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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그리는 돈의 미래]③ 핀로보의 명과 암


[창간17주년]인공지능이 은행원 쫓아낼까…투자자 보호는?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걱정이 몰려옵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모든 직업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빛에는 어둠이 따른다. 인공지능이 금융 산업에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금융업 종사자를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실제 미국의 주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종업원 수는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6만6천명에 달하던 씨티그룹의 직원 수는 2015년 23만1천명으로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JP모건체이스의 직원 수도 10% 감소한 23만5천명을 기록했다.

2012~2015년 직원 수가 11%가량 증가해 예외 사례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역시 사정을 돋보기로 들여다 보면 예외가 아니었다. 대규모 퀀트(수학적 모델을 이용한 계량분석기법) 인력 채용 효과일 뿐 자기매매·상품판매 등 정통 금융 인력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신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을 비롯한 자동화기기가 금융맨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도입과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증가로 자산운용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력 대체 효과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스크 관리와 리서치 분석 등 후선 부서에서도 인공지능이 점차 인력을 대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혁신만 쫓다 투자자 보호는 외면…해킹 위험↑

인공지능이 프라이빗뱅커(PB)를 대체한 '핀로보' 시대의 위험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칫 투자자 보호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온라인·비대면으로 투자를 권유할 때 금융투자상품의 수익구조나 수수료, 조기상환 요건, 계약 해제·해지에 관한 사항을 금융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경우, 인간 PB(금융사의 자산관리 전문가)는 이를 파악해 보다 쉽게 부연 설명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소비자의 비언어적 표현을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적합성 테스트를 적절히 수행했는지를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따르는 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지를 가리는 것도 어렵다.

이 연구위원은 "중위험·고위험 상품을 권유하기 위해 일반투자자를 고의로 공격형으로 분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모델 포트폴리오로 자문하는 경우, 안정형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얼마의 비중까지 투자하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오작동해 금융 안정을 훼손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2010년 고빈도거래(HFT)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겨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다우존스지수가 장중 1000포인트가량 등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2018년부터 HFT 알고리즘을 감독당국에 사전 등록하게 하고, 프로그램 오작동 시 모든 주문체결을 취소할 수 있는 킬 기능(Kill function)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했다.

아울러 해킹 위험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알고리즘이 해킹되는 경우 다수의 금융 소비자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해킹 사건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였던 점을 상기하면 인공지능 해킹으로 금융시스템 자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금융보안 인프라 투자·투자자 보호 규제 정립 시급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로보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인공지능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금융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처럼 주요 업무에서는 퀀트 인력 채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자들이 금융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오픈API 공개 범위를 확대하거나, 오픈API 및 애플리케이션 거래 장터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금융혁신을 추구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정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금융사 모두 금융보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시장 감시 및 이상 금융 거래 탐지 시스템 등을 개발해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관련 투자자 보호 규제를 정립하고, 인공지능 운영 주체가 투자자 이익 또는 위험 조정 성과에 비례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상품 판매나 자산관리 관련 보수 체계를 상품 판매에 따라붙는 '수수료(commission)'보다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 '요금(fee)'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 연구위원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금융의 본연의 기능인 실물지원을 충실히 수행하먄서도,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금융혁신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며 "이때 금융혁신이 투자자 보호나 금융안정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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