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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영화성평등센터 '든든', '미투' 너머 이정표 될까(종합)


문소리 "'미투' 폭로, 영화계 전체 문제…인정하고 반성해야"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한국영화계가 성평등센터 '든든'의 개소와 함께 성평등 문화의 안착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영화계에 만연했던 성폭력적 관행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든든'이 성평등 가치에 기반한 영화산업 노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섰다. '든든'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영화인들과 함께 하는 한편, 그 이후 영화인들이 머리를 맞대 장기적 고민을 이어가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 및 영화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토론회가 진행됐다. 1부 행사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소개와 활동 계획 발표가 이뤄졌다.

'든든'의 센터장을 맡은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은 약 2년여 간 실태 조사와 센터 설립에 여성영화인들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알렸다. 심재명 대표는 "'미투' 운동, 젠더이슈가 크게 발화하면서 예상보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고 관심을 가져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여성영화인모임은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2016년 '영화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 문제가 심각하다 생각했고 그 때부터 논의해왔다"며 "2017년 1월부터 여성영화인모임과 영진위가 함께 성폭력 대응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고 여름부터 실태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시의적절하게 온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하다보니 이제야 개소를 알리고 실태를 발표하게 됐다"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성폭력 예방 뿐 아니라 영화계 교육 홍보, 피해자 지원 등을 비롯해 성희롱과 성추행 예방을 넘어 한국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입안 활동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고 알렸다.

그에 앞서 오석근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은 "영화계 넘어 예술분야에서 각기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며 "우리 역시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동료 친구들의 고통 외면한 것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진위는 일찍이 성폭력 문제의 중대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2016년 말부터 단체들과 산업내 성범죄 예방 근절 위해 노력했다"며 "2017년 1월부터 지원하는 모든작품에 대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성폭력 유죄 판결을 받은 영화인은 지원에서 배제하며 성폭력 근절 의지 명확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범영화계 차원의 '든든'을 개소하게 됐다"며 "앞으로 성평등센터 '든든'을 통해 우리 영화계에서 발생 가능한 폭력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영진위도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성폭력 근절 및 2차 피해 예방, 성평등 실현을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알렸다.

임순례 감독은 이날 '든든' 개소와 최근 문화예술계 전반에 크게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는 자신의 시각을 정리해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 말씀 드리려 한다"며 "하나는 한국영화계 내 우리도 깜짝 놀랄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 소리내지 못하고 이 곳을 떠난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현장에 돌아오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여성 동료들이 그런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꼼꼼히 살필 것"이라며 "앞으로 영화계에 입문하려는 수많은 예비 영화인들이 이런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환경으로 인해 영화 일을 포기하지 않게 되도록 유념해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알렸다.

이어 임순례 감독은 "두 번째는 개인적 견해인데 '미투' 운동이 일부 어떤 거대한 다른 것을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설, '진보진영 분열을 위한 것'이라는 잡스러운 이론들이 세력을 얻어가고 있는 현상에 대단한 우려를 표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가 많다고 해서 집안에서만 살 수 없지 않나. 발생 원인을 찾아 분석, 제거해야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여성과 관련된 이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논리로 덮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물길이 바르게 합리적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정말 원하는 성 평등 사회, 결국 한국사람들이 모두 꿈꾸는 민주사회로 가는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알렸다.

2부에서는 영화계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 실태 결과발표 토론회가 이어졌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진행을 맡고 배우 겸 감독 문소리, 감독 남순아,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 법무법인원 원민경 변호사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배우 겸 감독 문소리는 이날 배우로는 유일하게 토론회에 참석해 '든든'의 개소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그간 만연했던 한국영화계 성폭력적 관행을 함께 돌이켜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개소 소식은 굉장히 반갑고 응원하지만 이 자리 토론에 참석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조금 주저하기도 했다"며 "'내가 이런 문제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감정의 큰 동요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고 참석을 결정하며 겪은 고민을 돌이켰다.

문소리는 "하지만 그동안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폭로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미투 운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로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며 "내 주변 동료 선후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걱정했고 내 영화 인생을 종적으로 되돌이켜 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든 시간들이었다"며 "내 주변을 보니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많은 영화인들이 아프고 초조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더라.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이구나'라고 굉장히 절감했다"고 알렸다.

그는 "그러면서 첫 번째로 우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거나, 암묵적 동조자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었음을 영화인 전체가 사실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러니 이것은 곧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는 시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관객들, 온 국민들이 이런 시간들을 통해 배신감, 분노를 느껴 한국 영화, 문화예술계 전체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 시각들이 굳어지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문소리는 "'든든' 개소 소식에 정말 반가웠다"며 "2016년 준비해 작년 한 해 실태조사를 했고 지금 필요한 때 개소한다고 해 반가웠다. 그런 것을 미리 준비해준 선배 여성영화인들이 든든했고 한편 자랑스럽기까지 했다"고도 말했다.

이후 질의응답 순서에서 문소리는 "유명인들의 폭로가 '미투'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최후 수단이 폭로였다면 그것을 넘어서 우리가 다 같이 할 수 있는 무엇이 생겼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반가운 일 같다"고 고무적인 상황을 짚기도 했다.

"폭로를 할 것인가 아닐 것인가에 대한 것을 넘어, 다 같이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남성과 여성이 같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곳이 '든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문소리는 "그런 과제가 주어진 것 자체가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준 것 같다. 그 점에 있어 굉장히 많은 유명 배우들도 반갑고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이라 본다"고 알렸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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