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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나]황교안의 시계와 아스팔트 피바다


[아이뉴스24 윤채나기자] 경솔하다. 말이나 행동이 조심성 없이 가벼움을 뜻하는 말이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온 나라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혼란을 수습해야 할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지 못해 국민적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라는 글자가 찍힌 기념시계가 매물로 나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작, 배포한 기념시계였다. 국무총리 시절에는 'Prime Minister Republic of Korea 국무총리 황교안'이라고 적힌 시계를 만들어 기념품용으로 사용하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 새로 제작해 사용했다고 한다.

총리실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명칭은 공식 직함으로 공문서, 훈·포장 증서, 임명장, 외교문서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일선 공무원 격려 또는 공관 초청 행사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념품의 경우에도 공식 직함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직무정지 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운영을 맡는 몇 개월 안 되는 임기 동안, 그것도 '제한적으로' 사용할 기념시계를 굳이 만들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황 권한대행은 '황제 의전' 논란으로 입길에 오른 상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방문할 당시 대통령급 의전을 요구한 점, 지난 1월 서울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할 당시 과도하게 교통을 통제한 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의전일 수 있지만 논란을 키우는 것은 황 권한대행의 경솔함이다. '황제 의전'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현재의 국내 상황과 국민 감정을 고려해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면 기념시계 하나 만든 것으로 이렇게 많은 비판을 들었을까.

다른 한 쪽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 대리인들이 말의 경솔함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재판장에서의 고성과 막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에는 김평우 변호사가 "탄핵 심판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집회·태극기 집회가 충돌해 서울 아스팔트 길 전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정치적으로는 지지층 결집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탄핵이 관철되면 아스팔트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헌법재판소와 국민을 협박한 꼴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상처 입은 민심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조기 대선을 겨냥한 이해득실 계산에만 몰두한 채 경솔한 행보를 이어간다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은 혼란은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한들 수습되지 않을 것이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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