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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아무도 반기지 않는 '컵 보증금' 부활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10년만에 다시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앞으로 음료를 마실 때 지금보다 약 50~100원 가량의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우선 환경부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이 제도를 고민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컵 보증금 제도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약 7년간 유지돼 오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폐지됐고 그 이후 일회용 컵 사용량은 급격히 늘었다. 특히 국내 커피 소비량이 점차 늘면서 일회용 컵 사용규모는 연간 약 260억 개에 달해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08년 당시 업체들은 자발적 협약을 통해 이 제도를 시행하며 일회용 컵 하나당 50~100원씩 보증금을 받은 뒤 소비자가 컵을 가져오면 돈을 돌려줬다. 하지만 낮은 회수율과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일면서 결국 폐지됐다. 같은 이유로 지난 2014년 서울시내에 위치한 매장을 대상으로 컵 보증금 제도를 부활시키려 했던 서울시도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이를 무기한 연기시켰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 같은 문제와 지적을 잊고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재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부터 음료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컵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50~100원 가량하는 컵 보증금을 받기 위해 일회용 컵을 다시 가져가는 이들도 많지 않아 회수율도 낮을 것이란 지적도 빗발치고 있다.

한 소비자는 "현재 커피전문점 마다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가지고 갈 경우 300~500원 가량 할인해 주고 있다"며 "이걸 보면 이미 커피 값에 컵 가격이 포함된 것 같은데 보증금까지 받는다고 하는 건 가격만 올리는 꼴"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업계 역시 일회용 컵 보증금 부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선 가격 인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정부가 '동전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동전 확보가 어려워 컵 보증금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는 업체들의 경우 컵 보증금을 반환하는 과정에서 발생될 여러 문제들로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이처럼 소비자와 업계가 모두 원하지 않는 컵 보증금 제도를 두고 환경부는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통해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한 후 일회용품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만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생산자도 재활용 의무를 지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겠다는 환경부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이미 과거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제도를 재추진하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돈'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환경부의 얄팍한 대처 방안에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가 업체마다 다른 일회용 컵 재질을 통일시키고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분리해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해 분리수거를 유도한 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때 컵 보증금 제도를 추진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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