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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취임 공정위, '솜방망이' 처벌 오명 벗을까


대기업과 소송전에선 번번이 패소…패소 등 사유로 취소 과징금 1조원 달해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김상조 체제를 맞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초반부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18일 이중근 부영 회장, 25일 현대위아를 각각 계열사 누락과 불공정하도급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또 같은 달 15일부터 이틀간 BBQ를 상대로 가격 인상과 가맹사업거래 공정화 등에 대한 세무조사 및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 등 대기업, 특히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엄격히 하는 데도 힘썼다.

그러나 그간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를 가해도 기업들의 비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중 하나로 솜방망이 처벌만을 가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세간의 혹평을 듣기도 했던 터라 김상조 체제에서 어떤 방향으로 공정위가 나아갈지 주목되고 있다.

'경제검찰' 역할 했지만…대기업 제재는 아쉬워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 특히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그 동안 문제가 돼 왔다. 한 예로 지난 2016년 11월 공정위는 CJ제일제당이 2011년부터 4년간 대리점의 자사 제품 할인 판매와 지정된 영업 구역 외 판매를 금지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통해 CJ가 거둔 매출액은 8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최대 160억원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었는데도 공정위는 대리점별로 CJ의 갑질을 입증하는 증거자료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억원만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건설사들의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서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과징금을 물렸다. 당시 공정위는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 8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1천115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당초 공정위 사무처는 이보다 많은 12개 건설사에 대해 총 1천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더욱이 담합을 주도한 특정 업체가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해당 업체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없어서 논란이 됐다.

공정위가 지난 5월 발표한 '2016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6년 309개 기업으로부터 총 8천38억5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액수는 2015년(5천889억5천900만원)에 비해 36.5% 증가했지만, 제재 기업은 2015년 381개에 비해 18.9% 줄었다.

게다가 제재를 가해도, 해당 기업이 불복 소송을 걸 경우에는 제재 수위 및 과징금 액수 등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가 적잖았다. 공정위의 확정년도 기준 전부승소율은 2014년 80.3%에서 이듬해 73.8%로 줄었다가 2016년 77.3%로 반등했다. 평균적으로 승소율이 7~80%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소송전에선 번번이 패소했다. 실제 지난 2016년 10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 9월 5일까지 5년간 패소나 직권 취소 등의 사유로 취소한 과징금은 9천955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이 중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 취소액은 총 5천584억9천5백만원으로 전체 과징금 취소액의 56.1%에 달했다.

최근 사례를 보면,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주유소 담합의혹과 관련된 정유사들과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패소하며 현대오일뱅크(753억6천800만원)와 에쓰오일(438억7천100만원), SK이노베이션(764억300만원)에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했다. 같은 해 SK도 대법원에 승소하며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504억9천800만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2012년 농심에 부과한 약 1천80억원의 과징금을 공정위 직권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2014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318건, 제재금액은 1조3천억원에 달했다. 이 중 과징금 부과는 90회 있었고 검찰 고발 횟수는 74회였다. 그러나 이 같은 부분을 감안하면 실제 이들이 과징금 명목으로 낸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활발한 모습 보이는 공정위…향후 관건은?

정권이 바뀌고, 공정위에도 새로운 수장이 취임하면서 공정위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적극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기업에 대한 검찰고발을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시행령·고시를 개정하며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보다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가 행정예고하거나 입법예고한 시행령·고시 개정안으로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표시광고법·방문판매법·전자상거래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 등이 있다.

지난 달 22일 발표된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은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현행 30~70%에서 60~140%로 2배 인상했다. 이로써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최대 과징금을 법 위반 금액의 140%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날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0월부터 공정위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이행 강제금과 형벌이 병과되는 것이 골자다. 2년 이하 징역 혹은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여기에 이행강제금을 별도로 부과한다.

지난 28일 행정예고한 표시광고법·방문판매법·전자상거래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도 관련 분야에서 반복적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을 강화하고, 과징금 가중 기준 점수를 낮추는 등 불공정행위 사업자에 대한 제재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과징금을 약 37% 정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와 23일 4대그룹 경영진들과의 만남 등에서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강조하는 등 연일 기업들에게 메시지도 전달하는 모습이다. 재벌 개혁을 몰아치듯이 하지 않겠다며 달래는 발언도 했지만, 최소한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전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동안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재임하던 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담합을 주도한 총수 일가나 경영진을 검찰 고발하지 않는 데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공정위의 온정주의적 태도도 문제고, 담합의 주도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에도 칼럼을 통해 공정위가 시장감독기구로서의 본분을 잊은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공정위가 앞으로도 계속 활발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오인 참여연대 경제정책팀장은 "시행령 개정,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과징금 규제 등 현재 공정위 권한으로도 할 수 있는 분야들이 많다"며 "공정위가 국회를 통한 입법으로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공정위 자체 권한을 통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구분해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내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인력이 2배 정도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며 "재벌개혁, 유통업 갑질 개혁 등 공정위가 시급히 하고 있는 일이 많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려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달 2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정위의 조직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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