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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한정훈 "운 좋은 배구선수죠"


세터 수업 받던 현대캐피탈서 자유신분으로 이적 원 포지션 복귀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현대캐피탈에서 원래 자리에서 뛰었다면 아마 코트에 한 차례도 못나왔을 거에요."

한정훈은 평촌고와 명지대를 거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에서 뛰는 동안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신장 197㎝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였던 그는 지난해 세터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현역 선수 시절 V리그와 한국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세터였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한정훈에게서 장신 세터 가능성을 엿봤다.

한정훈은 최 감독과 뿐 아니라 장신세터였던 송병일 코치로부터 조련을 받았다. 한정훈은 V리그 정규시즌에서 많은 경기는 아니었지만 레프트가 아닌 세터로 뛰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에서 세터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정훈은 '재계약이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오프시즌은 선수단 정리가 이뤄지는 시기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 예정인 신인을 위해서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이 있을 경우 팀을 떠나는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선수단 정원도 한정돼있기 때문에 비 주전일 경우 이런 상황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캐피탈에서 자유신분으로 풀린 한정훈은 레프트가 필요한 삼성화재로 왔다. 지난 21일 삼성화재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내 팀 전용체육관에서 만난 한정훈은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운을 땠다.

그는 "어릴 적부터 배구선수로 활동하는 사람 모두가 V리그에서 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현대캐피탈에서 세터로 포지션을 바꿨기 때문에 프로선수로 더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소속팀에서 재계약을 못한 경우 대부분이 V리그 코트를 떠난다. 나이가 젊은 선수라면 실업무대로 자리를 옮겨 뛰기도 한다.

V리그는 KBO리그(프로야구)·K리그(프로축구)·KBL(프로농구)와 견줘 선수 이적이 활발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조기 은퇴하는 선수가 꽤 된다. 한정훈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는 "최 감독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 감독은 한정훈을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레프트 전력 보강이 필요한 팀을 수소문했고 마침 삼성화재는 그자리에 '선수'가 필요했다.

한정훈은 삼성화재에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다가오는 KOVO(한국배구연맹)컵과 2017-18시즌 그는 레프트에서 뛴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역할도 해야한다. 삼성화재는 주전 라이트 박철우 뒤를 받칠 선수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역할을 맡고 있던 김명진이 어깨 수술을 받았다.

지난 시즌 미들 블로커(센터)로도 코트에 나선 적이 있는 최귀엽이 다시 라이트도 자리를 다시 옮긴 이유다. 한정훈은 "삼성화재 합류 후 '라이트로도 뛸 수 있다'는 말을 신진식 감독에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최 감독 그리고 송 코치와 세터 연습을 한 경험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현대캐피탈에서도 그랬지만 새 소속팀이 된 삼성화재에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한정훈은 "대학 시절도 그랬고 현대캐피탈에 있을 때도 삼성화재 팀 분위기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곳에 온 지 얼마 안됐지만 삼성화재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습량이 많다는 얘기를 전부터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현대캐피탈에서 운동량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한 시즌 만에 다시 레프트로 돌아온 그에게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었냐는 얘기도 있다. 한정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세터로 뛴 것에)전혀 불만이 없다"며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처음 입었을 때부터 '어떤 자리에 가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프로에 오고 싶어도 못오는 선수가 더 많다. 이런 상황을 보면 나는 행운아 인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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