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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불어도 불안", 지진 트라우마에 심리상담 '급증'


주민 극도 불안·두통증세 호소…주민들 생필·구호용품 구매하기도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 경북 포항 한 연구소에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창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어도 공포감에 휩싸인다. A씨는 지난 15일 포항에 규모 5.4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연구소 안에 있었다. 건물이 흔들리며 비커와 플라스크 등 각종 실험용품이 깨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그는 책상 아래로 피신해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이후 극도의 불안 증세와 피로감, 우울감 등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지진 당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뇌에 깊숙이 들어왔는지 그 소리가 계속 귀에 맴돌고 있다"며 "유리창이 흔들리는 소리만 들어도 소스라친다"고 호소했다.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 본진 이후 여진이 연일 발생하면서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근 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현장심리지원단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총 451건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지난 17일에는 45건, 18일 34건, 19일 181건, 20일 191건으로 날이 갈수록 상담 건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재민은 물론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지 않은 주민들도 여진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면증과 답답함 등 정신건강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 남구 양학동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세훈(30)씨는 "본진에 이어 여진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이제는 핸드폰 진동만으로도 깜짝 놀란다"며 "처음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는데 이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더 큰 지진이 올 때를 대비해 생수 등 생필품과 재난 구호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실제로 영남권역 이마트의 경우 지진 발생 당일인 15일 하루 동안 지난주 같은 요일에 비해 소화기와 지혈대 등 재난구호용품 매출이 60%가량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용 라디오는 178.5% 신장했으며 핫팩은 146%, 라면은 36.3%, 생수는 24.8% 증가했다.

정부는 현장심리지원단을 통해 ▲심리적 응급처치 ▲고위험군 선별 및 사례관리 및 의료기관 연계 ▲고위험군 외 일반주민 대상 프로그램 운영 등 재난 시 심리처치 단계에 따라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진발생 후 우울과 불안, 불면 등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으로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조속히 심리상담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만성화되지 않도록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긴급한 심리지원이 필요없거나 포항 거주민이 아니더라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24시간 핫라인(1577-0199)을 통해 실시간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역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해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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