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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①韓 확전 나선 넷플릭스, 제2 아이폰 쇼크?


위기인가, 기회인가…국내 서비스 확대, 지각변동 예고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 확대 움직임이 논란이다. 넷플릭스는 자본과 자체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재편중인 신흥강자. 국내에서도 케이블TV에 이어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손잡고 서비스 확대에 나설 경우 시장 잠식 등 우려가 나온다. 반면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한류 및 콘텐츠 투자 확대, 소비자 선택권 강화라는 기대도 있다. 이에 아이뉴스24는 전문가 좌담회를 포함 총 3회에 걸쳐 넷플릿스 서비스 확대 논란을 진단하고, 국내 업계와의 상생 등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세계 190개국 회원 수만 1억2천500만명. 이들의 하루 콘텐츠 소비 1억4천만 시간. 지난해 연매출 약 13조원. 올해 콘텐츠 제작 투자비 약 8조9천억원. 대표작 '하우스오브카드'·'옥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현주소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장에 본격 뛰어든 지 불과 10년 만의 성과다.

당초 넷플릭스는 1997년 DVD 대여 업체로 출발했다. 그 뒤 2000년 이용자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고, OTT 서비스를 본격화 한 뒤 2012년 '릴리해머'로 자체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는 변신을 꾀해왔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른 대응으로 방송과 통신 융합이라는 메가 트렌트 속 강자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아시아 시장으로 눈 돌린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도 상륙한다. 하지만 이미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다양한 방송 플랫폼이 활성화 된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단일 플랫폼으로는 시장 확대에 한계를 느낀다. 결국 전략을 선회, 딜라이브, CJ헬로 등 주요 케이블TV와 제휴를 통한 가입자 확대를 꾀했다.

국내 제작진과 연예인이 등장하는 자체(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등 콘텐츠 확대를 통한 입지도 확대해 나갔다. 이를 발판으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의 IPTV와 제휴도 꾀하고 있다. 지역채널인 케이블TV와 달리 IPTV는 전국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찻잔 속 태풍, 태풍의 눈 되나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2년 성적표는 눈에 띌 정도는 못된다. 현재 업계가 추정하는 넷플릭스 가입자는 약 20만명 수준. 미국 등 해외시장 돌풍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른바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이른바 '넷플' 이나 '미드' 마니아층이 상당히 두텁다. 이미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층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와 손잡고 IPTV 가입자를 타깃으로 서비스 확대를 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양방향 유료방송서비스다. 다른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보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다시보기(VOD) 서비스 환경이 갖춰져 있고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이통 3사 IPTV 가입자는 1천400만명이 넘는다. 성장 추세는 이미 케이블TV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국내 IPTV 시장 진출을 두고 지상파를 중심으로 '시장 잠식'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 콘텐츠 의존도가 심화, 결국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및 가입자를 발판으로 이른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상파 중심의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국내 콘텐츠 산업은 넷플릭스의 산업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의 현실적인 국내 미디어산업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규제? 제2 아이폰 쇼크 될라

반면 넷플릭스가 이른바 '메기' 효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가 오픈형 플랫폼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이어 추리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였다. 하반기에도 드라마 '킹덤', 'YG전자'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 특히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참여하는 '킹덤'은 제작비만 약 2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투자 외에 CJ E&M, JTBC 같은 다른 회사 콘텐츠를 사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깨비', '비밀의 숲' 등으로 유명한 CJ E&M의 스튜디오드래곤 차기작 '미스터 션샤인'의 판권을 수백억원대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휴대폰, PC, TV 같은 단말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하면 서비스 확대를 위해 유료방송사 등 다른 플랫폼과도 손잡는다.

넷플릭스는 "콘텐츠·플랫폼 제휴에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절반 가까이는 자체 제작으로 가져간다는 목표. 이를 위한 콘텐츠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콘텐츠를 동시에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서비스인 게 사실"이라며 "제작사라고 해봐야 거대 방송사 하청업체나 다름 없는 경우가 많았던 국내 환경에서 넷플릭스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시장은 국경과 영토 없는 서비스로 세계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 이를 겨냥한 곳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아마존의 '아마존프리미엄비디오', 디즈니가 대주주인 '훌루' 등도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두고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애플은 올해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 진출에 약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이달 월 이용자 10억명 돌파와 동시에 동영상 서비스 'IGTV'를 내놨다.

구글 유튜브는 넷플릭스 같은 월정액 방식 대신 광고 기반 서비스로 월 18억명이 찾는 플랫폼이 됐다. 세계를 열광시킨 싸이 '강남 스타일'이나 한국 아이돌 그룹 최초로 빌보드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DNA' 인기는 유튜브가 있어 가능했다.

이 탓에 국내법으로 넷플릭스 서비스 확대를 막을 수도 없지만, 막는다고 국내 서비스나 콘텐츠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지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넷플릭스 공세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애플 아이폰과 같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지만 오히려 섣불리 빗장을 잠궜다 대응에 실기할 수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우리 정부는 무선인터넷 플랫폼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한국형 표준플랫폼 '위피(WIPI)'를 만들고 2005년 이를 국내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에 의무화 했다. 의도와 달리 이는 외산폰 출시를 막는 장벽 역할을 했다. 콘텐츠 유통도 이통사 중심에 그쳐 생태계도 역부족이었다.

이 탓에 혁신적인 사용자환경(UI)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앞세워 뒤늦게 국내 상륙한 아이폰은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해 갔다. 2009년 말 KT와 손잡은 아이폰의 공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위피는 같은 해 결국 폐기됐다.

아이폰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노키아에 이어 애플을 제치며 세계 스마트폰 1위에 오르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앱 마켓은 개발자들 뿐 아니라 국내 모바일 게임에도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 게임 빅3 매출 중 해외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아이폰 위기를 기회로 돌린 것은 정부 규제가 아닌 변화를 받아들인 기업들의 도전 결과다.

◆국내도 넷플릭스 벤치마킹, 공격 투자 활기

국내 업체들은 이미 넷플릭스를 앞 다퉈 벤치마킹하며 위기가 아닌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공격적인 콘텐츠확보, 플랫폼 개선에 힘 쏟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이를 '넷플릭스 전략'이라 부른다.

가령 CJ E&M은 최근 해외 한류 팬들도 자사 콘텐츠를 실시간 즐길 수 있도록 OTT 서비스 '글로벌 티빙'을 론칭했다. 국가별 유통 시차를 줄이려는 포석이다.

지상파 3사 역시 OTT '푹'을 통해 자사 서비스부터 해외 드라마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도 각각 SK브로드밴드 '옥수수', KT '올레tv 모바일', LG유플러스 '비디오포털'로 자체 웹 예능이나 드라마를 제공하며 새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다.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아예 동영상 기반으로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 상태. 네이버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에서 출자해 설립됐다. 또 칠십이초, 메이크어스 같은 모바일 콘텐츠 회사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카카오도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자체 콘텐츠 수급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해 자회사로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크리스피스튜디오,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를 설립했다. 메가몬스터는 올해 첫 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털이 가야하는 방향도 결국 동영상 기반 유튜브나 넷플릭스"라며 "3~5년내에 동영상, 커머스 등에서 성과가 없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이들 분야에 힘쏟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규모가 작은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나 공급업체(CP)등 과의 상생을 위한 공정경쟁 여건 마련은 선결과제로 꼽힌다.

수익배분 등에 있어서 국내 업체와 역차별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중심으로 불거진 '기울어진 운동장' 등 역차별 논란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관련 제도 정비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확대 자체를 두고 뭐라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전제한 뒤 "다만 (넷플릭스와) 국내 콘텐츠 제공업체 대우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도 국내 투자 확대와 함께 콘텐츠 업계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등 상생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미국 드라마(미드) 만으로 효과적인 나라가 있고 아닌 나라가 있는데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은 인기 미드 외에 로컬 콘텐츠가 정말 중요하다"며 "넷플릭스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공개가 확정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4∼5개 정도지만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또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호응 받을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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