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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1>치매환자들이 배회하는 이유는?


가족의 치매로 남모르게 속을 태우고 계신 분 많으시죠? 치매는 기억력 상실과 함께 실언, 실행, 실인 증세로 노인을 무능력자로 바꿔놓습니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지요.그렇지만 치매를 창피해하고 숨기려하는 경우가 많아 병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빠른 고령화로 치매환자는 더욱 급증할 텐데요.이젠 치매를 두려워하지만 말고 노화의 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치매에 대한 정보, 고충도 공유되어야 본인과 가족이 치매를 극복하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노인문제전문가 김동선 작가와 함께 치매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여행을 시작합니다.[편집자주]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데, 노인이 되면 영원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은퇴자들을 위한 멋진 크루즈여행도, 생애의 마지막 열정을 쥐어짜는 배낭여행도 있지만 노년기에 떠나는 가장 긴 여행은 역시 죽음을 향한 여정이 아닐까.

본인이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거나 치매부모님을 옆에서 간병하면서 힘들어하는 자녀들에게 치매는 역병과도 같다. 완치율이 높아지는 암이나 심장질환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 되고 있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은 환자에게 나타나는 예상치 못했던 변화다. 평소 인품이나 인격을 넘어서는 난동을 부리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지적이었던 사람이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고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치매로 인한 증상 가운데 하나가 배회이다. 집을 나가서 거리를 배회하거나 시설을 탈출해 무작정 떠나는 행동이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들은 최소한 한 번 이상 길을 잃는 사고를 경험하며 치매가 있는 퇴역군인들의 절반이 1년에 한 번 이상 길을 잃게 된다. 배회로 인해 조기 시설입소, 가족들의 높은 스트레스, 실종노인을 찾기 위한 행정력 투입 등 이로 인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지인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집을 나갈 때마다 보따리를 싸가지고 나간다고 한다. 자신이 떠난다는 자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면 내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오래 전에 이사해온,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그 집'을 찾아 나서는데 결국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버스운전수나 주민들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사라질 때 마다 그녀는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어머니가 사는 대구까지 뛰어 내려가야만 했다. 세번째 가출에서는 길이 없는 곳에서 헤매다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며 속상해 했다.

대부분의 시설들은 환자들이 혼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안에서는 열 수 없는 잠금장치를 만들어 두고 있다.

조금 인간적인 일본의 한 치매병동에서는 현관에 직원이 개를 데리고 상주한다. 개를 좋아하는 환자들이 집을 나서다가 개를 보고 같이 놀다 보면 밖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독일의 '버스가 오지 않는 정거장'도 치매환자들을 위해 실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버스정거장으로 꾸며놓은 장소에 환자가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이 환자를 찾아내 다시 시설로 모시고 온다는 것이다.

치매환자는 왜 충동적으로 밖으로 나가 배회하는 것일까?

치매에 걸리면 공간지각력이 사라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 뇌의 회로가 고장한 이들은 자신들이 있는 장소에 대한 지각을 잃게 된다. 새로 거주장소를 옮기거나 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공간에 대한 학습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자신의 방이 어디인지, 화장실이 어디인지 몰라서 헤매게 된다. 자신의 영역을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회한다.

동물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흔히 취하는 전략이 주위를 배회하는 것이다. 천적이 어디에 있는지 안심하고 몸을 누일 장소가 어디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바로 배회이다.

치매환자는 아무리 배회를 해도 머리 속에 새로운 장소에 대한 지도를 만들 수 없다.

치매환자의 배회에 대응하기 위해 GPS위치추적기를 달아드리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배터리 문제, 치매환자가 이를 거부하는 문제, 또 정작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보호자가 달려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까지 이동을 해버리는 경우 등 문제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지역적으로 치매환자를 발견하면 치매환자를 안심시키거나 보호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치매서포터스를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수는 70만명이다. 이 숫자는 빠르게 증가해 2030년에는 127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는 노년기에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고 노후의 자연스런 과정이므로, 우리 모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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