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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수]파면된 '문화 대통령'


[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10일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다. 지난 2013년 2월 취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융성'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문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탄압받은 분야였다. 박 전 대통령과 결탁한 최순실 세력은 문화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근거지 삼아 국정을 농단했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문화 예술계 인사들은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분류되며 철저히 배척됐다.

'문화융성'이라는 기치 속에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문화는 죽이겠다는 잔인한 속내가 숨어있었던 셈이다.

이미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진 한국의 문화는 박근혜 정부 들어 위기를 맞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라 한·중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한국의 우수한 드라마와 문화 콘텐츠들은 가장 큰 문화 시장인 중국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했다. 대표적 한류 콘텐츠인 게임 역시 사드 정국으로 인해 중국 내 판호 발급이 중단됐다는 우려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2분. 한국 현대사에 기록될 역사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 시간이었다. 담담한 어조로 주문을 낭독하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다소 격양된, 그러나 감정을 배제한 목소리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되고 촛불 민심이 광장을 밝힌 지 91일 만이다. 문화를 짓밟은 '문화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직을 상실한 것이다.

아직은 누가 될지 모르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과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추한 우리 문화의 가능성을 다시금 일깨워줬으면 하는 것이다. 말뿐이 아닌, 그리고 개인의 이익을 착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국위 선양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인적 자원이 전부인 우리나라가 '우상향' 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융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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