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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ICT가 바꾼 방글라데시 섬마을


KT '기가 아일랜드' 1주년…섬 내 초고속인터넷 보급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를 타고 콕스 바자르(Cox's Bazar)로 한 시간. 그리고 자동차와 배를 갈아타고 30여 분. 거기에 마헤시칼리해협을 가로지르기 위해 작은 모터보트를 타야 했다.

지나가는 옆의 배에서 일으킨 작은 파도에 뱃머리가 움찔거려 앉은 자리에서 엉덩방아 찧기를 수차례. 드디어 만난 모헤시칼리섬은 맹그로브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거제도와 비슷한 면적의 이 섬은 3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미얀마와의 국경이 그리 멀지 않기에 이주민캠프에서 벗어난 로힝야족도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이 섬은 지난해 KT와 국제이주기구(IOM), 방글라데시 정부가 함께 조성한 '기가 아일랜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방글라데시 2021'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방글라데시에서 해외 민간기업이 참여한 ICT 진흥사업은 이번이 첫 사례다.

KT는 모헤시칼리 섬 3개 유니온(행정구역), 25개 공공기관에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했다. 방글라데시 국영통신사 BTCL와 함께 기존 마이크로웨이브타워를 강화하고, 기가 마이크로웨이브안테나를 설치해 500Mbps의 중계속도를 확보했다. 섬 내부는 구리선으로 최대 100Mbps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렇게 조성된 네트워크 환경을 통해 KT는 섬 내 빈곤과 교육 부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했다. 섬을 찾은 10일(현지시간)은 마침 기가 아일랜드 조성 1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이었다. 선착장 근처 마을회관이었던 'IT스페이스'는 섬 주민들의 디지털 교육과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더 나은 삶' 위해 ICT 배우는 아이들

IT스페이스 2층 ICT 교육장에서는 두 개의 원탁에 20명의 대학생·청소년들이 나눠 앉아 컴퓨터를 배우고 있었다.

수업료는 한국 돈으로 3만원 정도인데, 방글라데시 최대 산업인 의류산업 노동자 월급이 5천300타카(6만6천700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3개월 동안 교육에 빠짐없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수강생 중 40%는 여학생이었다.

수강생들은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끄는 것부터 문서작업까지, 한국인 기준으로 볼 때는 상당히 기초적인 것을 배운다. 하지만 이는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한 필수 능력으로 여겨진다.

고등학생인 샤히드 풀라 군은 "컴퓨터 활용법을 배우고 나면 호텔리어 같은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컴퓨터공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옆방에는 커뮤니티 클럽이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기증한 12대의 중고 컴퓨터에 서른 명의 아이들이 달라붙어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 중 집에 컴퓨터가 있는 사람은 6명.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원활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이곳에 오래 머무른다고 한다. 또 머리에 착용하는 VR 기기를 통해 실감형 미디어도 체험할 수 있다.

사프완 군(16)은 "집에도 컴퓨터가 있긴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쓰기 어렵다"며, "지난해부터 하루에 4~5시간씩 이곳에서 컴퓨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프완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의 사용 영상을 업로드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IT스페이스 1층에는 청년사업가들을 위한 공간도 있었다. 이곳 특산품인 마른 생선과 담뱃잎, 코코넛, 소금 등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13명의 청년사업가들은 상품을 콕스 바자르에 배로, 또 그곳에서 버스로 다카에 있는 물류센터에 보낸다. 그리고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방글라데시 전역의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

이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있기 전까지는 오프라인 중개상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하면 중개상 공급가격에 15%를 가산하는데,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중개상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기존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아직은 크게 반발하지 않는 상황. 그동안 다카에 있는 고객에게만 판매하지만, 앞으로 방글라데시 전역으로 배송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터넷 통해 실시간 영어교육

IT스페이스에서 나와 차를 타고 10여 분을 이동해 업질라종합병원에 도착했다. KT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모헤시칼리 섬에 모바일 초음파기와 혈액분석기 등을 지원했다.

3명의 의사가 하루에 4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이 중 원격진료가 가능한 의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1년간 국내 의료진이 이곳을 찾아 여러 차례 교육을 했지만, 현지 정부가 의료 소외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마땅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 떠난 의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섬 내 각 보건소에 설치한 원격의료장비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살린 사례도 있다. 이 병원 의사 쵸듀리 씨는 "지난해 복통을 호소하던 임산부의 아기가 거꾸로 누워있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고, 상급 병원에 이송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된 아디나스국립초등학교가 있었다. 5개 학년 760명이 다니는 이 학교에서는 KT의 화상회의 솔루션인 케이박스(K-BOX)를 이용해 400여㎞ 떨어진 다카에 있는 영어선생님과 수업을 진행한다.

한 교실에서는 60여 명의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여러 학년이 물려 쓴 것으로 보이는 낡은 교과서에 아이들이 서너 명씩 살을 맞댄 채, 선생님이 하는 말을 따라 하고 있었다. 냉방기구는 천정에 달린 실링팬 하나뿐이었지만, 저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화면을 뚫어질 듯 바라봤다.

이 학교 교사인 루비울 후세인 씨는 "섬의 선생님들은 주요 과목 외에는 가르쳐주지 못하는데,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가르쳐 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KT와 국제이주기구의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무한정 도와줄 수 없는 만큼 주민들이 ICT를 활용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다.

페피 시디크 국제이주기구 대표는 "빈곤국인 방글라데시에서 KT와 함게 주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도와줄 수 있어 감사하다"며, "방글라데시의 다른 도시에도 이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헤시칼리(방글라데시)=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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