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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을 아시나요" 게임 새 판로 개척해 성과


[게임가 새 먹거리]① '배틀그라운드' 흥행 성공…접근 전략은?

국내·외 게임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모두가 부분 유료화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하는 사이 PC 게임 혹은 유료, 콘솔 게임에 눈을 돌리려는 게임사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사례를 찾아본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지난 3월 24일 스팀에 출시된 지 사흘 만에 1천100만달러, 우리 돈 약 120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은 국산 게임이 있다. 온라인 게임 '테라'로 알려진 블루홀의 신작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직 정식으로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은 이 미완의 게임에 전 세계 게이머들은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스팀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일정량의 돈을 내고 미리 체험하는 '얼리억세스' 서비스가 존재하는데, '배틀그라운드'는 이 단계만으로 가시적인 매출 성과를 내 주목을 이끌었다. 블루홀은 버그를 수정하고 신규 맵, 캐릭터 스킨 등을 추가한 정식 버전을 올여름 내놓을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이 같은 흥행은 그동안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무료 모바일 게임에만 몰두하던 국내 게임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한국의 게임사들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서양의 게임 플랫폼에 깃발을 꼽았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여러 국산 온라인 게임들이 스팀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의 쓴잔을 맛봤으나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새로운 활로로 스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 세계 '게임 덕후'들 몰린 특화된 게임 장터 '스팀'

스팀은 '하프라이프'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밸브(대표 게이브 뉴웰)가 운영 중인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현재 EA, 유비소프트, 반다이남코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글로벌 게임사들은 대부분 스팀을 자사 게임 출시 채널로 적극 이용하는 추세다.

당초 밸브의 게임을 관리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출발한 스팀은 2005년부터 외부 개발사의 게임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 장터의 길을 걷게 됐다. 밸브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스팀은 지난 2014년 기준 1억명이 넘는 실이용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등록된 게임은 3천700종을 이미 넘어섰다. '유플레이' 'GOG닷컴' 등 유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후발주자가 등장했으나 스팀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스팀은 생성한 계정에 로그인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구매한 게임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는 간편함이 특징이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처럼 계정 생성시 처음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다음부터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중간 과정 없이 게임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밸브는 '연쇄 할인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스팀 게임을 대상으로 한 할인 이벤트를 자주 펼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스팀은 개발사들이 보다 쉽게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입점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용자들의 검증을 거쳐 게임성을 인정받은 양질의 게임을 정식으로 출시해주는 '그린라이트' 시스템, 개발 중인 게임을 미리 사전 공개해 이용자들의 후원을 이끌어내는 '얼리억세스'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부터는 소비자가 각 부문별 게임을 투표해 우수작을 선정하는 '스팀 어워드'도 운영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블루홀의 김창한 프로듀서는 "'스팀'은 어느 한 특정 국가를 지배하지는 못하지만 게임을 즐겨하는 각 국가별 소수의 코어 이용자가 밀집된 플랫폼"이라며 "게임을 자체를 좋아하는 진성 게이머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팀에서 인기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은 '도타2'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팀 포트리스' 등 해외 게임으로 전반적으로 적진점령(AOS), 일인칭슈팅(FPS), 서바이벌, 샌드박스 등의 장르가 인기를 얻는 편이다. 역할수행게임(RPG)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김창한 프로듀서는 "스팀 이용자 성향을 보면, 프리투플레이(부분 유료화)보다는 패키지를 선호하고, 페이투윈(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구조)을 꺼리는 편이어서 국내 온라인 게임을 그대로 스팀에 출시한 경우 흥행에 어려움을 겪더라"며 "국산 게임과 스팀 이용자 성향이 달라 벌어지는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루홀, 스팀 인기 장르인 서바이벌 게임에 게임성 높여 공략

블루홀은 스팀에서 '하이즈(H1Z1)'와 슈팅게임 '아르마(Arma)' 모드게임으로 출발한 '데이즈(Dayz)'와 같은 서바이벌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이중 '데이즈'의 경우 얼리억세스만으로 300만장이 넘게 팔리는 흥행 기록을 쓰기도 한 히트작. 이들 서바이벌 게임은 메이저 퍼블리셔가 아닌 인디게임이 대부분으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회사 측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결(PvP) 부분에 집중했고 이것이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원동력 역할을 했다. 이전에 출시된 생존 게임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보다 신속하고도 쫄깃한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이용자의 시선을 끌었다는 것이다. 실제 '배틀그라운드'는 100인의 이용자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과정을 담은 게임으로, 한 판당 플레이 시간이 40분을 채 넘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의 완성도를 위해 서바이벌 장르를 이끈 개발자인 브랜든 그린을 영입하는가 하면, 글로벌 흥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도 했다. 개발 단계부터 스팀을 주로 이용하는 해외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춘 게임성을 지향한 셈이다.

물론 '배틀그라운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개발 당시에는 이 같은 대흥행을 장담할 수 없었을 뿐더러 다른 국내 게임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길을 가장 먼저 걷는 것은 분명 적잖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창한 프로듀서는 글로벌 게임 시장을 지향해온 블루홀의 개발 철학이 있었기에 '배틀그라운드'가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개발 명가'를 지향하는 블루홀은 앞서 '데빌리언' '테라' 등을 스팀에 앞서 출시하는가 하면 국내 흥행 트렌드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양궁 게임 '아처리킹'을 미국 앱스토어 무료 1위에 올리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김창한 프로듀서는 '배틀그라운드'에 대해 "당초 흥행보다는 빠른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반복된 도전과 실패로 맷집을 키워 스팀에서도 대박 흥행을 기록하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로 개발하고 스팀에 출시했는데 의외로 빠르게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새로이 도전해 틈틈히 빠르게 실패를 겪으면 여러모로 남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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