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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태우기 vs 거짓 목적지, 카카오택시 '골치'


2년째 문제 답보, 카카오·서울시 마땅한 대안 없어

[아이뉴스24 오지영기자] "일부러 (콜을) 안 받았는데 이렇게 타시네요. 허허"

프리랜서 통역가 조모(여·26)씨는 매일 아침 택시 앱 때문에 속을 끓인다. 6개월째 압구정 현대백화점 앞에서 성수동으로 출근하기 위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지만 매번 배차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결국 체념하고 배회 영업하는 택시를 잡아타 목적지를 말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아까부터 계속 카카오택시 부르던 분인가 봐요? 일부러 안 받았는데 이렇게 타시네요"였다.

조씨는 "눈 앞에 빈차가 몇 대씩 지나가는 데도 앱으로는 매번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며 "의정부에 네다섯 번 정도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전부 3초도 안돼서 배차됐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택시기사 김모(남·60대)씨는 반대로 거짓 목적지를 설정하고 탑승하는 승객들 때문에 한숨이 늘고 있다. 최근 김씨는 장거리 콜을 받고 아파트 단지 안까지 찾아 들어가 손님이 올 때까지 5분여를 기다렸지만, 타자마자 손님이 건넨 말은 "큰 길가 지하철역에 내려달라"였다. 김씨는 요즘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승객과 택시기사들 사이에 택시 배차 및 승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지속된 택시기사의 일명 '승객 골라태우기' 문제에 최근 이에 맞선 승객의 '거짓 목적지 설정' 사례가 늘면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6월 현재 기준 누적 가입자 수 1천480만 명, 일 호출 수 150만 건, 누적 운행 완료 수 2억 4천 건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택시를 통해 승객을 받는 기사 회원 수는 24만 5천여 명으로 전국 택시 면허 기사의 88%를 상회한다.

카카오택시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 압도적 시장 점유율로 택시 앱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카카오택시를 둘러싸고 불거지는 승객들과 기사들의 고충은 몇 년째 답보 상태다.

'골라태우기' 문제는 장거리 운행을 선호하는 택시 기사들이 단거리를 가는 승객들의 콜을 받지 않으면서 간접적 승차거부를 제도화하고,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왔다.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의 전국 택시 앱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택시 앱 이용의 불편 사항 1위로 '응대(배차)가 잘 안 됨(전국기준, 23.8%)'이 꼽혔다.

해당 조사를 맡은 강상욱 선임연구위원은 "배차가 잘 안 되거나 목적지 등의 이유로 배차나 승차를 거부하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며 "싱가포르처럼 택시 앱 호출 시 목적지 입력을 강제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5년 '제3자 택시 예약 서비스 공급자 법률'을 제정, 택시 예약 앱에서 강제로 목적지를 표시하게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다.

실제로 앱을 이용 택시 기사들의 장거리 선호는 택시 운행 실태를 보면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지난 2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앱 택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길에서 승객을 태우는 순항배회 영업의 경우 단거리(5km 미만) 영업 비율이 62.5%, 장거리(10km 이상) 영업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콜택시 앱을 이용한 영업의 경우 단거리 영업이 24.3%인데 반해, 장거리 영업이 45.9%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앱 택시를 이용할 경우 택시기사가 단거리 통행보다는 수입이 높은 장거리 통행을 선호해, 단거리를 이용하고자 하는 승객들은 승차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목적지 설정 불가피" vs 서울시 "제재 방법 없어"

최근에는 저조한 배차율에 대응, 승객들이 배차를 위해 거짓 목적지 설정하고 택시를 부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거리가 잘 배차되지 않아 장거리를 간다고 목적지를 설정한 뒤 택시 탑승 후 원래 목적지에 가자고 하는 것이다.

서울시 택시정책팀 관계자는 "원거리를 입력했다가 막상 택시를 타고 단거리를 가자고 하는 시민들의 악용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에 시민이 콜 목적지를 바꾸는 것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시스템 변경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골라태우기를 막는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 목적지 입력 기능 삭제의 경우, 이용자와 기사 모두에게 돌아가는 장점이 훨씬 많아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서 해당 기능을 없앨 계획은 없다"며 "도착지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각 장애인분들의 불편을 해소해준다는 피드백도 많았고, 여성분들이나 실제 이용자들은 목적지 입력 기능을 원하는 경우가 다수"라 말했다.

대신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택시 기사에게 안내를 통해 해당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 노력을 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부 악용하는 분들이 있는 건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기사님들에게 골라태우기를 하지 말라고 꾸준히 안내와 공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와 비공식 회의를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카카오 측에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골라태우기는 엄밀히 말해 승차거부가 아니고, 승객의 목적지 거짓 설정과 변경 역시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승차거부는 승차를 거부한 대상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단순히 아무도 콜을 안 받는다고 이를 승차거부로 보기는 힘들다. 택시기사가 콜을 받았다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경우만 승차거부에 해당하며, 이는 신고 가능하다.

승객이 거짓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는 경우 역시 택시 탑승 후에는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할 방법이 없어 이를 사전에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택시 기사 앱 상에서는 '이 승객 만나지 않기' 등 진상 고객을 대처하기 위한 기능을 제공되고 있지만, 승객이 일방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고 해서 이를 시스템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짓 목적지 설정은) 계약 위반이긴 하지만 사업 구역 내에서는 택시 통행은 의무"라며 "안 가면 승차거부이기 때문에 무조건 가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가 여객사업자가 아닌 민간 기업이라는 점 역시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카오는 저희가 관리하는 여객법 또는 '택시 운송 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통제받는 회사가 아니라 행정력이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을 제시하도록 건의하는 것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지영기자 comeon01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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