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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신성장전략-3]LG電, '블랙라벨'에 심은 '혁신'코드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 휴대폰 업체들은 신제품을 쏟아내지만 정작 주목 받는 제품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예 출시됐는지 여부조차 알수 없이 사라져 버리는 휴대폰들이 대다수다.

LG전자는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블랙라벨' 시리즈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블랙라벨' 시리즈는 업계에서도 항상 화제다. 단순히 디자인이 괜찮은 휴대폰들에 '블랙라벨' 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LG전자만의 '혁신' 코드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사운을 건 비밀 프로젝트 '블랙라벨'

지난 2006년 4월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에 비상이 걸렸다. 1분기 실적발표결과 309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LG전자 전체 실적 부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문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MC사업부는 '블랙라벨' 시리즈로 첫 등장한 '초콜릿폰'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다. 수렁에 빠진 휴대폰 사업을 구해내고 LG전자 브랜드 가치까지 함께 상승시킬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결국 '초콜릿폰'은 1천만대가 넘게 판매되며 LG전자의 '텐밀리언셀러'로 자리잡았다.

안승권 사장이 받아낸 약속은 LG전자 MC연구소에서 1년에 하나씩 혁신 제품을 만드는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예산, 제품 콘셉트에 대한 중간 보고 등을 일체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비밀리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다보니 보안에 만전을 기해 일부 개발자와 경영진만 참여할 수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생각에 디지털미디어 사업본부에서 차강희 상무(당시 부장)를 영입했다. 차 상무는 당시 음악기기 전문 디자이너였다.

조직까지 바꿨다. 기획단계부터 제품 출시까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 기술을 맞추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선행팀'을 꾸렸다.

안승권 사장은 일부 반대에 "디자인 콘셉트가 훼손되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라며 "현 기술로 안된다면 새로 기술을 개발해서라도 처음 생각한 디자인대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콜릿폰'이 탄생했다. LG전자에 있어 '초콜릿폰'이 갖는 의미는 크다. 디자인과 감성코드만으로 구매할 만한 휴대폰을 내 놓은것 이외에 버튼에 익숙하던 사용자들에게 '터치'를 제시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

LG전자로서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의 효과까지도 누렸다. LG전자는 당시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감각적인 디자인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뉴초콜릿폰을 디자인만으로 평가하지 말아달라"

'뉴초콜릿폰'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21:9 화면비를 가진 LCD를 채용하다보니 눈에 익숙한 비례가 아니라 어색한 감도 있지만 더욱 감각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

LG전자 MC사업본부 마창민 상무는 "혁신이라는 단어는 일견 기술과 비슷하게 여겨질 때가 많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며 "때로는 풀터치폰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혁신이 될때도 있고 파격적인 LCD 화면 자체가 혁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쿠키폰'의 경우 '풀터치폰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는데 한 몫했다. LG전자가 일반 휴대폰 가격에 풀터치폰을 내 놓자 경쟁사들이 일제히 대응 제품들을 내 놓은 것이 좋은 예다.

당시 LG전자는 풀터치폰의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부품들을 통합하고 소비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선별해 집어 넣어야 했다. 결국 가격을 낮춘다는 명제하에 디자인, 기술, 마케팅 등이 협력해 '혁신' 코드를 삽입한 것이다.

'뉴초콜릿폰' 역시 마찬가지다. 21:9 화면비가 지금은 어색해 보이지만 사용성은 크게 강조됐다. '뉴초콜릿폰'은 길어진 만큼 e메일의 목록과 내용을 함께 보여주거나 멀티태스킹시 두 가지 화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등 길어진 화면을 최대한 이용해 새로운 사용성을 추구했다.

마창민 상무는 "터치폰의 약점은 무엇인가, 그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부터 '뉴초콜릿폰'은 탄생했다"며 "화면비를 늘리는 것으로 화면을 최대한 이용해 영화를 보고 인터넷과 e메일 사용자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혁신'에 고민

LG전자는 '혁신' 가치를 제품 전반에 걸쳐 제공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세그먼트별 전략은 그 일환 중 하나다.

유독 LG전자는 세그먼트별 특화 제품군에서 강하다. 중년층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와인폰'이나 10~20대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스크림폰', '롤리팝폰' 등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두 '혁신' 가치를 담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디자인이나 감각적인 아이콘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휴대폰 전면에 LED를 채용한 제품을 만들고 글자 크기를 키우고 사용자환경(UI)을 손쉽게 만들었다.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늦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혁신'은 고민거리다. 윈도모바일 운영체제(OS)와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제품들이 이미 출시됐거나 곧 출시되지만 LG전자만의 스마트폰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스마트폰은 누구나 만들수 있지만 아직 불편해 하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소비자가 왜 불편하고 어려워 하는지는 정작 본인들도 모를때가 많다.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창민 상무는 "소비자도 모르는 것이 소비자 기호"라며 "이걸 찾아내 제품에 구현하는 것이 소비자 만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성능으로 판단 기준을 이어왔지만 조만간 새로운 판단기준을 갖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 진입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아닌 LG만의 스마트폰을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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