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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북한의 발표에 대한 '성급한 반응'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핵무기 동결'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북한이 21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대류간탄도탄(ICBM) 시험발사 중지‘를 발표하자 세게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조치에 대해 '모두를 위한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일본 및 유럽 주요 국가들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주요한 조치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국 정부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NYT)도 워싱턴의 미 관리들과 전문가들 대부분은 김 위원장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고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확고히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핵무력 완성 VS 미완성

김 위원장의 발표를 둘러싸고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핵무기 완성에 대한 북한의 주장과 미국 판단이 서로 달라서 빚어지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이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29일 새벽 동해상으로 ICBM급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정부 성명에서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이라며 “김정은 동지께서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력사적 대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하시였다”라고 발표했다.

즉 북한은 이날 핵무력이 완성됐고, 따라서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 단일로 노선을 변경할 필요성이 발생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김 위원장이 21일 발표한 내용은 핵폐기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기보다는 노선 변경을 설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 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즉 핵·경제 병진 노선을 추구한 결과 핵무력은 완성됐고, 이제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은 전혀 트럼프 대통령이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예정된 자신의 길을 간 것이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어떠한 양보도 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북핵 미완성이라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사태가 조금 달라 보인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북한의 핵무력이 완성되려면 아직 몇 달이 더 소요될 것이고, 그 전에 선제공격을 통해 북핵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다. 시간이 몇 달 밖에 없다고 다그치는 모습이었다.

미국 정부는 그러한 핵무력 미완성 주장을 지금까지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핵무력이 미완성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발표는 큰 의미를 갖는다. 비핵화를 위한 명백한 첫 걸음이다. 완성되지 않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도 참모들의 우려와는 달리 '모두를 위한 진전'이라는 표현으로 환영한 것이다. 한국 정부를 비롯, 일본 정부와 유럽에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은 같은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한 북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성사 과정에 대한 뒷얘기가 여러 경로로 흘러나와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정도가 됐는데, 어느 정도 완성된 퍼즐에 따르면 미국은 존 볼튼 백악관 안보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등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아래 지난 해 10월 이전부터 대북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8일(미국 시간) 이후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함으로써 대북 물밑 접촉으로 일단 28일 발사한 화성-15형 ICBM을 끝으로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 받아낸 것으로 보이고, 이어 북한이 보인 태도는 그동안 전 세계가 지켜본 바와 같다.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

북핵 사태에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달려있다. 순조롭게 결말이 맺어지면 한반도의 봄은 확실한 꽃을 피울 것이지만, 결렬이 되거나 난관에 봉착하게 되면 미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선제 타격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이고, 이것은 전면적인 파국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두려운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떤 수준을 의미하는가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핵개발 중단과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충족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북한 영토에서 모든 핵시설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또 북한이 밝히는 비핵화 수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모든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없앨 수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미국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예컨대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은 전면 폐기하고, 핵탄두는 동결하겠다는 것인지 등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한 내용들이 북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은 확실하다.

미국은 핵무력이 미완성 상태일 경우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력이 북한의 주장대로 완성돼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다면 미국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의 발표문을 다시 읽는다면,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과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후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해 미국에 경고하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발표문 어디에도 핵무기를 폐기해 평화로운 협상을 조성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핵보유 국가임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김 위원장의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경 일변도를 견지해온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으며,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이 핵협정을 깼던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분석한 것도 북한의 현재 태도에 비추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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