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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온 국민이 트루먼 쇼 주인공


[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지하철에 졸고 있는 여자 좀 보세요.", "제 뒤에 연인이 싸우고 있는데요. 사연이 재밌는 것 같아요."

최근 페이스북을 하다 이같은 짧은 문장과 함께 올린 사진, 동영상을 봤다. 수많은 댓글이 달린 게시물이었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속 주인공은 정치인도 연예인도 아니었다. 당사자들은 평생 묻고 싶을 순간일텐데 사전동의 요청도, 물론 출연료도 받지 못했다.

스마트폰과 가입된 SNS만 있으면 누구나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평범한 내 삶이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뺨치는 화제성을 가지고, 옆집 친구가 톱스타 못지 않는 1인 미디어가 되는 세상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라이브' 시대엔 사적과 공적 영역이 흐려진다. 그저 놀랍고 신기해서, 구독자 수를 의식해서 누른 버튼 하나에 누군가는 사생활을 침해받을 수 있다.

한 인터넷방송 BJ는 해수욕장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무작정 구애하며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사생활 침해 정도가 아니라 온라인 마녀 사냥, 범법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240번 버스' 사건 처럼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여론 재판이 벌어진다. '몰카'도 타인의 일상을 나만 몰래 보는 음란물의 한 컷 정도로 인식해서 생기는 범죄다.

우리는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 트루먼이 자신의 삶이 '쇼'로 기획돼 감시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데 측은해 한다. 그러나 이제 전 국민이 트루먼 쇼 주인공이 될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에선 인터넷 방송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인터넷 방송 규제는 이를 보는 사람, 만드는 사람,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모두에게 발전적이지 못한 조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법적 제재가 가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단계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리더라도 숙고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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