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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8> 고집부리는 부모님, 이것도 치매인가요?


"몇날 며칠을 옷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고… 그렇게 깔끔을 떨던 양반이 이렇게 비위생적으로 되다니 참 이해가 안 됩니다."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해요. '이리 가자'하면 저리 가고, '밖에 산책하러 가자'하면 웅크리고 반응도 하지 않다가 우리가 일하는 동안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하고… 말 안 듣는 응석받이나 사춘기 반항아가 된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사람은 옹고집이 됩니다. 불평이 늘어나고 침울한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주위사람을 배려하는 온화한 멋진 노인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런 불가사의한 일은 노인의 특성을 알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노인이 되면 시력도 나빠지고 귀도 어두워집니다. 그러면 시각세포나 청각세포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뇌에서 처리되는 과정에 변화가 생깁니다.

보통의 경우 감각세포가 받아들인 정보는 후두엽을 거쳐 측두엽에서 처리되는데 감각세포의 정보가 불확실하면 해마 옆 편도체로 전달됩니다. 편도체는 학습, 감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지요. 그래서 노인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인지하기 보다 감정적으로 처리하게 되며, 그래서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솔제니친의 소설 '암병동'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상을 만든 알라신이 지구상 생물들에게 수명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사람은 제일 늦게 갔는데 남은 수명이 25년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사람이 너무 적다고 불평을 하니, 알라신이 그럼 다른 동물들에게 가서 여분의 수명을 부탁해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말에게 가서 부탁하자 말은 자기 수명의 25년을 떼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인간은 개에게 가서 25년을, 원숭이에게서 25년을 빌려왔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25년은 인간으로서 살고, 그 다음 25년은 말처럼 일하며 지내고 다음 25년은 고집센 시바견처럼 살며 마지막 25년은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되어서 산다고 합니다. 고집부리는 노인을 보면 이런 이야기까지 만들어졌구나 싶네요.

그래서 부모님의 성격이 괴팍해지고 뚱하게 지내시면, 속담처럼 '노인은 어린아이 두 명을 합친 사람'이라고 혀를 차게 되지요. 하지만 이런 저런 성격상의 변화가 바로 치매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흔히 기억 문제, 인지능력 저하문제를 주요 증세로 꼽지만 치매의 종류에 따라 성격문제, 정신행동증세가 더 문제시 된다는 것입니다. 치매의 종류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전두측두형치매, 루이체 치매, 뇌혈관성 치매 등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이러한 분류는 주로 치매의 원인과 뇌손상 부위에 따른 분류입니다.

전두측두형치매의 경우 언어 및 사고활동을 담당하고 계획을 세우는 전두엽과 기억중추가 있으며 평형감각등을 주관하는 측두엽에 문제가 일어난 경우입니다.

특히 전두엽의 경우 사춘기의 문제행동과 관련이 있는 부위인데, 전두측두형 치매도 사춘기처럼 문제행동을 많이 일으키지요. 폭력적 행동을 하거나 주위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사라집니다. 음식에 대한 싫고 좋음이 분명해서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아예 손도 대려고 하지 않으며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저희 어머니는 혼자서 걷고 식사도 잘 하시는 데 갑자기 어느 순간 사람이 달라진 듯이 걷지를 못하고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거나 옆의 사람에게 심하게 의존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걷기도 하고 종잡을 수가 없어요." 부모님이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지인의 하소연이었습니다. 파킨슨씨 병은 루이체치매의 원인 질병인데 근육 경직, 몸이 앞으로 구부러진 듯 한 자세가 특징입니다. 이 질병 역시 성격 이상으로 이어지면서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또 파킨슨씨 병은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갑자기 호전되는 등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인데요. 날씨나 피로, 주위에 낯선 사람이 있는 경우 심리적 긴장, 약의 영향 등으로 인해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가 또 어느새 회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환자가 엄살을 피운다, 의존이 심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파킨슨씨 병의 이런 특성들을 이해한다면 최소한 쓸데 없는 오해는 하지 않을 듯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의 노인시설에 오래 근무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반신마비의 경우 오른쪽 마비는 실언의 위험이 있으나 성격상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왼쪽 마비의 경우 성격이 크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자기중심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제멋대로 군다고 하네요.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노인의 고집에 질리겠지만 이게 병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될 듯 합니다.

노인들의 성격변화, 나아가 치매환자와의 소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은 아이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때 부모의 욕심이 사라지고 많은 갈등이 해소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분들의 옹고집과 남에 대한 배려부족, 심한 의존은 '분명한 자기 주장', '살아오면서 형성한 자기 나름의 방식', '자녀에게 마지막 효도를 할 기회를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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