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창간12년]양해영 KBO 사무총장 대담②"뉴미디어 등장, 야구 발전에 큰 영향"


"전임감독 한국 현실에선 애로 많아…자체 비디오 판독 시스템, 내년 가동"

[김형태기자]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지난 1988년부터 KBO에 몸담은 '야구 행정의 달인'이다. 학창시절부터 야구가 좋아 야구계에 뛰어든 지 올해로 29년째. 강산이 세 번 가까이 바뀔 동안 야구밥을 먹으면서 프로야구의 변천사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양 총장과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은 그를 '합리적'이라며 높이 평가한다. 10구단 체제로의 리그 확장, 전국 각지의 새 구장 건설, 합의판정 제도 시행 등 양 총장 체제에서 KBO는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한국프로야구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양 총장으로부터 야구계의 변화와 향후 지향점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①편에 이어…>

-대표팀 전임감독 목소리가 여전히 큽니다.

"전임감독은 사실 대한야구협회가 정상화되면 그 후에 결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희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축구 등 국가대항전이 활성화된 스포츠와 야구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축구는 월드컵 지역예선, 본선, 평가전 등 전임감독이 필요한 구조입니다. 반면 프로야구 시즌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거의 1년 내내 이어집니다. 중간에 뭘 할 수 없는 구조에요. 이런 상황에서 활동기간이 제한적인 전임감독제가 꼭 필요하느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또 대표팀 감독이면 가장 훌륭한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데, 그런 분들은 대부분 현직 프로 감독으로 계시지요. 여기에 전임 감독으로 모셨을 때 그 분이 다음 시즌에 프로감독으로 안 간다는 보장도 없어요. 그렇다면 장기계약을 해야 하는데, 1년에 몇 경기 하지 않는 대표팀 감독에게 프로에 상응하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본 대표팀인 '사무라이 재팬'은 전임감독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쪽은 성인은 물론 23세 이하 18세 이하 대표팀까지 통일된 구조이지요. 국가대표 A팀만의 전임감독은 아닙니다. 또 일본은 마케팅 측면에서 대표팀과 전임감독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쨌든 내년 WBC가 끝나면 2018년 아시안게임에 2019년 프리미어 12도 예정돼 있습니다. 차기 프리미어12는 올림픽 예선을 겸할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내년 WBC가 끝나고 야구협회가 정상화되면 국가대표팀 체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KBO리그에 대해 애기해보지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에이전트 제도 등 KBO도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에이전트 제도를 이용하는 건 결국 선수들입니다. 선수협이 더 준비를 하고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저희는 에이전트 제도 허용 여부만 판단하면 됩니다. 에이전트 제도의 병폐도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국내 프로야구 시장이 크지 않습니다. 프로야구 전체 선수 몸값을 봤을 때 에이전트 수수료 5%를 감안하면 총액 100억원을 약간 넘는 정도인 셈인데, 이 정도면 그렇게 큰 시장도 아니고 큰 산업으로 성장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어쨌든 현재 선수협이 꼼꼼하게 챙기고 있으니 관련된 안을 가지고 오면 에이전트의 자격규정, 활동 범위 등에 대해 협의해서 시행하려고 합니다."

-최근 포스트시즌 인기가 정점에 달한 느낌입니다.

"포스트시즌은 가을야구여서인지 관심이 크고 축제 분위기도 한껏 고조된 무대입니다. 올해는 와일드카드부터 경기력 자체가 상당히 깔끔하고 수준이 높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사상 첫 (두산-LG간) 덕아웃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요. 25일 플레이오프 4차전 때 잠실에서 보니 3루쪽 NC팬들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늘었더군요. 그만큼 팬들의 저변이 확대된 듯합니다. 무엇보다 고정팬들이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합의판정 제도가 꽤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KBO 자체적인 판독시스템 구축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존 방송국 카메라 외에 올해부터 비디오판독센터를 별도로 준비하고 후반기부터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심판들이 직접 화면을 보고 판독하는데, 앞으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통해 자체적으로 판독을 하게 됩니다. 기존 중계 카메라들에 더해 베이스 쪽에 자체 고정카메라 3대를 더 설치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한 판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제대로 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타고투저 현상이 심각합니다. 스트라이크존 조정 등 리그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12월 윈터미팅에서 관련 논의를 해볼 예정입니다. 운영파트 주 주제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타고투저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는 건 경기시간과도 직결됩니다. 스트라이크존 조정을 비롯해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토론을 통해 도출할 생각입니다.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히 투수들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건 사실입니다. 심판들의 존 설정에 있어 변경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그런 부분은 고려해봐야지요.

다만 타고투저에는 다른 요인도 크다고 봅니다. 우선 방망이의 성능이 너무 좋아졌어요. 배트를 만드는 나무의 재질 자체가 과거와 비교해 몰라보게 좋아져서 반발력이 크게 상승한 측면이 있습니다. 보통 공에 대해서 애기들을 많이 하는데, 공인구보다도 배트가 주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배트의 목재가 3∼4등급이었다면 이제는 2등급도 들어오거든요. 자연스럽게 타자들의 타격능력이 상승한 측면이 있습니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2주년을 맞았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야구계도 예외가 아닌데요.

"전경기 TV 생중계와 마찬가지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이뉴스24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일 야구뉴스가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24시간 야구소식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지요. 특히 야구뉴스는 다른 종목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질과 양에서 월등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조이뉴스24가 프로야구 현장에 뛰어든 지 10년이 넘었는데, 야구발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야구관련 직업, 중요한 건 스펙보다 열정"

1988년 KBO에 입사한 양 총장은 도곡동 야구회관에서만 무려 30년 가까이 재직했다. 1996년부터 약 2년간 김기춘 당시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잠시 정계 외도(?)한 시기를 제외하면 줄곧 야구계에 종사했다. 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야구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하는 예비 직장인도 무척 많다. KBO 사무국의 경우 결원이 생길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채용 공고를 낸다. 양 총장은 야구를 업으로 삼기 위해선 야구에 대한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야구를 업으로 삼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물론 취미가 직업이 되면 참 좋지만, 일이 되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지만 이것도 하나의 직장이고 일"이라며 "자신의 열정을 쏟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어려운 분야다. 나도 야구가 좋아서 여기에 왔지만 실제로 야구 경기를 현장에 가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무국 직원은) 그런 건 포기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KBO가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양 총장은 "요즘은 스펙을 유독 강조하고 내세우는데, 그런 건 사실 곁가지에 불과한 포장이지 알맹이가 아니다"며 "결국 중요한 건 열정이다. 열과 성을 다해서 야구계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라고 말한다. 야구계에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은 그는 "여느 직장생활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몇 년 있다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게 아닐 수 있다"며 "그저 야구만 좋아서 오면 내적 갈등이 쌓일 수 있는데, 그 과정을 극복해야 오래 간다"고 조언했다.

"힘든 일이 많아도 야구는 내 삶이므로 이제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웃은 그는 "야구는 스포츠산업으로서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희망하는 분이 있다면 야구계 어떤 분야이든 지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대담 진행=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2024 트레킹





alert

댓글 쓰기 제목 [창간12년]양해영 KBO 사무총장 대담②"뉴미디어 등장, 야구 발전에 큰 영향"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