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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식탁 노리는 식품업체, '할랄'로 신시장 개척


국내 시장 정체 속 '할랄' 인증 제품으로 성장성 높은 무슬림 시장 공략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시장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가 무슬림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할랄(Halal)' 인증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할랄 푸드'는 돼지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뿐만 아니라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축·처리·가공된 식품과 공산품을 통칭하는 것으로, 인증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 인도네시아 '무이', 싱가포르 '무이스' 등이 있으며, 말레이시아 '자킴'이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할랄 식품 규모는 2013년 기준 전 세계 식품 시장의 약 17%인 1조3천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21%인 2조5천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할랄 식품 시장 성장률은 전 세계 평균(63%)보다 높은 92%다.

이 같은 성장세는 무슬림 인구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1990년 11억명에 머물렀던 무슬림 인구는 2020년에는 19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무슬림 인구 증가율(18.7%)은 현재 전 세계 인구증가율(4.3%)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국내 식품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감소로 정체기를 맞고 있다. 특히 분유뿐만 아니라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 시장은 점차 축소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식품업체들은 일찌감치 '할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할랄 시장의 63%가 집중돼 있는 아시아 지역을 기회의 시장으로 삼고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메뉴를 개발하거나,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은 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데다 한류 열풍에 따라 한국의 문화, 음식, 콘텐츠를 접한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 업체들이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몇 년 전 만해도 '할랄'이 아닌 음식을 먹지 않는 무슬림들이 한국 식품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지만 일부 업체들이 '할랄' 인증을 받으면서 수요가 점차 증가하며 수출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할랄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라면 업체들이다. 특히 2014년부터 꾸준하게 할랄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삼양라면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 2천50억원 가운데 동남아에서만 6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KMF(한국이슬람중앙회) 할랄이 교차 인증돼 할랄 제품만 수출되고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20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작년 말 인도네시아 무이(MUI) 인증까지 획득하면서 올해 2월 할랄 제품을 본격 수출해 월평균 30억원의 수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동남아 수출은 할랄 인증이 인도네시아까지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50% 늘어난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 3월 중동 수출을 위해 ESMA(에스마)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며 "중동에 본격 수출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초가 되는 할랄 인증부터 받아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주요 이슬람 국가 라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곳은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신라면'을 출시했으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40여개 이슬람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할랄 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할랄신라면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할랄 관련 제품을 늘려 거대 할랄 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할랄 전용 브랜드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도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첫 번째 제품으로 '라면'을 선택했다. 올 초 현지 기업인 마미더블데커와 손잡고 '신세계마미'를 설립한 신세계푸드는 할랄 인증을 받은 '대박라면'을 지난 4월부터 판매했다. 김치맛과 양념치킨맛 2종으로 출시된 이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출시 한 달만에 200만개, 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20%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푸드는 조만간 말레이시아 대형 할인점 등 판매처를 2천400여개까지 확대해 전역에 '대박라면'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달 말부터 생산되는 제품을 7월께 국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메뉴로 알려져 있는 김치와 양념치킨 두 가지 맛에 대한 호응이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라면 매출은 51억원, 소스류와 시즈닝 제품까지 합쳤을 때 전체 매출은 81억원 정도를 올해 목표로 잡았고, 지금 추세로 봤을 때는 목표치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고추장·간장·불고기 등의 할랄 인증 소스를 활용한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 시장에서 할랄 인증 한식 소스를 활용해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과 닭을 활용한 가정간편식 제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팔도는 최근 국내 어린이 음료 중 최초로 '뽀로로음료'로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뽀로로음료는 현재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팔도는 이번 할랄 인증을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3월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총 3개 품목 46개 제품을 대상으로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JAKIM)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또 2년 마다 갱신해야 하는 규정상 작년 5월 한 번 더 인증 받았다. 밀가루와 설탕은 KMF(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인증 받았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하는 핵산 등 식품첨가물 등은 MUI(인도네시아 할랄인증 기관)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현재 이곳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 국가 중심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테스트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해마다 20%씩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인근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중동 등에도 한식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식 자체가 현지인들에게는 생소한 제품이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믿을 만한 제품이라는 이미지와 한류 영향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인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끔 판촉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할랄 식품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거대 시장인 만큼 꾸준하게 할랄 인증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할랄 식품은 까다로운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지만, 다른 지역의 식품 시장으로 진입하기에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할랄 식품의 이미지가 고품질, 청결, 건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앞으로도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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