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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용기 바꾼 위해우려제품 판매중단…환경부 '늑장대응'


긴급 위해성 평가서 살생물질 기준초과…7월께 회수권고 예정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기준치 이상의 살생물질이 함유된 생활화학제품이 용기만 바꿔 유통되다 뒤늦게 최종 판매중단 됐다. 그동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던 환경부는 아이뉴스24와 환경운동연합이 해당 제품의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자 뒤늦게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28일 환경부와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올 초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됐던 에코트리즈의 샤움 무염소 곰팡이 제거제·욕실 세정제와 헤펠레코리아의 AURO Schimmel(곰팡이 제거제)는 지난 26일 최종 판매 중단됐다. 환경부가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 결과 발표 후 이들 업체가 제품 제형을 바꿔 출시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환경부는 "스프레이에서 폼 스프레이 형태로 제형을 바꿔 출시한 에코트리즈 제품과 액상 형태로 재출시한 헤펠레코리아 제품에 대한 긴급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여전히 과산화수소가 위해우려수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는 7월 중순께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검증위원회 심의·검토를 거쳐 해당 제품의 회수 권고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초 환경부는 총 2만3천388개 생활화학제품을 전수조사 한 결과 이들 제품 속 과산화수소가 기준치를 과도하게 초과했다며 수거·교환조치를 내렸다.

과산화수소는 함량이 8% 이상일 경우 피부를 상하게 할 만큼 산화력이 강한 화학물질로, 샤움 무염소 곰팡이 제거제에 7%, 욕실 살균 세정제에 4%, AURO Schimmel에 5.3%가 함유됐다. 이는 위해우려수준(1.7%·0.26%·1.7%)을 각각 4배, 15배, 3배 초과한 수치다.

예정대로라면 이들 제품은 다른 성분으로 교체되거나 단종 됐어야 하지만 이들 업체는 제품 제형을 다른 형태로 바꿔 재출시했다. 성분은 그대로인 채 포장만 바뀐 셈이다.

문제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기술연구원이 이들 업체에 "성분 변화 없이 제형만 변경해도 위해우려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 후, 별도의 안전성 검사도 없이 시중에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환경부 역시 "폼 스프레이 형태로 제형을 변경하면 과산화수소가 부유되지 않기 때문에 위해성 평가 시 위험도가 현저히 낮아진다"며 제품 유통을 방관했다.

그 결과 해당 제품들은 최근까지도 G마켓·옥션·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 판매됐다.

아울러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 전수조사 항목이 스프레이형으로만 국한돼 있어 폼 스프레이나 액상 제품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이 제형 변경 제품의 위해성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환경부는 뒤늦게 긴급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 최종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가 완벽히 갖춰지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며 "지난해 처음으로 살생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가 이뤄진 데다, 현재 안전기준을 만드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품목과 제형에 대해서도 위해성평가를 진행해 안전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사후수습에만 '급급'…기업 자발적 노력 필요

위해우려제품이 어떤 제재도 없이 지난 6개월간 유통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고도 정부가 여전히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건안정정책의 핵심이 '사전예방'인데도 환경부가 사후수습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을 개정하기로 했으나 현재 다음 달로 미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스프레이형 세정제·방향제·탈취제에 사용하는 살생물질의 안전기준 신규 설정 ▲부동액·자동차용 워셔액·습기제거제·양초·틈새 충진제 위해우려제품 신규 지정 등도 지연되고 있다.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에 대해 '회수명령'이 아닌 '회수권고' 조치만 취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제품안전기본법 제 26조에 따르면 회수 명령을 어긴 기업에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수 권고를 따르지 않은 기업에게는 회수명령이 다시 내려져 실질적 제재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과산화수소에 대한 안전기준이 법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회수 권고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17개 참여기업(LG생활건강·애경산업·유한크로락스·유한킴벌리·유한양행·한국피죤·한국P&G·옥시레킷벤키저·CJ라이온·헨켈홈케어코리아·SC존슨코리아·보령메디앙스·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다이소·잇츠스킨)과 맺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도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자발적 협약인 만큼 환경부가 직접적인 감독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데다, 이를 어겨도 별도의 제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지난 4월 말까지 제출하기로 한 1차 세부 이행계획도 정해진 시일을 지나 뒤늦게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환경부에서 이야기하는 과도기적 상황이 맞긴 하다"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개정되고 살생물제 관리법이 제정되면 등록된 화학물질만 판매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 규제 이전에 환경부는 물론 시민과 기업 모두 살생물질에 대해 수시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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