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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만 바꾼 위해우려제품…환경부 요구에 판매중단 왜?


분사방식 변경 제안 KEITI가 수락…환경부, 논란일자 안전성평가 늦장 대처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환경부가 "위해우려수준이 초과했다"며 수거 권고한 제품이 성분 변화 없이 그대로 판매되다 뒤늦게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 중 환경부는 이 사실을 알고도 아이뉴스24와 환경운동연합이 문제를 제기하고서야 해당 제품에 대한 안전성 재검사를 업체 측에 고지하는 등 소극적 대처로 논란을 불렀다.

해당제품 제조사인 에코트리즈는 12일 샤움 곰팡이 제거제와 욕실 세정제의 판매를 일시중지한다고 밝혔다. 약 2주간의 검사기간을 거쳐 환경부로부터 자가검사번호를 재교부 받을 때까지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는 설명이다. 자가검사번호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에서 안전기준에 합격한 제품에만 부여하는 일련의 인증번호를 말한다.

올 초 환경부가 발표한 총 2만3천388개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제품은 과산화수소가 기준치를 과도하게 초과했다며 수거·교환조치가 내려졌다. 과산화수소는 샤움 무염소 곰팡이 제거제에 7%, 욕실 살균 세정제에 4%가 함유돼 각각 위해우려수준(1.7%·0.26%)을 4배, 15배 초과했다.

과산화수소는 함량이 8% 이상인 용액은 피부를 상하게 할만큼 산화력이 강한 물질로 알려져 적은 양이라도 흡입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되는 화학물질이다.

예정대로라면 해당 제품은 다른 성분으로 교체돼 출시되거나 단종됐어야 하지만 에코트리즈는 환경부가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닷새 전인 1월 5일 공지사항을 올리고 제품 제형을 리뉴얼해 재판매 한다고 발표했다.

에코트리즈는 "당초 잠정적 단종을 하고 염소계 곰팡이 제거제로 대체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4일 과산화수소의 흡입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제품 제형을 기존 분무형 스프레이 방식에서 거품이 분사되는 폼 스프레이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환경부 산하 KEITI(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받아들여 제품을 리뉴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측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경부 측에 분사 방식 변경이 적절한 조치인지 묻자 "전수 조사 때와 동일한 물질이 들어있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진득진득한 거품이 나가는 폼 스프레이 방식으로 바꾸면 과산화수소가 부유되지 않기 때문에 유해성 평가 시 위험도가 현저히 낮아진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과산화수소를 살생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인체에 위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해성 평가 결과도 공개돼 있다"며 "에코트리즈와 환경부는 제품 형태를 변경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폼 스프레이 제형도 액체가 분무기로 뿌려지는 구조로 스프레이의 한 형태로 보이는 만큼 그에 따른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에코트리즈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종택 에코트리즈 대표는 "곰팡이 포자는 잘 안 죽는 경우가 많아 최소 5% 이상의 과산화수소가 사용돼야 살균제 효용성이 있다"며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과산화수소 곰팡이 제거제는 락스 원료인 염소계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돼 있는 데다, 제품 분사 방식도 바꿔 위해요소가 날릴 일이 없는데 마치 가습기 살균제를 판 것처럼 인식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제품 리모델링 후 안전성 검사 실종…그대로 시중유통

문제는 에코트리즈가 해당 제품의 제형을 변경한 후 자가검사번호를 재교부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인체 위해 우려가 있는 방향제·탈취제세정제 등을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 위해우려제품을 생산·수입하는 업체는 화평법에 따라 안전기준 등 검사를 거쳐 자가검사번호를 부여받는 제품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이번에 에코트리즈가 돌연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도 자가검사번호를 다시 받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용기 변경에 따른 안전기준 검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나 본지 취재 이후 해당 업체에 검사 이행을 고지했다.

에코트리즈는 "추가 검사 없이 기존 자가검사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라는 시험인증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유권해석으로 상기 제품을 판매했으나 환경부로부터 자가검사번호를 재교부 받으라는 고지에 따라 약 2주간의 검사기간 동안 판매를 일시 중지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6개월간 폼 스프레이 방식이 실제 안전한지 여부에 대한 추가 확인도 없이 제품이 판매된 셈이다. 해당 제품은 G마켓·옥션·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 자유롭게 유통됐다. 또 해당 업체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공식문서가 아니라 유선 상 답변만 받아 제품 리모델링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자가검사번호는 현행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세정제의 경우 스프레이와 폼스프레이의 안전기준이 똑같기 때문에 별도의 자가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안전기준이 같은 제형으로 변경했을 때 자가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책이 없어 내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업체가 안전기준을 위반했다면 회수 명령 및 고발조치가 이뤄졌겠지만, 이번 제품은 현행 기준에는 없는 살생물질에 대한 유해성 평가에서 위해우려가능성이 나타나 회수 권고 조치를 내린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안전기준과는 관계가 없었던 상황"이라며 해당 업체가 범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그동안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던 화학 성분에 대해 추가 검증이 진행되는 등 과도기에서 발생한 착오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위해우려제품도 이같이 허술하게 관리됐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환경부가 수거·교환대상 제품으로 지정한 유한킴벌리의 스카트 와치맨 방향제는 인터파크에서 그대로 유통되고 있으며, 안전기준 위반으로 시장 퇴출 조치가 내려진 일부 코팅제도 개인 쇼핑몰에서 판매중이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위해우려제품 중 과산화수소를 쓴 다른 제품도 에코트리즈와 같이 제품 형태만 바꿔 출시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또 과산화수소 사용량이 환경부 기준치를 훨씬 넘었음에도 용기만 바뀌었다고 해서 안전성이 입증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직접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해 성분 분석 및 안전 기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위해우려제품을 관리하고 있다"며 "또 민간단체 2곳과 계약해 모니터링 요원들이 전국 매장을 들며 표시 기준이 맞게 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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