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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논란] ③경쟁활성화, 대안은 없나


분리공시·제4이통 논란 여전 …완전자급제 '촉각'

[아이뉴스24 양태훈기자]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 도입, 통신사업 진입규제 개선(제4이통 선정요건 변경) 등을 예고했지만 이 역시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는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는 게 중론. 법적 근거없는 무리한 공약으로 국민들의 기대만 키운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한 조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큰 상태다.

더욱이 인사청문회 정국이 파행이 거듭하면서 여야 간 갈등도 깊어지는 등 법 개정 및 예산확보를 위한 논의조차 당분간은 어려울 조짐이다. 현실적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급물살 타는 '분리공시제' … 여전히 논란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할 때 지금과 달리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가 이를 따로 분리, 공시하는 제도다. 제조업체의 장려금을 포함, 지원금을 분리해 공시하자는 얘기다.

장려금은 제조사가 이통사 및 유통업체, 이통사가 유통점에 단말기 판매와 관련해 제공하는 지원금을 뜻한다.

당초 분리공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관련 고시 제정 당시 도입을 추진했으나 제조업체의 반발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결과 상위법인 단통법(제12조 제1항 단서)에 위반된다는 의견으로 불발됐다.

12조 1항에는 이통사업자가 자신의 지원금 및 제조사 장려금 규모 등에 대한 자료의 정부 제출을 의무화하되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정치권 및 시민단체는 분리공시로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계속 요구해 왔다. 이번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의 일환으로 이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다.

더욱이 LG전자가 분리공시에 찬성 의견을 낸 것도 도입 논의에 불을 당긴 형국. 결국 반대의견을 고수했던 삼성전자가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담당(전무)은 지난 4일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가별로 마케팅 비용집행이 틀려 한국의 마케팅 비용이 글로벌 시장에 잘못 공개되면 기업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이에 따를 방침"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분리공시제 도입이 출고가 인하효과로 이어지기 보다 오히려 이용자의 지원금 혜택만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원금 위주의 투명한 경쟁보다 이용차 차별을 야기하는 판매 리베이트 중심의 경쟁 촉발 ▲지원금을 내지 않는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등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사가 출고가 인하 압박 및 해외 사업자의 지원금 상향 요구를 우려해 최소 수준의 지원금을 공시하고, 대신 단통법 이전과 같이 리베이트 중심의 현금 페이백 등 불법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이 회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도 정부가 출고가 인하를 강제할 수 없고, 제조사들은 해외에서 출고가 압박을 받지 않기위해 출고가는 유지한 채 지원금만 줄일 수 있다"며, "결국 이는 소비자들의 실 구매 가격만 올라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국내에서 별도의 단말기 지원금을 주지 않는 애플과의 역차별 문제도 있다. 정부가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에 신중해야 하다는 주장이 여전한 것.

실제로 애플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지원금 등 장려금 없이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고가로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지만, 높은 수요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사업자가 불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애플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통신사는 없고, 단통법 시행 이후 애플 점유율은 줄고 삼성전자는 늘었다"고 이를 일축했다.

반면 제조업계는 "중고폰의 경우, 아이폰이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10만~20만원 높게 책정되는 만큼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아이폰의 구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제4이통' 선정 완화, 적임자 나올까

정부는 또 제4 이통사 선정 기준을 기존 '허가' 방식에서 '등록제(신고)'로 완화, 시장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효과 및 시장의 체질개선을 유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통 3사가 과점하는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제4 이통 선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인해 이통서비스에 대한 월평균 지출이 33.10달러에서 23.20달러로 하락하는 효과를 봤다.

이를 위해 해외사례 및 등록제 전환 범위,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올 하반기 관련 입법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허가 중심의 통신진입규제로 제4 이통 선정이 서비스 제공능력 및 재정적·기술적 능력, 이용자 보호계획 적정성 등 까다로운 심사요건 탓에 차질을 빚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선정 요건을 등록제로 완화하면 제4 이통 추진 사업자가 면허를 보유할 수 있고, 주파수 입찰 보증금 정도는 갖게 돼 투자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했다.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제4이통은) 과거 7차례 진입시도가 재정적 능력미흡 등 자격미달로 무산된 바 있고, 현재 상황도 크게 달라진바 없어 당장 제4 이통 등장은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정부는 앞으로 경쟁력 있는 새 사업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의 여건을 고려할 때, 당장은 신규사업자(제4이통) 진입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당장 신규 사업자가 이통 3사와 경쟁하려면 주파수 할당, 설비투자, 단말기 조달, 마케팅 등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비용이 필요한데 현재 주력인 LTE서비스는 오는 2020년부터 5G로 대체되는 만큼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 진입에 따른 실익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가 6천만 명에 달하는 시장 포화상태를 감안할 때 제4 이통이 들어오면 가입자 뺏기 등 경쟁이 과열, 신규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5G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LTE 투자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본료 폐지 사실상 '불가'…완전자급제가 대안?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기본료 폐지'는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번 정책으로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올리고 향후 법개정을 통해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면 단기적으로 통신비 인하효과가 있다고 판단, 기본료 폐지를 무리하게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쟁활성화차원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 인가제를 폐지키로 결정한 상황에서 정부가 폐지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더욱이 공약대로 기본료 명목으로 모든 가입자의 요금 1만1천원을 일괄 인하할 경우, 매출 감소 등의 수익성 악화로 이통사의 5G 투자여력 등이 부족해지는 등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미래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 정보통신기술(ICT) 육성과 이의 주요 기반인 5G 경쟁력 확보를 강조해온 정부 기조와도 상반된 정책 방향이다.

실제로 현재 가입자 6천만 명을 감안, 1만1천원 인하 시 통신 3사의 수익 감소는 단순 계산으로만 7조 9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4조원을 밑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적극적인 5G 투자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신 통신시장의 체질개선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완전자급제'와 같은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의 목표 달성은 물론 독과점 시장이라 비판받는 통신시장의 체질개선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완전자급제는 현재 이통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을 바꿔, 유통은 제조업체가, 이통사는 서비스 가입만 맡은 것을 뜻한다. 소비자는 휴대폰만 구입, 통신사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단말기완전자급제 도입 시 ▲통신비 인하 효과 ▲대리점에 지급되는 수수료가 없어져 마케팅비용(약 3조원) 감소 ▲통신 서비스 및 요금에 대한 본원적 경쟁 강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는 요금, 제조업체는 출고가만으로 경쟁해야 해 출고가 인하 효과는 물론 이통사들의 서비스, 요금, 브랜드 등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것.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이통 시장이 좋아지려면 서비스 시장과 단말기 유통 시장이 분리돼야 하고, 이를 위한 대전제는 개통과 관련없이 공기계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등으로 앞으로 단말기를 따로 구입해 싼 요금으로 가게 될 것으로 예상, 자급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는 자급제 기반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흥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흔히 통신비로 인식되는 단말기 할부금이 사라지는 만큼 체감적 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고, 통신사간 리베이트 경쟁이 완화돼 3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는 정부의 요금인하 방안인 선택약정요금할인 상향 등을 수용해도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더 큰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여야 모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향후 정부와 함께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통신비 부담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유효한 대안들까지 포함해 적극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완전자급제 도입이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를 비롯해 유통망, 소비자 등 ICT 생태계 모든 시장참여자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현행 방식의 유통 구조가 바뀔 경우 당장 제조업체는 자체 유통망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중소 유통점의 피해 등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대중소 상생, 일자리 문제 등 예상되는 반발도 적잖다. 당장 제조업체는 물론 시각차를 보이고 있지만 이통사도 일단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이의 반발 등 진통도 예상된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검토가 안됐지만, 작은 변화가 아닌 큰 변화여서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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