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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트럼프,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다.(하)


-트럼프 경제학(Trumponomics)은 ‘크로니 캐피탈리즘’(Crony Capitalism)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우리는 하루아침에 역사상 최고의 삶을 미국에 안겨준 경제 이념에서 후퇴했다. 트럼프의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회복할 수 없는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의 저서 ‘보수의 양심’(Conscience of a Conservative)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전 세계가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격렬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단순히 생각해도 관세 부과로 인한 철강 가격이 오르면 이를 가공하는 연관 산업은 당장 원가가 상승할 것이고, 그 만큼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의 경우 미국 철강의 26%를 소비했다. 건설 40%에 이어 가장 많다. 관세 부과 이전에도 포드 자동차의 경우 높은 원자재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캐터필러(Caterpillar)와 디리(Deere) 같은 중장비 회사도 원자재에서 철강의 비중이 큰 회사로 꼽힌다. JP 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과로 인해 캐터필러와 디리의 내년 매출이 각각 6%와 9%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식료품도 예외는 아니다. 알루미늄 관세가 맥주 회사들의 캔 원가를 상승시키게 되는데,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인 쿠어스(Coors) 맥주의 경우 가장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뿐만 아니라 수프를 캔에 담아 파는 캠벨 수프(Campbell Soup)도 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미국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할 수 없다.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정작 큰 파도는 세계 각국이 보복 관세를 도입했을 때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피차 엄청난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산업계에 끼치는 피해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공들여 구축한 세계 자유무역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는 실제 각계의 우려가 매우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북미에서 유일하게 탄소, 스테인리스, 전기 강판 등을 모두 생산하는 AK 스틸은 주가가 무려 9.5%나 폭등했다. 같은 날 S&P 500 지수는 1% 넘게 빠졌다. 유에스 스틸도 6% 가까이 뛰었다. 철강 대기업인 뉴코의 드류 윌콕스 부사장은 관세 부과를 “미국 시장에 철강을 덤핑하는 외국의 경쟁사들에게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메시지”로 표현했다.

이같이 미국 경제 전반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일부 산업에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 또 지난 9일 행정명령 서명 당시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서명 모습을 지켜본 철강 업계 노동자들도 혜택을 받은 대상이다. 이들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를 찍은 화이트 칼러 노동자들이다.

철강만 놓고 보면 관세의 혜택은 14만 명의 철강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6백50만 명에 달하는 철강 소비 산업 노동자들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관계 당사자 일부에만 혜택을 주는 경제 정책을 ‘크로니 캐피탈리즘’(Crony Capitalism)이라고 한다. ‘패거리 자본주의’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보수의 양심’(Conscience of a Conservative)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Jeff Flake)는 자신의 책에서 160쪽을 할애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학을 ‘패거리 자본주의’로 맹비난했다.

플레이크의 견해로는 트럼포노믹스(Trumponomics)는 ‘거대한 실수’다. 그것은 공화당이 자유 무역과 자유 기업의 핵심 원칙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역사상 최고의 삶을 미국에 안겨준 경제 이념에서 후퇴했다. 트럼프의 ‘패거리 자본주의’가 회복할 수 없는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

플레이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능한 꿈’을 파는 노점상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의 광부 및 제조업 노동자들은 미국이 단순히 멕시코 자동차와 중국 상품을 봉쇄하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되돌아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래의 경제에 기대하는 대신에 트럼프의 국수주의자들은 과거의 경제 정책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 설혹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하더라도 21세기에는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플레이크는 평가했다.

미국은 또 1980년대에 비해 30% 적은 노동자로 2배 가까운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멕시코가 아니라 자동화와 로봇이 실업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미국은 미래의 일자리와 산업을 창조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암담한 것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할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플레이크를 화나게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공장을 짓고, 어떤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시시콜콜 경제에 간섭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의 CEO들을 줄지어 세워놓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팍스콘(Foxconn) 덕분에 위스콘신 주에 적어도 3천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는 최근의 발표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업 재능을 모든 미국인을 돕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플레이크의 생각은 다르다.

“트럼프는 특정 경제 분야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할 뿐만 아니라, 특정한 회사들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경제에 간섭하려고 한다. 이것이 보수주의자들의 전유물인 ‘패거리 자본주의’라고 지적했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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