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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독자GPU 기회? 이매지네이션 매각 공식화


애플과 작별 후 회생 가능성 낮아, 입찰자 예비 논의 나서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애플과 틀어진 이매지네이션이 결국 매각 절차를 밟는다. 인수의향자와 예비 논의를 시작한다. 이매지네이션은 애플과 수년간 GPU 분야에서 협력해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매지네이션의 GPU 특허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인텔과 퀄컴, 미디어텍, CEVA 등이 잠재적 인수자가 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인수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퀄컴 ARM과의 경쟁에 밀린 이매지네이션

이매지네이션은 22일(현지시간) 공식 자료를 통해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그룹으로부터 잠재적인 전체 그룹 인수에 대한 관심을 받았다. 따라서 이매지네이션 위원회는 그룹의 공식 판매 프로세서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으며 잠재적 입찰자와 예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매지네이션의 결정은 급작스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지난 4월 이매지네이션은 애플이 향후 15개월에서 2년 이내에 더 이상 자신의 지적재산(IP)을 신제품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즉, 이매지네이션은 애플로부터 현재 라이선스 및 로열티 계약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작별 통보가 이매지네이션에게는 '엄청난 재앙(absolute disaster)'이라고 평가했다. 이매지네이션은 그만큼 애플에 의존도가 높았다. 애플이 독자 GPU를 설계한다는 추측이 이어짐에 따라 이매지네이션의 주가는 약 70% 가량 폭락하게 됐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매지네이션이 그간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매지네이션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싱글벤더 전략의 효용성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까지 일었다.

이매지네이션은 지난 1985년 설립돼 1994년에 상장된 이후 꾸준히 성장가도를 밟았다. 스마트폰이 본격하된 2009년과 2012년에는 급격히 성장하면서 애플과 인텔이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2012년 이매지네이션은 20억파운드(한화 약 2조9천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칭화유니그룹까지 이매지네이션의 지분 3%를 확보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ATI 모바일 그래픽 사업부를 인수해 아드레노(Adreno) GPU를 독자 설계하고 있는 퀄컴과 말리(Mali) GPU로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ARM과 경쟁에 애를 먹었다.

퀄컴은 통신모뎀과 AP를 통합한 원칩을 통해 LTE 스마트폰 시장 절반 이상을 가져간 상황이었고 모바일 프로세서의 90% 이상의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ARM에 대항하기는 어려웠다. 애플의 의존도를 낮춰보려 했으나 오히려 애플이 아니면 매출을 올릴 수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더군다나 애플이 GPU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이매지네이션뿐만 아니라 GPU 관련 인원을 충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애플과 작별을 통보받은 이매지네이션은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대책으로 GPU 사업을 제외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무선처리장치(RPU) IP 사업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매지네이션은 지난해 GPU 사업부에서 1670억유로의 이익을 거둬들였으나 MCU와 RPU 사업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외부 위기가 보다 심화됨에 따라 그룹 전체를 내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투자은행에 따르면 이매지네이션 본부는 약 4천만파운드(한화 약 58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삼성전자, 독자 GPU 위해 움직일까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GPU 기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전장 부문 등에 GPU가 핵심 부품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로 GPU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엔비디아가 AI로의 사업 전환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티펠(Stifel) 분석가들은 이매지네이션 매각에 대해 모바일과 웨어러블, 차량 및 사물인터넷(IoT) 같은 분야에서 자체적인 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하고자하는 그룹들이 인수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 예견했다.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인텔과 퀄컴, 미디어텍, CEVA, 중국 여러 업체들이 잠재적인 이매지네이션의 구매자가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대부분 파운드리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업체거나 팹리스 기업들이다. 삼성전자 또한 포함될 수 있다.

GPU IP를 다수 보유한 업체는 최근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모바일 시장에 국한하면 ARM과 퀄컴 정도로 좁혀진다. 기존 모바일GPU를 개발해오던 엔비디아와 인텔은 AP 사업에서 손을 때고 타 사업군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자체적인 GPU 프로세서 설계를 위해서는 이매지네이션이 그간 보유하고 있던 GPU IP가 매력적일 수 있다.

애플이 이매지네이션과 작별을 고하고 독자 GPU 설계에 나선다고 예상됐을 때도 업계에서는 개발을 가능하더라도 특허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GPU는 원천기술이 중요한 핵심 요소다.

그간 이매지네이션의 인수합병 가능성은 지속 타진돼 왔으나 애플과 인텔 등이 대주주로 포함돼 있었으며 중국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해 이매지네이션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 인텔과 칭화유니그룹도 남은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매지네이션의 기업가치는 폭락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인수가 어려웠을지라도 현재 주가 폭락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해 누구나 인수의향을 밝힐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며, "삼성전자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수년간 독자 GPU 설계를 추진해오고 있다. 과거 AMD 인수설 등이 거론된 이유다. ARM과 퀄컴 등의 라이선스를 통해 모바일AP인 엑시노스와 통신모뎀인 엑시노스 모뎀을 자체 설계해오고 있다. 하지만 GPU는 ARM의 말리를 가져다 쓰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LSI 경쟁력을 재고하고 파운드리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각각 사업부를 분리했다. GPU IP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면 두 사업 모두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GPU분야 뿐만 아니라 MCU 시장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매지네이션은 ARM의 라이선스 없이도 MCU 설계가 가능한 MIPS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MCU 시장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타 업체의 점유율 상승 요인에는 M&A가 한몫을 담당했다. 프리스케일과 합병한 NXP반도체, 아트멜을 인수한 마이크로칩 등이 강세를 보였다. 이중 NXP는 퀄컴이 인수절차를 밟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자체 설계를 위해 글로벌 공룡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구글은 자체 AP 설계를 위해 애플 아이폰 칩셋 개발자를 영입했으며, 애플은 통신모뎀 독자 개발을 위해 퀄컴 임원을 데려왔다. 최근 삼성전자도 미국 법인에서 GPU 설계, 분석,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기소되고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그간 활발했던 M&A 활동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 부회장은 미국 전장기업 하만과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 캐나다 RCS업체 뉴넷 캐나다, 미국 클라우드 전문업체 조이언트 등을 인수하면서 차세대 기술개발 및 제품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이 부회장의 공백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신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장이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대표를 맡아 고군분투 중이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로 통해 이번 이매지네이션 인수에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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