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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한국당 100일, 비전 있는 야당 돼야


[아이뉴스24 정지연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7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이날은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서의 100일을 맞이한 날이기도 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알맹이 없는 억지 자화자찬의 '쇼(Show)통'이다. 실망과 무능, 독선과 포퓰리즘의 100일이었다"며 문 대통령의 행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나 100일을 맞은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위기를 겪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지난 11~12일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여야 간 협치가 잘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3%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중 절반인 45.5%가 가장 큰 책임의 원인으로 자유한국당을 꼽았다.

지난 14~15일 중앙일보가 전국의 성인 남녀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7.4%로 한자리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의 반응대로라면 자유한국당도 '실망과 무능, 독선과 포퓰리즘의 100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듯하다.

자유한국당은 왜 민심을 잃고 있을까. 바로 '야당의 오류'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당의 역할은 정부 여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견제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국민은 비판할 때는 비판을 하더라도 때로는 협력으로 성과를 내놓길 바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의 비판적 임무를 의식한 때문인지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반복해왔다.

일례로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공관병 갑질' 논란이 벌어져 분노한 민심이 분출되는 와중에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홍 대표는 "최근 군 개혁을 명분으로 좌파단체가 중심이 된 고발 사건이 난무하고 있다. 군 장성을 여론몰이로 내쫓고 있다"고 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명백히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인권의 문제임에도 진영 논리를 먼저 끌어들이는 행태는 반감을 불렀다.

담뱃값 인하도 이해하기 힘든 자충수였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새누리당 정권 시절 전면에 나서 담뱃값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이 된 후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지만 2년간 시행해보니 흡연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의 담배 판매량은 정부 예측에 미달한 반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과 2016년의 담배 세수는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에 비해 각각 3조5천억원, 5조3천억원이 증가해 약 10조5천억원, 12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값 인상으로 증진된 것이 국민 건강이 아니라 세수 확보였던 것이다.

당시에도 2천원 인상으로는 금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담뱃세 인상을 밀어부쳐 세수증진 효과를 만끽한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 다시 법안을 되돌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증세 기조에 반대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자유한국당이 이같은 반대를 이어가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문 대통령의 취임 15주차 국정 수행 지지율은 72.4%다. 민주당도 52.3%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16.9%에 그쳤다. 지난 대선 때 홍 대표의 득표율인 2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외연을 넓히기는커녕 집토끼를 모으는 것에도 실패한 상황이다.

이회창 전 총리는 최근 출판한 회고록에서 "보수는 끊임없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개혁을 위해 고루한 기득권 의식이나 틀에 박힌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좌파가 선호해 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에서 저촉되지 않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히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넘어 비전의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은 무엇인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중히 고민하는 정치를 해야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정지연기자 bereal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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