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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웅]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2017년 광화문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서울의 중심에는 광화문(光化門)이 있다. '왕의 큰 덕(德)이 온 나라를 비추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높은 정치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대하는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2017년 광화문의 모습은 어떤가. 지난 18일 광화문 앞에는 적과 아군으로 나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태극기를 지닌 사람과 촛불을 지닌 사람들. 1945년 신탁 통치를 둘러싼 좌익과 우익의 대립처럼 태극기 세력과 촛불 세력은 서로를 비난하며 심지어 폭행 사건도 벌어졌다.

실제로 이날 광화문 촛불집회는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전에는 보기 어렵던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연단에서는 "기각되면 촛불로 불태우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동안 평화적으로 집회에 참여했지만, 탄핵안이 기각되면 혁명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인근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국민저항본부'을 발족하며 '사즉생(死卽生)', '결사항전' 등의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결연한 의지까지 드러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거기일이 다가오자 탄핵을 둘러싼 찬반 세력들의 대립과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불복종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 정국 이후의 모습이 상상조차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갈등과 위기를 중재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제도권 내에 대변할 정치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오히려 여야 대선주자들은 각각 촛불 및 태극기 집회에 참석,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민심의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러한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광장민주주의는 무너진 대의제를 보완할 수 있어도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정치인들은 제도권 내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재발을 막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욱이 광장의 민심을 활용해 정권을 잡더라도 정치적 반대파로부터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결국 극심한 혼란 속에서 출발한 불안한 정치권력은 언제든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의연하게 행동해야 한다. 개인적 이해를 떠나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해야 한다. 분노는 감정이지만, 정치는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광화문에서 촛불과 태극기를 들며 서로를 경멸하는 우리들의 모습.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태평성대를 이끌 수준 높은 리더십이 어느 날보다 그리운 때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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