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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RG 발급제한·여신심사 강화에 '골머리'


전문가들 "금융기관의 여신축소로 조선업계 재무건전성 다시 악화"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금융업계가 조선사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제한하는가 하면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조선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유동성과 해외 수주 확보를 위해선 금융업계의 지원이 필수적인데도 금융업계가 지나친 몸 사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계는 조선업의 구조조정과 지난 2016년 수주절벽에 따른 올해 매출급감 등을 우려해 RG 발급을 제한하고 여신 심사를 강화하는 등 위험노출도(익스포져) 줄이기에 나섰다.

실제로 최근 2년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상장 조선 4사에 대한 금융기관의 익스포져는 41% 가량 급감했다. 전체 금융기관의 빅4 조선사 익스포져는 지난 2015년 66조200억원, 2016년 58조4천억원, 지난해 말 39조1천억원으로 매년 20% 가까이 줄었다.

RG는 조선사가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를 말한다. 통상 건조의향서 체결 등 수주시점부터 RG 발급까지 짧게는 1주에서 길면 한 달 정도 걸린다.

발주처는 계약 체결 전 RG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본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RG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권이 조선업계의 리스크 분담을 회피하고자 쉽게 RG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금융권의 여신관리 강화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2016년 말 16조732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7조8천294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5조3천272억원에서 3조6천942억원으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수주했을 때 RG를 발급받는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다"며 "물론 금융권의 리스크 회피는 당연하지만, RG를 제때 발급해주지 않으면 조선사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조선사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RG가 발급되지 않아 계약이 되더라도 취소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업황 회복을 바탕으로 대출금 회수 속도와 지원을 해주면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STX조선은 지난해 10월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그리스 선사 오션골드로부터 수주했지만, RG 발급 지연으로 계약취소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또한 이미 수주한 선박 11척 중 4척은 RG 발급이 안돼 선주와 계약을 미루기로 했다.

정부는 RG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시중은행에도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반 사기업에 리스크 분담을 강요할 수 없다 보니 실효성이 있는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타인자본조달의 주공급원인 금융기관의 여신축소는 업황부진에 따른 조선업계의 실적 악화와 맞물려 신규 자금조달을 어렵게 했다"며 "이는 다시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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