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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대격변]⑤ 경계없는 전쟁, 미디어 빅뱅


콘텐츠·플랫폼 사업자 치열한 경쟁···시장 상황 반영한 제도는 미비

[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 tvN 예능 신서유기의 첫 번째 시즌은 네이버TV캐스트로만 볼 수 있었다. 방영 한 달여만에 조회수 5천만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후속 시즌은 TV에도 정규 편성 됐다.

#. 뷰티 유튜버 씬님은 최근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와 손잡고 선보인 파우치를 24시간도 안돼 완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기 유튜버 이사배의 뷰티 동영상은 총 조회 수 8천500만회를 기록하며 국내 뷰티 업계 매출을 쥐락펴락 할 정도다.

방송 시장에 경계가 사라졌다. 국내 미디어 시장은 기존 방송 사업자인 지상파, 유료방송사(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포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서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는 CJ E&M,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기업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들은 플랫폼 사업자에서 콘텐츠로, 콘텐츠사업자에서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기반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영역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OTT 매출 규모는 지난 2015년 3천178억원 정도에서 지난해에는 약 4천884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약 53.7%에 달하는 성장세다.

이선희 KISDI 연구원은 "콘텐츠 소유자들은 OTT 서비스로 방송콘텐츠 제작에서 유통까지 역할을 확장하고 있으며, OTT사업자는 직접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콘텐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방송 관련 사업자의 사업 다각화가 활발해지고, 방송의 범위가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도 OTT 서비스 '푹'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3사가 해외 진출을 위해 50억원씩 출자해 '코리아콘텐츠플랫폼(KCP)라는 법인도 세웠다. KCP는 오는 7월 미국에서 '코코와'라는 OTT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CJ E&M은 올 초 tVN, OCN 등 계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OTT '티빙'의 실시간 방송을 전면 무료화했다.

이동통신사, 포털도 미디어 전쟁에 참전 중이다.

이통 3사는 모두 OTT를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 KT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 '비디오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나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 뿐만 아니라 콘텐츠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마녀를 부탁해' 등 제작 투자에 참여한 10편의 오리지날 콘텐츠를 선보였다. KT는 슈렉, 쿵푸팬더 제작사 드림웍스와 제휴해 올레tv와 올레tv 모바일에서 애니메이션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에 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 2대 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네이버와 YG엔터는 연예인이 주로 출연하는 영상 서비스 'V 라이브' 로 한류 콘텐츠를 확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공세도 매섭다. 전 세계 9천만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올해 570억원을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오는 6월 선보인다. 배급사 뉴를 통해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드라마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손잡은 좀비물 '킹덤' 제작에도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너도 나도 '오리지널 콘텐츠'라며 자체 제작 콘텐츠를 강조하는데 이 용어를 사용한 시초가 넷플릭스"라며 "넷플릭스가 한국내 가입자는 6만명 수준이지만 국내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가 숨죽일 수밖에 없는 것은 넷플릭스가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A 바람 다시 불까

여기에 국내 미디어 업계의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여전하다. 지난해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무산됐다. 이동통신사가 케이블TV를 인수 할 때 제동이 걸리지 않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했던 케이블 78개 권역 폐지안도 무산됐다.

그러나 이통사는 케이블 권역이 폐지 되지 않더라도 M&A에 나설 수 있다. SK텔레콤 건의 경우 1위와 1위의 결합이여서 독과점 이슈가 있었지만 다른 이통사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동통신 1위와 케이블TV 1위간 결합이었고 지역 권역으로 시장을 획정했기 때문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공정위가 사안별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권역 폐지와 상관없이 통신사들이 M&A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공식적인 기업 설명회(IR) 같은 행사에서도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SK텔레콤도 케이블 권역 폐지 등 규제 환경이 달라지면 M&A에 나설 수 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유료방송 정책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로 가는게 맞다고 본다"며 "케이블 권역 폐지는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M&A를 위한 규제 환경이 유동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를 하려는 회사든, 매각하려는 회사든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며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확보에, 콘텐츠 사업자는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

그러나 이같이 경계가 사라지는 미디어 시장에 기준점이 될만한 제도가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전제를 두고 방송법과 IPTV법을 합친 통합방송법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OTT는 아예 기존 방송법이나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에 저촉되는 규정이 없다.

박상호 공공미디어 연구소 박사는 "N스크린 시대로 고도화되면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에 대한 논의는 집중되고 있다"면서도 "정책은 이를 못 쫓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 계류돼있는 통합방송법에 OTT와 관련된 법을 넣거나, 기존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를 새롭게 규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통방법에 OTT 서비스 규율을 위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며 "아니면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을 일부 개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관련된 규제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재원 동국대 교수는 "OTT 규제는 규제 공백 상태에 놓인 인터넷 상 시청각 콘텐츠에 최소한도의 이용자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전통적인 방송보다는 인터넷을 바라보는 정책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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