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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알파고 전승, 철저한 승률로 승부 '압도'


HW·SW 진화-탁월한 시야·균형으로 무서운 기력 뽐내

[아이뉴스24 오지영기자]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이 펼쳐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의 미래 서밋(The future of Go Summit)'이 27일 마무리됐다.

총 5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결보다 한층 더 진화된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이번 대국에서 커제 9단은 23일, 25일, 27일 3번기에 걸쳐 알파고와 겨뤘지만 세번 모두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특별 이벤트 대국이었던 지난 26일 롄샤오 8단, 구리 9단가 각각 팀을 이룬 페어대국(Pair Go)과 중국 대표팀 5명과 가진 상담기대국(Team Go) 역시 알파고의 철저한 승률 중심의 치밀한 승부를 보여줬다.

알파고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온라인 대국 사이트에'마스터'라는 아이디로 세계 선수들 대상 60전 전승을 이뤘던 만큼, 이번 대국에선 커제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얼마나 인간의 승률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었다.

커제 9단도 이미 '마스터'에 3전 전패를 기록한 상태였고, 구리 9단, 녜웨이핑 9단 등의 전문가들이 이미 커제 9단의 패배를 예측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승부보다는 알파고가 얼마나 더 성장했느냐에 주목된 대국이었다.

◆초반부터 승세…'탁월한 시야'와 '균형감각'

알파고는 첫 대국이었던 커제 9단과의 1국에서부터 마지막 3국까지 전체 판을 읽어나가는 탁월한 시야와 균형감각을 뽐내며 판을 이끌어갔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당시 알파고는 16만여 건의 기보를 보며 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을 병행했지만, 이번 대국에선 알파고끼리 수없이 대국 훈련을 하며 자가학습과 강화학습을 통해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국에서 커제 9단은 3·3 침투라는 극단적 실리 전법을 펼치며 알파고에 맞섰다. 그러나 알파고는 중앙에서 두텁게 균형을 이뤄 나가며 여유롭게 맞섰다. 결과는 알파고의 289수 1집반 승. 커제 9단은 큰 실수 없이 좋은 바둑을 펼쳤음에도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알파고의 두터운 균형은 2국에서 더욱 빛났다. 알파고는 2국 초반 커제 9단이 1국에서 둔 3·3 포석을 두며 놀라움을 자아내는 한편, 두터움을 이뤄내며 초반부터 승세를 이끌어갔다. 대국 중반 변화가 일어나면서 패가 남아있는데도 정리를 안 해두고 중앙으로 행마하는 예상치 못한 수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커제 9단은 155수만에 돌을 던졌고, 알파고는 상상 이상의 전력을 펼치며 백 불계승을 거뒀다. 2연승으로 사실상 알파고의 최종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마지막 대국이었던 3국에서도 알파고는 커제 9단에게 단 한 번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고 209수 흑 불계승을 거뒀다.'백번불패'라고 불리는 커제 9단은 백돌을 요청해 돌잡이 없이 백을 잡고 나섰다. 초반 신중한 착점으로 버티기를 해냈지만 결국 알파고의 두터운 균형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점하며 패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계산이나 수읽기가 아니라 초반 포석부터 강하게 나가며 탁월한 시야로 전체 판을 보는 것이 알파고의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승률에 기반해 정답을 찾는 능력은 지난 25일 1국 후 커제 9단이 표현한 대로 '신의 경지'에 가까웠다.

목진석 한국기원 국가대표팀 감독은 "알파고는 물 흐르듯 한 진행을 보이며 형세를 읽는 판단이 뛰어났고, 부분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전체 형세는 더 좋았다"며 "알파고는 전체적인 영향력을 알고 두는 느낌으로, 다시 한 번 벽을 느낀 한판이었다"고 평가했다.

◆빠른 '두뇌회전'…강해진 HW·SW

알파고는 빠른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착점하는 시간에 있어서도 놀라운 속도를 보였다. 이번 대국 전 구글은 개발자 회의에서 AI용 칩의 개량판인 텐서프로세싱유닛(TPU) 2세대를 도입했다. TPU 2세대는 현존하는 타사의 최정상 AI용 하드웨어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연산 속도와 효율이 높다.

알파고는 커제 9단과의 1,2국에서 1분 내외의 착점을 해나갔다. 손해를 보는 듯한 수를 두면서도 철저히 전체 승률에 기반한 판단을 이어나갔다.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수석 과학자는 지난 23일 1국 후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는 승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를 두기 때문에 내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수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어대국과 상담기대국이 진행된 지난 26일에는 한층 더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페어대국 초반 알파고는 단 20초내외로 착점해나가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알파고는 재빠른 두뇌회전을 하면서도 실수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력을 뽐냈다. 제한시간이 3시간이었던 커제 9단과의 맞대국에서 평균 절반가량의 시간만 사용했고, 페어대국에서도 제한시간 2시간 30분 중 단 1시간 15분을 사용했다. 실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7일 바둑TV에서 마지막 대국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은 "지난해 나랑 둔 알파고는 이상한 수를 두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수법들이 거의 없다"며 "특별한 실수가 거의 없이 자신이 좋다고 판단한 가장 안정적인 수를 찾아갔다"고 평가했다.

하드웨어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알파고는 1천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에서 작동됐다.

그러나 이번 대국에선 구글의 AI기반 프로세서(TPU)를 이용한 서버 한 대로 구동됐다. 지난해 지적받았던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다만 한층 더 강해진 알파고의 성능은 온라인 대국에서 '마스터'가 보여줬던 기력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 비해서는 월등히 성장했지만, 이미 마스터가 보여준 전략과 수가 비슷해 새로운 버전이라기보다는 마스터의 최신판에 가깝다는 것.

인간과의 호흡 여부도 미지수다. 지난 페어대국에서 알파고는 각각 구리 9단과 롄샤오 8단과 팀을 이뤄 놀라운 호흡을 맞춰나가며 대국을 펼쳤다. 특히 대국 초반 구리 9단이 던진 어려운 수를 척척 읽어내며 '한 몸'과 같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알파고가 구리 9단의 수를 읽어낸 것인지 자신의 승률 계산에 따라 수를 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인공지능(AI)이 의료·금융·자율주행차 등에서 적극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만큼, 앞으로의 기술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알파벳 회장은 첫날 개막식에서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국에서 궁극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지영기자 comeon01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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