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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문수 "코 높이 미세먼지, 발표치보다 15% 나쁘다"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려워…"김 후보 주장의 근거인 비교대상 부적절"

[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미세먼지가 날이 갈수록 기승이다. 미세먼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나쁨' 일수가 57일에 달하고 올해도 벌써 14일을 넘어섰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우려가 깊어가면서 6·13 지방선거에서도 관련 공약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할 것 없이 모두 미세먼지 절감 방안을 대대적인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특히 김문수 후보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울시가 측정하여 활용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사람의 코 높이(1.5m)에서 측정한 수치가 아니라 5~30m 상공에서 측정한 것"이라면서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 측정 방법의 오류를 지적했다. 한마디로 현 박원순 시장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주장이다.

김문수 후보는 "실제 사람이 호흡하는 코 높이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하면 기존 측정치보다 15% 이상 더 나쁘게 나올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민간 업체가 광화문에서 2개월간 (코 높이를 기준으로 미세먼지를) 시범 측정한 결과, 기존 서울시 측정치보다 25% 더 나쁘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후보의 주장대로 '미세먼지를 코 높이(1.5m)에서 측정하면, 기존 측정치보다 15% 이상 더 나쁘게 나온다'는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문수 후보의 주장은 추정이기 때문에 밀폐된 장소에서 실험하면 맞을 수 있으나, 김 후보가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자료의 비교대상이 부적절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정확한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 서울시는 미세먼지 농도 측정을 위해 도시대기 측정소 25곳과 도로변 측정소 14곳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25곳 도시대기 측정소 설치 높이는 Δ5~10m(3곳) Δ10~20m(20곳) Δ20~30m(2곳)다. 또 14곳 도로변 측정소 높이는 △2m(2곳) △3m(6곳) △3~4.5m(6곳)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환경연구부 연구기획팀 관계자는 1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가 제시한 자료는) 비교대상이 맞지 않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제대로 비교하려면 같은 장소에서 채취구 높이를 달리해서 측정·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로변 측정소 시료 채취구는 도시대기 측정소 시료 채취구보다 낮게 설치되어 있는데, 이 채취구는 도로에 떨어져 있다가 차량 운행에 의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비산먼지'를 주로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측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한 위치에서 높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사례가 없어 김 후보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1.5m 높이에 설치된 일부 도로변 측정소는 차량 운행에 따른 비산먼지를 측정하는 게 목적이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목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장소에 있고, 다른 목적의 측정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게 보건환경연구원 측 시각이다.

다만 미세먼지도 중력의 영향으로 지표면에 가라앉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표면에서 가까울수록 농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한 곳에 모아놓고 측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특정한 높이에 25곳의 측정소를 설치해 그 데이터를 근거로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코 높이(1.5m) 미세먼지 채취구 설치의 현실적 어려움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성을 가지는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소의 기본적인 요건은 대기확산에 방해가 되는 건물과 물체 등이 없을 만큼 전후좌우가 트여있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고층 빌딩이 많아 코 높이 정도에서 채취구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거의 없다"면서 "김 후보께 어디다가 채취구를 설치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주요 거리마다 도로변에 코 높이 첨단 측정 장비를 1천곳 이상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환경부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에 의거한 측정소 위치 선정 기준'에 따르면, 지상 1.5m이상·10m 이하 범위라고 규정돼 있지만, 용지확보가 용이하지 않고 주변 건물과 수목에 의한 바람의 집중, 난기류 발생 등으로 (공기의) 대표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조건의 영향이 최대한 적은 지상 30m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정하라고 돼 있다.

또, '민간업체의 광화문 미세먼지 농도 측정 결과 25% 더 높게 나왔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광화문에는 공식 미세먼지 측정소가 없는데, 민간업체가 어떤 곳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서 그런 결과를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마 종로5, 6가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측정소 데이터와 비교를 한 것 같은데, 종로구 데이터와 광화문 데이터를 비교한 것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후보 측은 '민간업체'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간업체가 어딘지는 밝힐 수 없고, 최고의 통신회사 중 하나"라고만 말했다.

송오미기자 ironman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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