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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일곱번째 파도'를 기다리는 스마트폰


차기 디바이스를 규정할 새로운 명칭의 보편화 이끌어야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그러나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단조로운 도움닫기를 함께 하면서 앞선 파도들에 자신을 맞추지요.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밀려오기도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 놓아요.

- 다니엘 클라타우어 '일곱번째 파도' 中에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다보면 예기치 않게 신발이 젖는 수모(?)를 겪게 된다. 술렁이는 파도를 살펴보고 바다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소설 속 레오는 에미의 메일을 받은 후 '일곱번째 파도'에 대해 알아본다. 죄수 앙리 샤리에르가 쓴 자전적 소설 파피용에서 그 답을 찾는다. 악마의 섬에 갇혀 있던 파피용은 일곱번째 파도가 하나같이 앞의 파도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고 뗏목을 만들어 바다로 탈출을 시도한다. 일곱번째 파도가 그의 탈출을 도운 셈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일곱번째 파도'를 기다린지 오래다. 故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첫번째 '아이폰'을 공개한 이후 급격하게 진화해온 스마트폰은 안팎으로 정체기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가트너 등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던 스마트폰은 지난해부터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됨에 따라 더 이상 혁신적인 신규 프리미엄 제품이 시장을 선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스마트폰(SmartPhone)'은 말 그대로 똑똑하고 영리한 휴대폰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자리잡혔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처음 이 단어를 쓰게 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손안의 PC로 불리면서 영특한 성능을 뽐냈다.

음성통화와 메시지, 느린 인터넷 접속과 그에 따른 요금폭탄, 작은 화면 속 도트형 게임만이 가능했던 기존 휴대폰(피처폰)과는 달리 스마트폰은 '혁신' 그 자체였다.

모바일AP의 진화 발전을 통해 두뇌는 더 똑똑해졌다. 희뿌연 사진을 촬영했던 카메라는 4K 촬영도 가능해졌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기술은 콘텐츠를 더 빠르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애플과 구글을 통해 성장한 모바일 운영체제(OS)와 그에 따른 애플리케이션 시장도 성숙기에 다다랐다. 지문과 홍채로 대변되는 생체인식과 무선 환경을 위한 근거리 저전력 기술 및 충전 등 신기술도 접목됐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더 이상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아닌 기존에 산재해있던 수많은 기술 중 일부분이 채택되는 형태다.

설사 혁신적인 하드웨어가 적용됐다 하더라도 사용자경험(UX)측면에서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웠다.

세대를 거듭해온 전세계 대표적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발표 때마다 사용자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혁신은 없다"라는 말도 이러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더 이상 놀랍지 않다.

결국, 정체기를 겪고 있는 '스마트폰'은 결국 죽어야 살 수 있다. '스마트폰'이 아닌 또 다른 개념을 세울 수 있는 업체가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폼팩터에서 벗어나 차세대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는 차세대 디바이스 명칭이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바뀌게 될 때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다.

당장은 디바이스 자체를 접을 수 있는 '폴더블'과 돌돌 말아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 형태의 폼팩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각 제조업체들은 플렉시블 형태의 디바이스를 출시하면서 분명 새로운 개념의 명칭을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가 '패블릿(Phablet)'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듯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일곱번째 파도를 기다려본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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