽 중소리그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한다. (병역 의무 등) 사회 제도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빅리그나 중소리그 모두 배울 것이 많다. 넓게 퍼져서 도전하고 국내 무대로 돌아와도 늦지 않다고 본다. 분명 선수에게는 큰 자산이다"고 설명했다.

이재성이 주전 경쟁에서 성공하고 홀슈타인을 분데스리가에 올려놓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K리그에서 안주해도 될 상황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배움을 택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이재성의 뒤를 따를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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