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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전문가 "정치권 'ICT 거버넌스' 졸속 우려"
겉으론 '4차 산업혁명' 대응, 실제론 차기정부 혼란만 키울 수도
2017년 02월 21일 오후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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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조석근기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ICT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학계,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주요 대선후보들과 소속 정당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유로 현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으나 조기 대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역대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처럼 '부실 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국내외 산업적, 사회적 격변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정작 그에 대응할 컨트롤타워 논의 과정 자체가 1차원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 정부의 ICT 거버넌스가 부처간 유사한 업무 중복에 따른 예산과 인력의 낭비 등 문제가 있는 만큼 정치 논리가 아닌 이의 해소 등의 개편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논리에 따라 떼고 붙이는 식의 개편은 말 그대로 졸속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 ICT 컨트롤타워, 중복 업무 '심각'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중심의 R&D, 산업진흥 정책이 수립 및 집행 역시 R&D와 ICT 사업 각 영역별로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부처와 업무영역이 겹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가령 신성장동력 육성 부문은 미래부와 함께 산자부도 사물인터넷(IoT), 드론,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융합산업 지원책을 제각각 발표, 추진하는 상황이다.

산하 기관도 마찬가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경우 미래부 산하기관이지만 전자정부, 공공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사업 등 행자부 업무도 동시 추진하는 형태다. 전체 NIA 업무 중 30~40%가량이 행자부 관련 사업일 정도다.

특히 연간 2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각종 정부 R&D 사업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농림식품부, 국방부 등 사실상 전 부처가 나눠 추진 중이다. 중앙을 향한 예산 요구는 쏟아지지만 성과관리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통법의 경우만 해도 선택약정할인 등 요금 부문은 미래부가, 지원금 규제는 방통위가 맡고 있다"며 "통신시장 안정화에 중점을 둘지, 경쟁확대에 비중을 둘지 정책의 일관성을 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이동통신, 유료방송 등 산업에서도 미래부, 방통위로 규제기관이 나눠져 있다"며 "양쪽 시어머니의 업무 방침에 맞춰야 하는 만큼 사업자로선 불편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정부 개편마다 논란, 이번엔?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버넌스 구조가 역대 정부 출범 과정에서 잘못된 정부조직 개편 결과로 나타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질적인 행정적 필요성보다 정치적 이해가 개편 논리에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

가령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어지던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주요 기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각각 신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방통위로 이관되면서 해체수순을 밟았다. 이를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과 ICT 부문을 합쳐 미래부로 몰아주면서 교과부와 지경부가 다시 현재의 교육부, 산자부로 재편된 바 있다.



현 정부에서조차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원칙 없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 거버넌스 재편 논의를 선점한 야권 쪽에서도 이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논의 과정에서 현 정부의 실패를 집중 부각하고, 집권의지를 강조하는 등 정치적 차원에서 논의를 추진하는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권오상 미래미디어연구소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과 장기 경기침체 대응 차원에서 ICT 컨트롤타워 재구축이 논의되지만 정작 산자부 같은 곳은 거대 부처임에도 주요 조직개편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결국 ICT 분야 거버넌스 논의에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우기에 치우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3월 중 탄핵심판이 확정될 경우 대선은 원래 일정보다 6개월 이상 빨라진다. 과거 새 정부 출범 시 인수위원회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고 잠정 내각을 구성했던 것과 달리 차기 정부는 당선자가 인수위 없이 당선 직후 업무를 시작하는 유례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역대 정부의 개편안이 통상 새 대통령 취임 직전 2개월 가량 일정에도 단행, 출범 초기 상당한 비판 등 정쟁의 여지가 많았던 상황에서, 차기 정부는 이보다 일정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섣부른 조직개편이 논란만 가중시키는 등 거버넌스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권오상 센터장은 "정부조직상의 변화가 꼭 행정효율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이번 대선 자체가 갑작스러운 리더십 공백 아래 치러지는 만큼 공무원 조직과 산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상 급격한 변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ICT 산업이 역대 정부를 거치며 급격히 변화했다"며 "그 사이 IT 기반 확대와 융합화가 산업 내에서 광범위하게 자발적으로 이뤄진 만큼 연구개발과 산업진흥에서도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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