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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느 스타트업의 꿈 'AI 남편과 사는 치매노인'


연극 '스필리킨' 무대에 올리는 최준 쿰업 대표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레거시(관습)을 파괴하는데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최준 쿰업 대표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 것은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준 대표는 iHQ 사장, SK텔레콤 콘텐츠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주연의 영화 '마이웨이'와 엄마와 딸의 이별을 다룬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이 그의 손을 거쳐 기획됐다.

또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담은 3D 뮤지컬 '아마데우스'와 일본의 보컬로이드 캐릭터 하츠네 미쿠의 라이브 뷰잉을 한국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최준 대표를 만났다. 그는 가방에서 AI스피커' 아마존 에코(Echo)를 꺼내 '알렉사, 오픈 미션 코리아'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목사님의 설교 음성이 흘러나왔다.

최 대표는 지난해 콘텐츠 스타트업 쿰업을 세우고 에코에서 실행되는 설교 앱 '미션 코리아'를 만들었다. 미션 코리아는 한국의 40여 개 교회가 온라인에 업로드 한 설교 음성을 에코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은 환자나 노인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설교를 들으며 '힐링'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됐다. 최 대표는 지난 2016년 사별한 아내의 암 투병을 함께 하며 설교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내가 열심히 설교를 들으며 병을 이겨내려 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그는 설교를 음성 콘텐츠로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바로 실천에 옮겼다.

미션 코리아는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영국 등 전 세계에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이용자당 이용시간이 3천656분을 넘어 한국(3천259분) 보다 높게 나타난다.

쿰업은 미션코리아를 아마존 에코 외에도 SK텔레콤의 '누구(NUGU)'와 KT의 '기가지니(GiGA Genie)' 등 국내 AI스피커에서도 서비스 할 수 있도록 사업자들과 협의 중이다.

◆"AI와 감정교류로 치매 진행 늦출 수 있어"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강하며 노인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지금 한국 노인들은 생애 마지막 1년에 대부분의 의료비를 지출할 정도여서 장수가 재앙에 가깝다 "며, "국가 재정도 아픈 노인에 집중돼 있는데,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스피커 앱을 만든 최 대표는 최근 영국 연극 '스필리킨(Spillikin A love Stroy)'의 국내 판권을 얻었다. 2015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화제가 된, AI로봇과 치매노인의 사랑이야기다.

연극 제목인 스필리킨은 나무조각을 하나씩 빼는 놀이를 말한다. 마치 시간이 갈수록 기억을 하나하나 잃어가는 치매 노인의 모습을 비유한 것.

로봇과학자인 남편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혼자 남겨질 치매에 걸린 부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입력시킨 로봇을 만든다. 이 로봇은 남편의 분신으로서 부인 옆에서 흐려져 가는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리기 위해 말을 건다.

이 연극 속 치매노인은 AI로봇을 남편과 동일시하게 되며, 결국 사랑에 빠진다.

최 대표는 이처럼 사람과 AI스피커의 상호작용이 발전된다면 연극 속 AI로봇과 치매노인의 관계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AI와 대화가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실제 치매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치매는 최근 국가책임제가 발표되는 등 치매노인을 돌보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그는 "심리학자들은 시각장애 보다 청각장애가 사회와의 단절감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며 "귀가 멀면 다른 사람과 멀어지기 마련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환자가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다면 자신이 고립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돼 병의 진행 속도도 더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이 연극이 한국에서 첫 '페어 소셜 플레이(Fair Social Play)'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극을 통해 AI스피커의 음성 콘텐츠와 치매환자의 간병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길 바라고 있는 것.

그는 "연극 제작비를 스폰서가 충당하고, 관객은 입장료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연극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연극은 내년 초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국 실정에 맞게 각색할 작가와 주연배우를 찾는 중이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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