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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하림 때문에 퇴색된 '나폴레옹 도전 정신'
2017년 06월 19일 오후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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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지난 3월 중순. 경기도 성남시 판교벤처밸리에 있는 NS홈쇼핑 별관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2014년 11월 188만4천유로(약 26억원)에 낙찰받은 '나폴레옹 이각모(바이콘)'가 전시된 '나폴레옹 갤러리'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나폴레옹 전기에 감동받았다는 김 회장의 나폴레옹 사랑은 그가 이끄는 사업에도 곳곳에 묻어 있다. NS홈쇼핑에 있는 외식공간 '엔바이콘(N-Bicorn)'을 비롯해 외식 브랜드 '까페 보나파르트', '웨스턴 레스토랑 비스트로 바이콘' 등의 이름이 모두 나폴레옹과 연관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회장이 '나폴레옹 이각모'를 거액을 들여 사들인 후 일반인에게 공개한 것은 바로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젊은 세대, 기업인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는 좌절할 때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되뇌이며 묵묵하게 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자산 10조원 규모의 대기업인 하림을 이끌게 됐다.

'나폴레옹 갤러리' 오픈 당시 김 회장은 "요즘 '흙수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살아보니 흙수저는 없었다"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듯 현실에 낙담하고 냉소적인 젊은이들이 이제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본받아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폴레옹이 금수저였다면 프랑스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가 착용했던 모자를 산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을 산 것이라고 생각해 낙찰가가 더 비쌌다고 해도 50억원까지 낼 용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회장은 나폴레옹 모자에 수십억원의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장남 김준영 씨에게 하림그룹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내야 할 세금에는 '짠돌이' 기질을 보였다.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100억원 수준의 증여세만 내면 물려받을 수 있도록 편법을 동원해 여러 가지 조치를 해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영 씨는 20살이던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고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하림그룹의 지배력을 쉽게 확보했다.

또 준영 씨의 증여세는 올품이 100% 지분을 가진 그를 대상으로 30%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그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유상감자는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결국 김 회장의 장남은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김 회장은 장남에게 올품과 한국썸벧을 증여한 후 편법적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사며 각 회사들의 매출을 크게 키웠다. 여기에 이달 안에 제일홀딩스 상장이 완료되면 준영 씨가 취할 경제적 이익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 같은 김 회장의 행보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하던 모습과 상당히 모순적이다. "'흙수저'는 없다"고 외치며 "청년들이 자신처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즐겁게 일을 하다보면 뭔가 이뤄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정작 뒤로는 자신의 장남에게 '금수저'를 물려줄 생각만 한 듯 하다. 자신의 자식에게는 현 세대가 겪는 어떤 어려움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당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정신이 김 회장에게는 '편법 승계'에 국한된 것 같아 씁쓸하다. 김 회장이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고자 작은 선물로 마련했다던 '나폴레옹 이각모'의 모습도 이젠 괜시리 처량해보인다.

"젊어서 고생을 하더라도 정신만 살아있으면 훨씬 풍족하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던 김 회장의 말에 과연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들이 공감할지도 의문이다. 이번 일로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이 김 회장의 '표리부동'함으로 퇴색된 것은 아닌지, 하림의 승계지원·사익편취 여부를 조사키로 한 공정위의 판단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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