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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마트와 손잡은 청년상인 덕에 선산시장 '활력'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 내 '노브랜드' 입점…新 상생유통모델로 진화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24년 동안 상가를 찾는 손님이 없어 상인회에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마트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를 통해 상가가 많이 활성화되고 함께 들어선 청년몰과도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이곳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대표적인 상생 모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성배 구미 선산봉황시장 상인회장은 27일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오픈으로 장기간 방치돼 있던 상가가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선산봉황시장은 지난 1993년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이후 1층에 106개의 점포가 상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점차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5일장이 서는 날을 제외하곤 영업이 어려운 날이 많아졌고 당시 8명의 청년상인들도 하나, 둘 떠나 현재 2개 점포만 남았다.

이로 인해 상가 운영 방안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박 회장은 이마트 청년상인 아카데미에 참여한 30대 청년상인인 김수연 씨를 통해 '당진 상생스토어' 사례를 들은 후 선산봉황시장에도 '노브랜드'를 입점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씨와 함께 직접 시장 상인들에게 상생 스토어 유치를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고 구미시에도 협조 공문을 보내 시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상가 1층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김수연 씨는 "2층에 청년몰이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단독으로 운영하면 손님들이 찾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걱정이 많았다"며 "이마트 청년상인 아카데미를 통해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갔을 때 후쿠오카 전통시장과 마트가 상생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봤고 우리나라에도 당진에 '상생스토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 시장에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지난 2월 시장 상인회는 이마트에 먼저 상생스토어 개설을 제안했다. 이후 당진전통시장 벤치마킹·설명회 등을 거쳐 상인회 모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었고 이날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오픈과 함께 청년들의 새로운 일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찾았던 선산봉황시장 내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20대 젊은층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마트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선보인 것은 지난해 8월 충남 당진전통시장에 이어 두 번째다.

노브랜드 매장을 찾은 40대 고객은 "매장을 둘러보니 인근 마트에서 샀던 상품보다 가격이 30~50% 저렴해 구매 만족도가 크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자주 장을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고객은 "이곳에 하나로마트, 주변에 큰 마트 몇 군데가 있지만 노브랜드 매장에 있는 상품이 품질도 좋고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가 좋다"며 "이전에는 이런 상품을 사려면 구미 시내까지 가거나 인근에 있는 지역 마트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곳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의 2자 협업의 형태로 운영되는 당진과 달리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곳은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청년 창업이라는 새로운 모델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상인들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있다.

1층에서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녕문(28세) 씨는 "이곳은 주말이나 5일장이 없는 날은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했지만 노브랜드가 오픈하면서 이날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다"며 "평소 50대 이상 노인층이 주로 이곳을 찾았지만 노브랜드 덕분에 30~40대 손님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는 30~40대 손님들이 한 손 가득 '노브랜드' 제품을 들고 장을 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였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는 수산물을 제외한 나머지 신선식품을 판매하지 않아 이들은 1층 장터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노점상인들과 가격 흥정을 벌이기도 했다.

60대 한 노점상인은 "이 시장은 인근에 큰 규모의 지역마트 2곳이 생기면서 젊은 고객들이 모두 떠나갔던 곳"이라며 "노브랜드가 이곳에 생긴다고 하니 입소문을 타고 호기심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평소 매출보다 훨씬 더 높게 나와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브랜드 입점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노브랜드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다양한 상품이 있어서 기대는 되지만 주변 마트들이 많이 피해 입을 것 같다"며 "시간이 갈수록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많아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곳에 들어선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선산봉황시장 A동 2층 1천650㎡(약 500평) 중 420㎡(약 125평)의 규모로 구성돼 있었다. 바로 옆에는 17명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과 다양한 장난감을 갖춘 어린이 놀이터, 고객쉼터시설 등이 들어서 있었다.

청년몰에 입점한 한 상인은 "매월 임대료가 2만5천원에서 3만8천원 정도로 저렴해 창업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며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덕분에 고객들의 체류시간도 늘어나고 젊은 고객들도 많이 올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한다. 다만 이 지역 시장의 약점으로 꼽혔던 수산물 판매를 상인회가 요청해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을 구비해 시장 전체의 상품 구색을 보완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상인회가 요청하면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수산물 종류를 더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신선식품만 판매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전통시장의 약점을 보완,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품목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협의했다"며 "앞으로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청년몰의 매출 증대를 이끌기 위해 이곳을 거쳐야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를 찾을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또 상생스토어가 발행하는 전단에 청년몰 콘텐츠도 함께 담을 계획이다.

더불어 사은품 증정 행사에는 이마트가 모든 사은품 비용을 부담하고 청년몰·선산시장·상생스토어 구매금액을 모두 합산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운명 공동체'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지난해 당진에 첫 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청년상인과 협의를 통해 더 나아진 형태의 상생 모델로 진화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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