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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실체 없는 '국민 정서법'
2017년 11월 14일 오전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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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시간을 지난 2015년으로 되돌려보자.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종류도 다양했다. 병역회피, 부동산 투기, 1천만원짜리 황제특강, 허위교수 경력 의혹…. 여기에 '언론 외압' 논란까지. 가히 의혹 자판기를 방불케 했다.

당연히 총리 임명 반대 여론은 거셌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리 임명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었고 찬성은 30% 후반대에 그쳤다.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까지 드러내며 이 후보자를 적극 감쌌다. 다음날 야당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고, 결국 며칠 후 총리로 임명됐다.

이완구 전 총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2013년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세금 탈루, 경제민주화에 대한 말바꾸기, 자녀에 대한 강남 아파트 증여 등 각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곤욕을 치렀다. 지난 2015년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등이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해 반대 여론이 컸고 청문보고서가 채택될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여당의 비호 아래 이들은 청문회를 통과했고 공직을 지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오죽하면 증여 문제, 부동산 문제 등은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의 '기본 소양'이라는 농담까지 나왔다.

야당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국민 정서' 미달을 크게 문제삼았다. 명백한 법률 위반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며 홍 후보를 세차게 공격했다. 그간 부의 대물림 반대와 조세 정의를 외쳐 왔으면서 절세를 위해 딸에게 8억원짜리 상가를 증여하고, 2억2천만원에 달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고, '명문대 안 나오면 소양이 없다'고 주장한 홍 후보자를 야당은 '내로남불', '표리부동'이라 지칭했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가 지난해 총선 당시 선거용 영상에서 '여당(새누리당)을 지지해서 23년간 대구가 전국 1인당 생산량 꼴찌다'라고 했다는 이유로 대구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래저래 결국 결론은 '국민 정서법' 위반이었다.

홍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내세우는 두 가지 결격 사유 중 하나가 바로 '국민 정서법' 위반이다. 다른 하나는 불성실한 자료 제출이다. 자료 제출 문제야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어느 정도 추가 제출이 필요하다고 인정했으니 논란이 될 만하다.

문제는 '국민 정서'다. 이들이 말하는 국민 정서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찬반이 팽팽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말하는 것이라면 홍종학 후보 이전에도 '국민 정서'에 어긋난 청문회 통과자들은 많았다. 더욱이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정법 위반 혐의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국민적 우려는 이해되지만, 현행법을 어기지 않고 '세금 가이드'에 충실하게 따라서 낸 세금인데 정서에 맞지 않으니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야당 의원도 "홍 후보자가 다른 장관들과 같은 시기에 청문회를 했으면 쉽게 통과됐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5대 비리(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사유에 모두 해당되는 분들도 다수 임명됐다"고 언급했다.

홍 후보자의 임명을 꺼리는 여론도 분명히 있다. 다만 야당이 그것만으로 '국민 정서법'이라 이름붙이며 홍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중기부가 설립 이후 장관 없이 지낸지 어느덧 넉 달이 가까워 온다. '국민 정서법'을 이유로 발목잡기에는 중기부 앞에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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