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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AI 매니저, 박스장에서도 40% 수익률"


김형식 크래프트테크 대표 "딥러닝 통해 시장의 룰 학습"

[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인공지능(AI)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이 아닌 프로그램의 차이점을 아세요?"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인터뷰 첫머리에 이렇게 먼저 물었다. 김 대표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요즘 김 대표는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금융사나 기업들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기술 설명을 해달라고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10여년 전부터 알고리즘(시스템) 트레이딩을 해온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 출신의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와 박상윤 이사를 포함해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나온 조민 이사가 주축이 돼 2016년 1월 창업했다. 카이스트 출신의 석준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등도 이후 합류해, 지금은 직원이 12명으로 늘었다.

공대 출신인 김 대표가 주식 투자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병역특례를 하던 중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서비스를 맡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때 처음 주식을 접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이후 친구들과 모여 2006년부터 코스피200 선물·옵션, 원유·금 등 해외선물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뛰어들게 됐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일정한 논리와 규칙을 입력해놓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알아서 주식을 매매하도록 자동화한 거래를 말한다.

"멤버들이 모두 프로그래밍에 익숙하니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한 접근도 쉬웠어요. 특히 2000년대 초중반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패턴이 뚜렷하고 비효율성이 많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기 좋은 시장이었죠."

초기에는 연 수익률 40~50% 정도를 꾸준히 내면서 좋은 성과를 올렸지만,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널리 퍼지고 컴퓨터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기존의 알고리즘 매매에서 한계를 느낄 때 떠오른 것이 바로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매매였다.

◆딥러닝, 인공지능이 스스로 '룰'을 배우다

여기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이 아닌 프로그램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는 "인공지능의 정의는 시대마다 다르지만 최근의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를 말한다"고 전했다.

딥러닝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컴퓨터로 원하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일일이 인간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수식을 짜고 경우의 수를 입력해야 했다.

"컴퓨터가 사진을 보고 고양이라는 생물을 알아볼 수 있게끔 프로그래밍을 짜려면 '뾰족한 귀' '수염' '네 다리' '얼굴 형태' 등 고양이의 특징을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어요. 하지만 사진 각도, 배경, 색깔 등을 고려하면 너무나 변수가 많아 한계가 있죠."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은 개념부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공식을 하나하나 인간이 짜주는 것이 아니라 '인풋(문제)'과 '아웃풋(정답)'만을 알려주고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는 컴퓨터 스스로 도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뇌가 일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이런 방식으로 컴퓨터가 고양이를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십만장의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고 이것이 고양이라고 정답을 알려주면 된다. 인공지능은 이런 방대한 데이터, 경험을 통해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를 뇌의 신경망처럼 조직해 스스로 학습한다.

이 같은 딥러닝 인공지능을 로보어드바이저에 적용하기 위해서도 물론 인풋과 아웃풋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주가, 환율, 경기지수 등 과거의 시장데이터를 하루 하루 인풋으로 입력하고, 그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아웃풋으로 인공지능에 제시해줬다"며 "이렇게 몇년치의 데이터를 입력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그에 맞는 '시장의 룰'을 학습하게 된다"고 풀이했다.

시장 상황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새롭게 들어오는 인풋과 아웃풋을 통해 인공지능이 계속 학습을 하게 되므로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억으로 시작해 누적수익 6억 돌파

과연 인공지능이 투자해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제일 궁금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2014년 2월부터 1억원을 갖고 시험적으로 인공지능 투자를 시작한 결과 올 2월 기준 누적수익은 6억2천만원을 넘었다. 연간으로는 2014년(단리 기준) 25%, 2015년 95%, 2016년 46%씩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운용하고 있는 이 포트폴리오는 평균 110~130개 정도의 국내 상장종목을 보유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변동성, 매매율 등의 제한조건 없이 투자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전체 시장이 좋아서 수익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딥러닝 인공지능 매매의 유효성에 대해 더욱 신뢰하게 된 것은 장이 안 좋았던 2016년에도 양호한 성과를 낸 것을 보면서부터입니다. 어려운 장이었음에도 인공지능이 잘 학습하며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현재 국내주식에 대해서는 직접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 대신 기업대상(B2B) 서비스를 통해 다른 금융사 등에 인공지능 기술과 솔루션을 공급한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고려대학교와 함께 국내 첫 인공지능금융센터를 설립했으며, 미래에셋의 인공지능 펀드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펀드'와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마켓헤지펀드'의 기술개발도 담당했다.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로보어드바이저 엔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KEB하나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많은 금융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사마다 보유한 데이터와 조건이 다르다보니 그에 맞춰 인공지능을 맞춤식으로 학습시켜야 하는데, 국내에서 제대로 된 딥러닝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선물 투자는 직접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서비스하고 있다. 콘셉트는 '투자자가 직접 디자인하는 자산관리'다. 중국·유럽·미국 등의 지역과 원유·금속·농산물 등 선물상품의 비중을 투자자가 직접 원하는대로 설정한 뒤 포트폴리오를 가동하면 인공지능이 24시간 해외선물을 알아서 매매한다.

다만 김 대표는 인공지능의 자산관리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업체들의 트랙레코드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고, 고객들의 반응도 크지 않다.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를 꺾은 알파고처럼 인간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성능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이 인공지능에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이 정도라면 굳이 불안하게 로봇에 맡길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많을 거고요."

인공지능이 인간 펀드매니저를 대체하는 것은 먼 훗날의 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터화할 수 없는 인간의 직관력과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은 컴퓨터가 아직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데이터에 입력되지 않은 변수로 인한 판단도 컴퓨터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운용은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모니터링하며, 과거의 데이터를 토대로 결과를 빨리 뽑아내는 능력이 있다"며 "앞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 시스템이 자산운용 업계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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