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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증인 출석…'이재용'은 없었다(종합)


38차 공판, 코어스포츠, 단독지원여부, 말세탁 경위 파헤쳐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정유라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의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8차 공판이 속개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유라 씨는 당초 담당 변호인과의 논의를 거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이날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증인으로 나선 정 씨는 삼성측 변호인단과의 심문 중 "주변에 만류가 있었다. 하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검사가 신청했고, 판사가 받아들였고, 그래서 나왔다"며, 자진출석했음을 밝혔다.

재판부도 공판 말미에 "9시 30분이 될 때까지 실제 정유라 씨가 증인으로 나설지 여부를 알지 못했다"라며, 이번 증인 출석이 예상치 못한 일이었음을 확인시켰다.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은 최 씨와 이재용 부회장 간의 정 씨 승마지원 특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공판은 정 씨가 독일로 떠나게 된 이유와 코어스포츠 정상 운영 여부, 정 씨에게 집중된 특혜 지원 의혹, 말 세탁과 관련한 소유권 문제와 말 교환 경위 등이 다뤄졌다.

정 씨가 승마 특혜 지원과 관련해 결정권자가 아니었기에 대부분이 "들었다"로 맺어지는 등, 최 씨와 이 부회장 사이에 실제로 뇌물공여와 특혜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직접적 증언 확보는 어려웠다.

◆ 정유라 "아기 때문에 독일 갔다", 승마는 은퇴 결심

우선 정 씨가 독일로 떠난 경위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정 씨는 아기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인 2015년 6월 30일 독일로 떠났다.

떠난 경위에 대해 정 씨는 지난 2014년 겨울 임신으로 인해 최 씨와 갈등을 겪은 후 집을 나왔으나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설득으로 돌아왔다. 박 전무는 이후 최 씨가 정 씨의 임신과 관련해 창피하다며 독일로 잠시 피해있었으면 한다는 말을 정 씨에게 전달, 2015년말까지 독일에 있겠다는 계획하에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독일에 도착했을 때도 말을 탈 생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정 씨는 4마리의 말을 탔는데 그 중 2014년 아시안게임 출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탔던 말인 '로얄레드'만 독일로 올 것이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도착한 말은 한국에서 탔던 4마리 모두 운송됐다.

특검은 "최 씨가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말 4마리 모두를 독일로 보낸 이유는 독일로 가져가 팔고 다른 말을 사기 위해서였나"라고 물었고, 정 씨는 "저는 그렇게 전해들었다"고 답했다. 이 후 말 4마리는 정 씨가 덴마크에서 구금된 이후 처분됐다.

정 씨는 "은퇴할 생각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다. 나올때 재판포기 각서를 쓰고 나왔다"라고 말했으며, 독일로 떠난 직후에도 "비자 얘기는 나왔지만 시민권 이런건 얘기가 안나왔다. 아기가 한국인이고, 당시 남자친구는 군미필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씨는 독일로 떠난 후 말에 올랐다. 최 씨와 박 전무의 설득에 의해서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2015년) 12월까지만 타고 그만 타겠다. 아기 키우는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 씨와 박 전무도) 12월까지만 피해 있으면 (하고 싶은대로) 다해라"라고 했다며, "엄마가 말을 꼭 타야 한다고 해서 탔다. 2015년말부터 전 남친과 급격하게 사이가 안좋아졌다. 한국에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남친과) 헤어지면 돈이 없는 상태였고, 그래서 엄마말을 착실하게 잘 들었어야 했다"고 진술했다.

◆ 마필 소유주 삼성 기재 확인한 최 씨 '버럭'

정 씨가 삼성이 자신의 승마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시점도 쟁점이었다.

우선 정 씨가 독일로 넘어가 채 2개월이 되기 전 박 전무가 2015년 8월께 중요한 손님이 온다며 정 씨에게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시승을 해야 한다고 한 시점이다. 중요한 손님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였다. 당시에 대해 정 씨는 "타라고 해서 탔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승이 끝난 후 나중에 박 전무로부터 삼성전자가 지원할 승마선수 가운데 한 명을 보러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에게 미리 삼성 관계자가 보러 온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특검과 변호인단의 질문에도 공통적으로 답했다.

정 씨는 최 씨에게 살시도라는 이름의 말 한필을 받게 됐으며, 정 씨는 최 씨가 해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살시도를 타고 대회에 나선 정 씨는 2015년 10월 23일께 말 도핑테스트를 통해 소유주가 최 씨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5년말 최 씨가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해 소유주가 삼성인 것으로 추측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에 대해 특검과 변호인단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삼성이 뇌물로써 말을 구입해 최 씨에게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인단은 승마 지원을 위해 말을 구입해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반박해왔기 때문이다. 말의 실제 소유주와 그에 따른 계약 조건 등이 화두였다.

다만 불분명한 진술이 이어지면서 특검과 변호인단 모두 난항에 빠졌다. 재판부까지 나서 맥락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대부분의 증언이 정 씨가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니라 최 씨를 비롯한 주변에서 들었던 내용을 재진술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러다보니 특검과 변호인단의 입맛에 맞게 의미 부여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 씨도 "어머니 생각을 자꾸 저에게 물어보시는데 알수가 없다", "저는 엄마에게 전해 들으니 엄마가 한 걸로 알고 있게 된다. 그렇게 되서 왜 그런지 물어보면 삼성이 나오고 그런 식이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특검이 정 씨가 '삼성 말'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며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자 "이런 의미도 아니고 저런 의미도 아니고, (자신은 그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정색했다.

가령, 2015년말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살시도 소유자가 삼성이라고 기재된 것으로 보고 최 씨가 화를 냈다는 점에 대해서도 특검과 변호인단의 주장이 엇갈렸다. 특검은 삼성이 살시도 구입과 관련해 이 사실을 숨기려 했으며, 그러한 정황이 곧 특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혜 지원 여부가 드러날 수 있기에 이를 감추려 했다는 것.

변호인단은 삼성이 다른 승마 선수까지도 지원할 계획이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정 씨가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4년 공주 승마로 이미 언론에 주목을 받았기에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지원했다는 점이 아니라 아직 다른 선수들이 오지 않았다는데 더 무게가 있다고 언급했다.

◆ 비타나V와 살시도, 어떻게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됐나

정 씨가 삼성이 확정적으로 자신의 지원을 결정했다고 생각한 시기는 2016년 2월 그랑프리급 말인 비타나V와 예비말인 라우징을 받았을 때다. 특검은 삼성이 이러한 말을 구입해 이를 빌려준 것이라면 말의 건강상태를 파악해야하는데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정 씨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했다.

변호인단은 실제 말 매매계약 때다마 정 씨가 함께 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계약이나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변호인단은 용역계약내용을 보면 말의 건강상태 체크와 말을 구입하는 것은 코어스포츠가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특검은 비타나V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독일 중개업자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가 더 높은 가격으로 교환에 나선 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당시 비타나V와 살시도는 블라디미르와 스타샤와 교환이 이뤄졌다.

특검은 심각한 부상을 당한 비타나V가 이전 매입가격보다 비싸게 인수된 경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함부르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기에 중개업자 입장에서 나중 일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코어스포츠 실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오갔다. 특검은 그간 코어스포츠가 최순실 씨의 회사나 진배 없으며, 유명무실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특혜 지원을 위해 설립한 회사라고 꼬집었다. 반면, 삼성측 변호인단은 직원에 의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였음을 강조했다.

정 씨는 코어스포츠에 대해 운동선수를 도와주는 회사로 인식했으며, 승마 외에도 펜싱 등을 지원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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