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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람]"아무도 가지 않은 길"…'진동 없는 헬기' 도전


곽동일 KAI 책임연구원 "헬기 진동 줄이는 핵심 SW 기술 확보"

[아이뉴스24 성지은 기자] 좋은 헬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동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헬기는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양력(떠오르는 힘)을 얻는 항공기인데,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과정에서 기체에 심한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동이 제어되지 않으면, 헬기 조종사의 신체 피로감이 높아져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 특히 심한 진동으로 문제가 발생할 시 헬기 추락과 인명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위험이 크다.

이에 헬기의 진동을 자동으로 계산해 기체에 생기는 진동을 줄여주는 '능동 진동 제어 시스템(AVCS·Active Vibration Control System)'은 헬기 연구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한국항공연구원(KAI)은 국내 최초로 AVCS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해당 개발 프로젝트를 이끄는 곽동일 KAI 책임연구원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헬기 진동을 줄이는 핵심 소프트웨어(SW)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연구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KAI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자금지원을 통해 소형 민수헬기를 개발하는 사업에서 핵심 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AVCS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1년 1월까지 68개월간 AVCS를 개발하고 인증까지 획득하는 내용이다. 향후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도 해당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AVCS는 헬기의 핵심 기술인 만큼 개발이 쉽지 않다. 로드(LORD) 같은 전문업체는 기술 이전을 기피한다. 완성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한다. 그러나 핵심 기술이 없으면 헬기 개발에서 해외 업체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KAI는 지난 2015년부터 헬기 핵심 기술로 AVCS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동형 진동 저감 장치로 기체 내 진동을 일부 흡수했지만, 비행 환경 변화에 맞춰 진동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AVCS는 프로펠러를 돌리며 발생하는 진동을 센서를 통해 계측하고,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계산한다. 이후 제어 명령을 통해 하중 발생기에 신호를 보내고 하부에 상부와 반대되는 진동을 만들어 헬기 내 진동을 상쇄한다.

KAI는 이 같은 전체 시스템을 조율하는 SW 기술을 개발 중으로, 헬기의 상황 정보를 받아 비행 환경 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헬기 진동을 제어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SW 기업 매스웍스의 임베디드(embedded) SW 개발 도구 '시뮬링크', '임베디드 코더' 등을 활용해 개발 시간을 절반가량으로 단축했다. 두 SW는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짤 필요 없이 기존에 만들어진 코드를 블록처럼 자유롭게 조합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테스팅을 거쳐 C언어로 재생성할 수 있게 돕는다.

KAI는 AVCS의 핵심 SW 기술을 헬기에 탑재,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을 거쳐 기술을 최적화할 예정이다. 내후년 경 기술 개발이 완료된다.

곽동일 책임연구원은 "헬기마다 센서와 하중 발생기의 위치가 다른데, AVCS에 필요한 SW 기술이 없으면 헬기마다 턴키 방식으로 해외 기업에 사업을 맡겨야 한다"며 "반대로 SW 기술을 확보하면 우리가 보유한 헬기에 맞춰 진동을 줄이는 최적화 기술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까지 인증을 받고 수리온을 포함한 국내 헬기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노후화된 헬기의 쓰임새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핵심기술을 확보해 응급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헬기에 적용하고 아시아 지역 등으로 헬기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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