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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비리' 중심에 선 관세청, 대통령 입김에 점수 조작


심사 시 '한화·두산'에 유리한 점수 적용…감사원, 관련자 8명 징계 요구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관세청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를 세 차례 진행하면서 기초 자료 조작을 통해 노골적으로 특정 기업을 밀어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면세사업 경험이 다소 부족했던 한화와 두산은 수혜를 입어 사업권을 거머쥐었고 롯데는 2015년 두 차례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쓴 잔을 들이켰다. 그러나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자 자료를 왜곡해 1개면 충분한 신규 특허를 4개로 늘려 결국 롯데는 사업권을 되찾았다.

이 같은 의혹이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서 관세청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특히 천홍욱 관세청장은 줄곧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특혜가 없었다. 공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감사원의 고발까지 당해 궁지에 몰렸다.

11일 감사원은 관세청을 대상으로 면세점 특허심사를 감사한 결과 2015년 신규 사업자 선정(1차) 및 2015년 후속 사업자 선정(2차), 2016년 신규특허 추가발급 방침 결정 등에서 총 13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신청 업체의 사업계획서, 세관장 검토의견서 등을 기초로 계량항목 평가점수를 자신들이 산정해 제공하면 특허심사위원들이 별도 검증 절차 없이 이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허점을 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1, 2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매장면적 등을 부적정하게 점수화해 롯데 대신 한화·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 또 2016년 3차 신규특허에서는 미흡하고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4개의 추가 특허를 발급해 경영 환경을 악화시켰다.

◆1차 면세戰, 관세청의 노골적인 '한화' 밀어주기

관세청은 지난 2015년 1월 서울 지역에 시내면세점 특허 3개를 추가 설치키로 하고 같은해 7월 10일 3개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당시 대기업군에 할당된 2개의 티켓을 거머쥔 사업자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으로, 당시 업계에서는 1위인 롯데를 한화가 밀어낸 것에 대해 많은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세관장 검토의견서' 작성 시 한화의 시내면세점이 들어설 곳의 공용면적을 매장면적에 포함시킨 반면, 나머지 6개 업체에 대해서는 매장면적과 공용면적을 구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에 방문했던 실무자는 심지어 공용면적 기재란을 삭제했다.

이후 관세청은 심사 시 한화만 공용면적 기재란이 없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이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세관장 검토의견서에 기재된 매장면적을 그대로 인정했다. 덕분에 한화는 평가 점수가 과다부여돼 해당 항목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고 롯데는 과소부여돼 피해를 봤다.

관세청은 법규준수 부분 점수 심사 시에도 한화에게 유리하게 적용했다. '법규준수도' 점수 산정 시 보세구역운영인 점수(89.48점)와 수출입업체 점수(97.9점)의 평균(93.69점)을 내야 하는데 실무자는 한화의 수출입업체 점수만 평가 담당자에게 보내 한화의 평가총점은 150점이나 과다 부여됐다.

반면 관세청은 롯데에 대해선 모든 심사에서 불리한 기준을 적용했다. 특히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 항목에서는 롯데의 경우 고객 통로구역을 제외한 '영업면적'의 비율을 적용해 평가 점수가 100점 적게 부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세청이 2015년 특허 심사에서 계량항목 점수를 잘못 부여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함에 따라 한화의 총점은 정당점수보다 240점 많게, 롯데의 점수는 190점 적게 부여돼 롯데 대신 한화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당 평가했을 경우 롯데가 271점 차이로 선정됐어야 하지만 실제로 한화가 159점 차이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2015년 2차戰, 고무줄 잣대에 휘청인 '롯데'

2015년 말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시내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롯데를 향한 관세청의 이해할 수 없는 평가는 계속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 워커힐면세점 등 3곳이 모두 '수성'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최종 결과는 신세계, 롯데 소공점, 두산이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충격이 컸다. 특히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의 패배로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관세청의 갑작스런 기준 변경 때문인 것으로 이번 감사 결과 드러났다. 관세청이 2015년 5월 면세점 신청 공고를 내면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최근 5년간 실적으로 작성해 제출토록 하고도 정작 평가 시에는 2년간의 실적만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점을 받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롯데는 기준 변경으로 5점을 얻는데 그쳤다.

관세청은 매장규모 적정성 항목 평가에서도 롯데에게 불리한 심사를 이어갔다. 해당 항목 평가 시 30점 만점을 기준으로 10점씩을 차등해야 하지만 8점씩 차등해 두산이 유리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롯데 월드타워점은 총점이 제대로 받아야 할 점수보다 191점 적게 부여돼 결국 두산에게 사업권을 뺏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세청에서 2015년 후속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계량 항목 점수를 잘못 부여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정당 평가 시 선정됐어야 할 롯데 월드타워를 제치고 두산이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당하게 평가 받았다면 38.5점 차이로 롯데가 특허권을 따낼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두산이 104.5점 차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입김 작용한 3차 면세戰…경영환경 '악화' 초래

2016년 신규 특허 발급은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점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미 많은 신규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관세청은 명확한 기준 없이 4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그대로 강행했다.

결국 3차 면세점의 '황금티켓' 주인공은 롯데·신세계·현대로 결정되면서 롯데는 '월드타워점의 부활'을, 신세계는 '면세사업 확장의 기회'를, 현대는 '면세사업 신규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청와대가 막무가내로 이를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편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발급하라고 지시했고 경제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기획재정부가 담당 부처인 관세청과 협의 없이 5~6개를 추가하겠다고 보고하고 관세청에 사후통보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월 기재부와 관세청이 합동으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신규로 선정한 뒤 추가 선정 여부는 향후 2년마다 정한다"고 발표했던 만큼 지난해에는 신규 면세점 선정이 없어야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신규 면세점 선정은 급박하게 추진됐다.

이로 인해 관세청은 2013년 대비 2014년 서울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을 이미 2015년 신규특허(3개) 발급의 근거로 사용했음에도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해당 자료를 2016년 신규 특허 발급근거로 다시 사용했다. 이로 인해 당시 전문기관 용역 결과 신규 특허 수는 최대 1개에 불과했음에도 기재부와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특허 4개를 추가하도록 했다. 근거 마련을 위해 점포 당 매장 면적, 외국인 관광객 증가분 등 기초자료를 왜곡한 것이다.

이로 인해 면세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실제로 시내면세점이 급증하면서 2015년 이후 서울 시내면세점의 영업손실이 1천322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총 13개의 시내면세점이 영업을 시작하는 올해 말 이후에는 경영 악화가 더 가중될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관세청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신청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서 등 기록물을 폐기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자 관세청장의 지시로 이를 업체에 다시 반환하거나 파기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세청이 제출받은 사업계획서 등은 기록물에 해당하고 이를 해당 업체에 반환하거나 적법절차 없이 파기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며 "관세청의 이 같은 행동으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세청 관계자 8명에 대해 해임, 정직, 경징계 등의 징계를 요구했다. 당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책임자였던 김낙회 전 관세청장과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은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를 통보했고 관련 서류를 파기토록 한 천홍욱 관세청장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천 청장의 경우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씨를 만났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만 감사원은 관세청 직원들과 해당 업체들과의 부당한 거래 등은 이번에 밝혀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관세청 직원과 업체들의 유착 여부에 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로 롯데, 한화, 두산 등 관련 대기업들이 미르,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거액 기부의 대가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가 더 주목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부당하게 특허를 따낸 기업들은 특허를 반납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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