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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승승장구 속 안전 사각지대 놓인 '야간 알바'


"편의점 알바생 67.9%가 폭언·폭력 경험…야간은 더 위험"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비상벨을 눌러도 경찰은 오지 않았습니다. 보안요원이 찾아와 경찰을 부를만한 상황인지 아닌지 확인한 다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을 때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수차례 들었습니다."(GS25 아르바이트 노동자 신모씨)

"야간 알바는 취객이 많은 가운데 혼자 일하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많습니다. 손님과 봉투 값 20원을 놓고 말다툼을 하다 살해당한 경산 CU편의점 야간 알바 노동자를 보면서 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GS25 아르바이트 노동자 김모씨)

24일 알바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성장하는 편의점 사업 버려진 알바노동자' 세미나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국내 편의점 산업이 초고속 성장하고 있으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관련 조치들은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지적이다.

국내 편의점 산업은 지난 1985년 5월 1호점을 개점한 후 4년 만에 1천호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편의점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과 대만에서 1천호점이 생기기까지 각각 6년, 10년이 걸렸던 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 연말 기준 가맹사업으로 등록한 편의점 수는 총 3만1천539개에 달한다. 이중 가맹본사로부터 심야영업 단축 허가를 받은 가맹점 수는 4.5%(1천420개)에 불과해 나머지 95.5%가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점포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에 대한 처우개선은 뒷전으로 밀려왔다는 점이다. 특히 야간 노동 환경은 더욱 취약하다. 알바노조가 지난해 전·현직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9%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아르바이트의 경우 폭력 경험 확률은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경상북도 경산시의 한 CU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손님과의 시비 끝에 살해되면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안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카운터 구조물이 유사시 방어·도망 등에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CU 본사인 BGF리테일이 해당 사건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커졌다.

BGF리테일은 사건 발생 100일이 지나도록 유가족에게 단 한 번의 연락도 취하지 않았으며 홈페이지 팝업글로 사과문을 대신한 후 현재까지 보상금 지급·유가족 면담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는 게 알바노조의 주장이다. 이후 BGF리테일은 계산대에 안전가드를 설치한 '안심편의점'을 선보였으나 설치비를 가맹점주에 전가하면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르바이트 안전·건강 문제, 가맹본부는 '나몰라라'

이날 전문가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안전·건강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가맹본점과 가맹점 간 불평등한 비용분담 구조를 꼽았다. 편의점 수익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일정 비율로 공유하는 반면, 비용 부담은 가맹점주가 전적으로 떠안게 되면서 ▲노동자 급여 절감 ▲야간수당 비적용 ▲안전·건강 관련 조치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김철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2015년 기준으로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이 4천942만원인데, 이중 가맹점주의 월 소득은 212만원에 불과하다"며 "매출액이 평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주는 개인회생절차시 인정하는 최저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소득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즉, 가맹점주들은 낮은 소득 수준을 벌충하기 위해 노동요건을 옥죄게 된다는 얘기다.

가맹본부가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사고가 발생했던 CU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가맹점사업자는 고용주로서 종업원에 대한 책임을 지며,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노동관계 및 그 종업원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명시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가맹본사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가맹점주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맹점주는 이를 부담할 만큼의 경제적 능력이 없다"며 "여기에 범죄예방환경디자인(CEPTED)·긴급신고기능 등 안전 관련 인프라 구축 비용도 모두 가맹점주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가맹본부에 법적 책임 묻기 어려워…공정위 나서야"

안타깝게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가맹본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정병욱 변호사는 "가맹본부는 노동 관련 비용을 가맹점주에 전가하는 가맹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법리상 가맹본부에 계약상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과실 방조 불법 행위'와 관련해서는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맹점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주의 의무가 가맹본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가맹점주가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가맹본부가 방조의 책임을 질수도 있을 것"이라며 "또 자본을 독식 중인 가맹본부가 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 불공정 행위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건강연대의 정해명 공인노무사는 편의점 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심야 근무 시 2인 이상 배치 ▲알람 시스템 및 도망 수단 보장 ▲편의점 내외부에 적절한 조명 유지 등의 조치를 취하되 폭력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보상과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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