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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지진, 국감 그리고 새누리당


[조석근기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동에 싱크대 위의 그릇들이 쏟아졌다. 그토록 잘 짖던 강아지들은 냉장고, 장롱 뒷편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집안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 진도 5.8의 지진이 덮쳤다. 국내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고 했다. 오랜 만에 경남 밀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시내 아파트 주민들은 지진 직후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후 400회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경주와 100Km가량 떨어진 밀양 시민들은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다.

밀양뿐일까. 경주 인근 대도시 대구와 포항, 울산과 부산. 그 외곽으로 청도, 경산, 양산, 울진, 영덕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1천만명을 헤아리는 국민들이 지금도 떨고 있다.

지진보다 더 큰 두려움은 경주 월성과 부산 고리 지역의 14개 원자력 발전소다. 가동된 지 30여년이 지난 노후 원전들 주변으로 정부는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29일은 원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원전의 안전 상태와 지진 대책, 지난 경주 지진 당시의 총체적 대응, 추가 지진 시 이들의 행동 매뉴얼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과연 국감을 수행할 의원들뿐일까.

지진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다. 가정과 일터도 지금 숨쉬는 오늘과 살아갈 내일도 흔들고 있다. 지진 지역 인근의 수많은 시민과 함께 전 국민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감사를 거부하고 있다. 87년 헌법이 마련된 이후 사상 초유의 사태다. 그것도 모자라 이정현 대표의 국감 참석 선언을 의원총회가 일언지하 묵살하는 희대의 코미디까지 연출하고 있다.

부디 국감 현장으로 돌아오라. 지진이 강타한 TK, PK 지역이 새누리당의 정치적 아성이라고 했던가. 내 어머니와 이웃들은 평생 그들에게 표를 던졌다. 지진으로 흔들린 그들의 마음을 더 이상은 흔들지 말라. 그 이상은 배신이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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