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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신세계 채용박람회…내 '양질 일자리'는 어디에?


"비정규직 채용만 수두룩…면접 대신 기업 소개·직무 상담 이어져 아쉬워"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20분 째 채용공고게시판만 살펴보는 중이에요. 신입 대졸 채용도 적은 데다 비정규채용이 많아 헛걸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취업재수생 박모씨(25세)는 "기대와 달리 이력서를 낼만한 곳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친구에게 전화해 "소득이 없었다"고 말하며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올해로 3년째인 신세계 채용박람회는 주최사의 의지와는 달리 그 규모가 줄었다. 지난 2015년 열린 첫 박람회에는 신세계 계열사 10곳과 협력사 115곳 등 총 125곳이 참여했으나 작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박람회에는 총 106곳, 올해는 총 102곳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는 '스타필드 고양' 입점 기업이 절반을 차지해 일반 대졸 구직자들이 지원할 만한 곳은 대폭 줄었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102곳 중 4년제 대졸자를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은 20.58%(21곳)에 불과했다. 이중에서도 정규직 신입 채용의 길은 더 좁았다. 배럴즈·신세계아이앤씨·밀레코리아·키즈웰 등은 인턴직과 계약직을 모집했으며 신세계사이먼·슈페리어·씨알푸드·안국건강·함소아제약·일동후디스·리얼컴퍼니·신송식품 등은 2~3년의 경력을 요구했다.

초대졸 및 고졸채용으로 범위를 넓히면 비정규직 채용 규모는 더 커졌다. 이날 스타필드 고양채용관에 참여한 48개 기업 중 15곳, 열린채용관에 참여한 54개 기업 중 13곳 총 28곳이 계약직·인턴·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인력을 채용했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나마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건설·신세계L&B 등 신세계 그룹사가 정규직 채용을 한다는 점이 위안이 됐다. 이 때문인지 신세계 그룹사 부스 앞은 정장 차림의 20대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는 비정규직 비율이 유통업계에서 가장 낮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원자 많아 실제 면접보단 회사 소개에 방점"

다만 실질적인 면접보다는 두루뭉술한 기업 소개·직무 상담이 이어진 점은 아쉽다.

면접용 구두를 별도로 챙겨온 또다른 취업준비생 이모씨(23세)는 면접장을 빠져 나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면접 기회가 있다고 해서 새벽부터 머리에 화장까지 하고 왔는데, 면접보단 직무 상담에 가까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부스 세 곳을 방문했는데 회사 소개만 듣고 왔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해 줄을 선 구직자들을 불러 모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모두 물어보라"며 간이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직률이나 지원율이 가장 높은 부서 등 현장의 생생한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 구직자 개개인에 대한 컨설팅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협력사 관계자는 "해당 기업에 큰 관심은 없지만 '물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기업 입장에서도 진지한 면접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협력사 입장에서도 인재 채용보단 회사 소개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에 대해서는 추가 면접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오후 3시 기준으로 1만2천명의 구직자가 방문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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